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고성 앞바다에 도착하자마자 서둘러 텐트를 쳤다. 바람은 점점 거세지고, 금방이라도 비가 올 듯했다. 6월이라 더울 줄 알았건만 담요를 휘감아도 버티기 힘든 쌀쌀한 날씨였다.
'좋아, 그렇다면 뜨끈한 국물을 곁들여야지'
계획보다 이른 저녁을 먹기로 했다. 원래는 해산물로만 배를 채울 생각이었지만, 추위를 달래줄 라면 다섯 봉지를 장보기 목록에 추가하기로 했다.
회센터를 돌아다니며 해산물의 종류와 상태를 유심히 살폈다. 어떤 횟감이 좋을까 고민하는 건 참으로 설레는 일이다. 흥정은 붙이고 싸움은 말리라는 속담이 있듯이, 여러 가게를 다니며 흥정이 오고가야 값도 맞고 마음도 맞는 주인장과 거래할 수 있다.
쫄깃한 식감의 돌도다리와 우럭 한 마리를 사이좋게 바구니에 담고, 사이드 메뉴로 오징어, 멍게, 개불을 추가했다. 여기에 미리 챙긴 산뜻한 화이트 와인을 곁들여 알찬 저녁상을 완성했다. 후식은 몸과 마음을 녹여주는 얼큰한 너구리.
봉포해변의 카페는 아침 8시부터 오픈이라 일찌감치 숙소를 나와서 바다를 보며 커피와 빵을 즐길 수 있다. 여기서 비스코티 쿠키를 처음 먹었는데, 수분기 제로의 담백함과 고소함이 커피랑 잘 어울리고 맛있었다.
문득 작년 크리스마스 때, 슈톨렌에 눈을 떴던 순간이 생각난다. 달콤하고 향긋한 슈톨렌은 내게 새로운 맛의 지평을 열어줬고, 겨울을 기다리게 하는 이유가 되었다. 달달한 슈톨렌처럼, 고소한 비스코티도 떠올리면 기분 좋아지는 나의 취향이 되었다. 좋아하는 것이 하나 늘어난 반가운 순간이다.
비바람 치는 밤바다를 거닐고 있는 두 사람.
충분히 거칠고 위협적인 파도인데, 성에 차지 않는다며 우산이 뒤집혀도 아랑곳하지 않고 서 있다. 파도가 더 거세고, 높아지길 기다리는 그들을 구경하는 나. 언제 봐도 놀랍고 부러운 체력이다.
#우리의_안녕을_기원하며
#고성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