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정신이냐고 묻진 마세요.
연인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장애를 파는 글을 쓰겠다고 선언했다. 저임금 노동자, 장애여성, 40대 비혼자는 모두 나를 지칭하는 말이고, 사회적 약자의 지위를 내포한다. 사회적 약자란 두산백과사전에 따르면 '사회에서 신체적·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으로 소외되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개인이나 집단'을 말한다. 저임금 노동자는 경제, 장애여성은 신체, 비혼자는 사회적으로 소외된 계층이다. 나는 사회적 약자 내에서의 교집합이 3가지나 된다. 장애를 팔아먹기 딱 좋다는 얘기다.
사실 장애는 종종 팔아먹는다. 라디오에 문자를 보낼 때 장애를 팔면 당첨 확률이 높아지고, 무언가를 응모할 때 장애를 팔아도 당첨 확률이 높아진다. 대형마트 등에서 장을 볼 때는 저절로 장애가 세일즈 된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보이는 것이 너무 확연하니 종종 장애가 팔린다. 사은품을 더 주거나, 덤을 주거나, 선물을 주거나 한다. 이전에는 장애가 팔리는 것이 정말 싫었는데 지금은 뭐 그럴 수도 있지 혹은 내가 예쁘니까 주나보다, 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장애감수성이 무뎌진 것일까?
최근에 <기울어진 스크린>이라는 책을 선물 받았다. 저자 차미경 씨는 리포터, 방송작가로 일했으며 지금은 다양한 매체에 칼럼 등을 기고하고 있다. <기울어진 스크린>에서는 다양한 대중매체(책, 드라마, 영화, 광고 등)에서 장애나 약자를 다루는 시선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책을 읽고선 많은 생각을 했다. 내가 장애감수성이 정말 바닥이라는 것과 이것을 의식하지 않고 '그냥' 살고 있었다는 것에 대해 반성을 하는 편이었다. 나도 한땐 장애감수성이 너무 넘쳐흘러서 연인에게 핀잔을 듣기도 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내가 장애인인 것을 망각하고 살고 있는 것 같았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여하튼 책을 읽고 차미경 씨에게 연락해 감상을 말하고 가까운 시일 내에 만나자는 약속을 했다. 차미경 씨를 만난다고 바닥인 장애감수성이 튀어 오르진 않겠지만 전환점은 되겠지. 지난주에는 책을 선물하신 김효진 선생님을 뵈었었다. 선생님은 또 다른 책을 선물하셨다. 무려 저자의 싸인까지 있는 책이었다. 장애여성이 쓴 책이니 그 책으로도 글을 써서 장애를 팔아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