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전쟁의기술 Feb 18. 2021

N잡 권하는 사회

방황하는 직장인들을 위한 고찰

해외 양성 프로그램에서 복귀한 후, 새로운 부서에 배치되었던 똑똑한 회사 후배 한 명이 긴급 SOS를 요청했다. 새로운 부서 사람들이 이상하다는 것이다. 한 명은 하루 종일 주식창만 보고, 한 명은 회의비로 칫솔치약을 사재기하고, 바로 위 Boss는 일을 어렵고 느리게 진행하는 방법을 통달한 것 같단다. 이 친구는 회사에 대한 굉장한 로열티를 가진 친구였는데, 입사 한지 8년 만에 최대의 위기를 맞이하고 있었다. '가치관에 혼란이 와요..'라고 토로하는 그 친구를 보면서, 넋 놓고 바라볼 수밖에 없는 선배로서의 무기력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아니, 업체에 광고 BGM 딱 1초 수정해달라고 요청했더니, 몇 천만 원을 달라는 거예요. 근데 그걸 그냥 주라고 승인해주는 거 있죠? 말이 돼요? 내가 해도 되겠다!" 회삿돈을 본인 돈처럼, 회사일을 정말 본인 인생처럼 사려깊게 생각하던 친구였다.


두 달 후쯤, 이 친구에게 다시 연락이 왔다. 생애 첫 주거용 아파트를 마련해 보고자 가격을 알아보고 있는데 비싸서 살 수 있는 아파트가 없다는 것이다. 어느 지역이 좋을지, 대출을 어떻게 받아야 할지 묻는 후배를 보며 만감이 교차했다. 정말 회사를 사랑하는 친구였다. 회사를 위해 분노하는 친구였다. 하지만 집이 없다.



연일 비트코인이 상한가를 갱신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한 역대급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인해, 상상 이상의 인플레이션을 대비하라는 얘기도 들린다. 압구정 현대아파트는 1달 사이 14억이 오른 실거래가로 거래가 됐다는 기사가 났다.

요새 잠이 부족한 직장인이 늘었다. 밤 11시 30분에 열리는 미국 주식장에 대응하느냐 충혈된 눈을 하고 회사에서 졸음을 참으며, 갑자기 화장실로 달려가 한국 주식시장에 대응하는 동료들도 보인다.


부장님처럼 되기 싫어요


월요일 싫어증이 부장님 싫어증으로 확대/전이되고 있다. 예전에는 일 잘하고, 리더십이 훌륭한 부장, 임원들이 존경을 받았다. 그러나 이 시대 젊은 세대에게 가장 좋은 선배는 주식, 부동산으로 자산을 축적한 재테크 마스터 선배들이다.

직장인들의 반란도 시작됐다. SK, 네이버 등의 대기업에서 성과급 기준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는 노사 간의 갈등이 연일 화제에 오르내리고 있다. 노동소득으로는 삶의 기본권을 보장받기 어렵다는 젊은 세대의 각성이 'N잡러'라는 새로운 세대 아이콘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MZ세대, 일에 대한 인식 변화

이러한 시대의 변화 속에서 MZ세대들에 일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를 정리해보았다.


1. N잡러 도전!

유튜버, 온라인 스토어, 배달 대행, 어플 개발, 음식점/주점 등 직장 이외의 다양한 소득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고자 함. 일만 열심히 하면 가난해지기 때문에, N잡을 뛰기 위해 본 직장의 Work&Life, 즉 정시 출퇴근을 중요시 생각하며 업무에 에너지 투입을 최소화하고자 한다.


2. 부장님처럼 되기 싫어요

열심히 일만 하면 가난해지는 선배 세대에 대한 젊은 세대의 반감. 열심히 회사를 위해 일만 하다가 부동산, 주식, 비트코인 투자 변곡점을 놓친 부장님보다 재테크로 자산을 불리고 설렁설렁 일하면서 재테크 노하우를 알려주는 부장님이 더 좋다.


3. 취업 아닌 창업

취업해서 월급 받는 직장인보다는 창업 성공으로 영 앤 리치(Young&Rich)를 꿈꾸는 젊은 세대. IT 1세대인 네이버, 카카오, 넥슨, 엔씨소프트 기업들의 폭발적인 성장, 그리고 동년배들이 창업한 스타트업들의 성공적인 엑시트 소식들로 창업시장에 기웃거리는 MZ세대가 증가.


4. 회사는 투자하기 위해 다니는 것

회사에서 자아실현과 성공을 꿈꾸지 않는다. 진급보다는 연봉 상승이 최고. 천천히, 얇고 길게 회사를 다니며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통한 투자를 목표로 한다. Next 부동산, 코인, 주식을 통해 벼락부자를 꿈꾼다.


5.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2020년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중 하나. 회사는 버겁고, 투자는 어렵고, 내 집 마련조차 꿈꾸기 어려운 사회. 무기력감을 벗어나고 자존감을 높이기 위한 젊음 세대들의 몸부림.




나 또한 N잡과 투자를 고민하고, 소속 회사의 미래 또한 진심으로 우려하는 직장인이다. 때문에 이 글을 통해 회사원을 비난하려는 것도, 회사를 원망하려는 것도 아니다. 다만, 우리는 거스를 수 없는 역사적인 대변혁의 시기에 서있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좌시하고 지금처럼 기업은 직원은, 직원은 기업을 못마땅해하며 반목을 지속한다면 우리 모두 성장동력을 상실하게 될 것이다. 기업, 개인, 국가가 함께 사회적인 합의점을 도출하여 직업과 일에 대한 인식을 재정비하지 않으면 글로벌 기업들의 기술혁신과 성장세에 점점 뒤처지는 우리의 현실을 넋 놓고 지켜보게 될지도 모른다.


*메인그림 : 굿뉴스 기사 "이제는 직업도 반반,  N잡러 시대가 온다" 참조 (http://www.igoodnews.or.kr/news/articleView.html?idxno=11032)

매거진의 이전글 직장인 사춘기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