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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지 Nov 27. 2023

아파보고야 일상의 감사함을 알았다

 어릴 때 독실한 카톨릭 신자 엄마에게 물었다.


“왜 하느님은 전쟁을 주었어?”

“전쟁이 있어서 우리가 평화로운 걸 알잖아.”


  사실 이 말을 믿지 않았다. 하느님은 분명 모든 사람을 사랑한다고 했는데 누구 좋은 거 알게 해 준다고 누구를 희생시킬 존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비교하면서, 굳이 남을 깎아내리면서 나를 추앙하고 싶지 않았다. 최근까지만 해도…..


 지난 일주일 동안 허리를 다쳐 누워있는 동안, 그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너무나도 걷고 싶었다. 너무나도 앉아있고라도 싶었다. 심하게는 숨 쉬는 것조차 힘들었는데 정말 정상적으로 호흡하고 싶었다.

 그렇다면 식물인간으로 누워있는 사람들은 얼마나 힘들까 싶었다. 나만해도 누워만 있는 것도 몸이 저리고 할 수 있는 거라곤 핸드폰 밖에 없는데 그들은 어떨까 싶었다. 몸을 뒤척이지도 못하고,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고, 가족들에게 신세만 끼치는 심정이 얼마나 수치스럽고 힘들까…


 그제야 지난날에 쓴 글이 생각났다. 나는 그리고 인간은 가진 것엔 만족하지 못하고 가지지 못한 것엔 너무도 집착한다는 글을. 그랬다. 나는 숨 쉬고, 걸어 다니고, 보고, 듣는 이런 기본적인 것에 전혀 신경 쓰지 못했다. 그냥 그렇게 당연하게 가졌으니 당연히 떠나가지 않을 줄 알았다.

 

“나 그렇게 대단한 걸 하고 있으면서도 다른 부정적인 것에만 초점을 맞추고 살았구나… 왜 그때는 그게 좋은지 몰랐을까? “


 그리고 결심했다. 내가 하고 있는 모든 것들에 감사하기로.


 이제는 정상적으로 걸어 다닐 수 있게 되었다. 아직 통증은 남아있더라도 걸어 다니는 것. 보는 것. 작지만 바람 막아줄 집이라도 있는 것. 보일러 틀 돈은 없어도 전기매트로 따뜻하게 몸을 지질 수 있는 것. 돈은 없지만 신용카드라는 획기적인 물건으로 미래의 돈을 끌어와 식사를 할 수 있는 것. 모든 것에 감사하기로 했다. 억지로라도 하기로 했다. 왜냐하면 내가 당연하게 하고 있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당연하지 않을 테니…

 혹시나 내가 나중에 최악의 상황으로 가게 되더라도 행복할 때 행복한 걸 알았음에 후회하지 않도록 살고 싶어졌다.


 그리고 감사하지도 않은데 감사해야 한다는 게 싫어서 미뤄둔 감사일기를 시작했다.

 결국 나에게 있어 최고의 동기부여는 경험이다. 나란 인간은 누가 억지로 시켜서 할 몸이 아니다. 언젠가는 다 때가 될 때 하게 된다는 것. 그게 내 신념이다.


그리고

이렇게

글을 쓰게 해 준 모든 것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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