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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tojeong Mar 03. 2022

원인은 사라지고 결과만 남는다

머릿속은 해야  일로 가득해서 노트북 앞에 앉는 것까지는 성공했지만 이내 스마트폰을 꺼내고 만다. 5 전에도 열어본 앱들인데 기어코 다시 들어가 새로운 게시물이 있는지 확인하고 닫기를 반복한다.


초록창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넥슨의 창업주 부고 소식이 비슷한 비중으로 가득하다. 기사마다 비슷한 내용이지만 미세하게 다른 표현들을 알아차리며 읽고 또 읽기를 계속한다.


그렇게 더 이상 클릭할 기사가 없을 때까지 링크와 링크를 연결하며 인터넷 속을 헤매다가 점차 흥미를 잃는다. 이때 마침 작은 허기짐을 감지하게 되고 기지개를 켜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이럴 때는 얼마나 재빠른지 미루는 법이 없다. 냉장고부터 꼼꼼히 살피고 찬장을 열어본다.


라면을 끓일까, 있는 반찬에 계란 프라이를 추가해서 밥을 먹을까, 배달을 시킬까 매번 이 3가지 중에서 고민을 해보지만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항상 예측불가다. 오늘은 배달과 계란 프라이가 박빙의 승부를 겨루었는데 집에 김이 한 봉지 있다는 사실이 떠올라 계란 프라이의 손을 들어주기로 한다.


싱크대 서랍을 열어 김을 꺼낸다. 다 먹은 줄 알았던 김이 한 봉지 남았다는 사실을 눈으로 확인하고는 소소한 기쁨을 느낀다. 올해부터는 밥은 한 공기만 먹기로 다짐했는데 계란과 김이 시너지를 내며 입맛이 돌아 반 공기를 더 퍼서 먹는다. 알면서도 빠지고 마는 탄수화물의 늪이다.   


서서히 몸에서 힘이 빠지는 걸 느낀다. 기댈 곳을 찾다가 이 순간을 위해서 샀던 안락의자를 떠올린다. 의자의 각도를 조금씩 조금씩 젖힌다. 몇 분쯤 흘렀을까.. 이럴 거면 침대에 가서 눕기로 한다.


나의 결심을 응원하는 듯 반려묘가 다가와 함께 침대에 눕는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볕에 미간이 찌푸려진다. 얼굴을 이리저리 돌려본다. 힘들지만 마지막 힘을 내보기로 한다. 겨우 몸을 일으켜 커튼을 친다. 빈틈없는 암막 커튼 덕에 대낮에도 편안히 잠들 수 있음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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