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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꽥 Jan 20. 2020

내가 만약 아이를 기른다면

'넘어지지 말라'고가 아닌 '넘어져도 일어날 방법'을 가르칠 것이다

필자의 장애는 골형성부전증으로 약한 뼈를 가지고 있다. 어린 시절에는 골절 위험이 있어서 부모님의 걱정이 매우 많았다. 그것은 곧 내 생활 반경이 매우 제한된다 뜻이기도 했다.


1. 사람이 많은 곳은 가지 않을 것

2. 눈이나 비가올 때 나가지 않을 것

3. 조금이라도 위험한 곳에 가지 않을 것


그래서 눈이 많이 오거나 비가 많이 오는 날엔 학교를 결석하는 일이 많았고

사람이 많은 콘서트장이나 행사장 같은 곳은 스무살 때 까지 잘 가보지 못했다.

수백번도 넘어지고 깨지면서 성장하는 시기에 내게 '위험할 권리'는 없었다.

'위험'이라는 명목하에 쉽게 생활이 통제되고 억압되었다.

더군다나 내 성격은 모험적이였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걸 좋아했기에 나는 바깥 세상이 너무나 궁금했다.

안전한 곳이라고 해도 유년기 골절은 피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때의 부모님의 입장으로선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겠다라는 생각이 든다.


여하튼 나는 대학교때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 전동휠체어를 타고 내가 마음대로 돌아 다닐 수 있는 환경이 되는데, 신세계가 열린 것이다!

내가 직접 한손에 우산을 쓰고 밖을 나가는게 짜릿했다.

마치 그동안의 시간을 보상이라도 하듯,

누구 없이도 지하철을 타고 기차를 타고 비행기를 타고 마음껏 자유롭게 돌아다녔다.

때론 쌓인 눈에 바퀴가 헛돌기도 하고, 넓은 지하철역 사이에 바퀴가 끼기도 했지만

그만큼 단단한 내공 쌓이며 생활 반경을 넓혀갔다. 그곳에 가면 큰일이 벌어질줄 알았지만 놀랍게도 아무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아직까진 그렇게 위험한 사건 없이 무사히 잘 지내고 있다.


안전한 곳에서만 살 수 없다.

우리는 위험을 감수하고 그렇게 여행하듯 삶을 살아간다.


그래서 내가 깨달은 한가지.

무조건 위험한 곳은 가지말라고 하는게 최선이 아니구나.
비를 맞아도 털어낼 방법을 터득하면 더 단단한 힘이 생기는구나.


그래서 내가 아이를 기른다면


무조건 '조심 조심'

'위험한 곳을 가지 말라',

'넘어지지 말라'고만 가르치는 것이 아닌


'넘어져도 일어날 수 있는 방법'을

'비를 맞아도 털어낼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고 싶다.

더 넓은 세상을 볼 수 있도록.


그렇게 하나씩 터득하며 삶을 여행하듯 살아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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