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경호 Aug 13. 2021

칭찬 참 기분 나쁘게 하는 사람

 ‘칭찬의 힘’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 같다. 하는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아 지치고 힘들 때, 내가 제대로 가고 있는지 확신이 들지 않아 불안하고 초조할 때, 누군가 넌지시 던져준 작은 칭찬 하나는 고된 삶을 버텨낼 수 있는 큰 힘이 돼준다. 돈도 들지 않고, 힘들지도 않은 이 칭찬, 서로 넉넉히 나눠주면 좋겠지만 매일의 삶에 치여 살다 보면 칭찬에 인색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항상 칭찬이 고픈, 칭찬에 굶주린 사람은 많아도 칭찬이 넘쳐서 배부른 사람은 잘 보이지 않는다. 

 더 안타까운 건 딴에는 칭찬이라고 하는 말이 오히려 상대를 기분 나쁘게 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상대 입장에서는 칭찬을 들어야 할 상황에서 기분 상하는 말을 들었으니 더 불쾌한 기억으로 남게 된다. 이렇게 칭찬을 기분 나쁘게 하는 사람들이 칭찬할 때 자주 쓰는 말이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칭찬 뒤에 따라오는 ‘그런데’이다. 칭찬하는 말끝에 꼭 ‘그런데’라는 접속사를 붙이는 사람이 있다. 


“이번에 한 거 좋더라. 그런데 말이야....”

“그거 잘했어. 그런데.......”


 칭찬을 칭찬으로만 깔끔하게 끝내는 게 아니라 “어떻게 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며 꼭 뒷말을 붙이는 식이다. 대부분 자신의 경험이나 지식을 바탕으로 조언을 하는데, 구체적인 설명이 필요하다 보니 말이 길어지고, 점차 조언이 칭찬을 압도하게 된다.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어느 순간 이게 조언인지 자랑인지, 칭찬인지 지적인지 헷갈리게 된다. 칭찬을 듣긴 들었으나 ‘그런데’ 이후의 말만 기억에 남게 되니, 칭찬을 듣고도 기분이 썩 좋지가 않다. 

 물론 조언이 필요 없는 건 아니다. 때로는 칭찬보다 조언이 상대를 더 성장시켜 주기도 한다. 하지만 그걸 꼭 칭찬할 때 붙여서 할 필요는 없다. 칭찬할 때는 확실하게 칭찬을 해줌으로써 상대의 기를 살려주고, 보완할 점은 기회를 봐서 적절한 시점에 얘기를 해줘야 상대도 그 말을 진심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칭찬 앞에 붙어서 사람 기분 나쁘게 하는 말도 있다. ‘생각보다’, ‘기대보다’, ‘예상보다’와 같은 비교형 문장이다.


“생각보다 잘했네?”

“기대보다 잘했구먼.”


 이런 칭찬을 들으면 기분이 좋은 것 같으면서도 뭔가 찝찝함이 남는다. 칭찬이라고 기분 좋게 생각하려는데 자꾸만 앞에 붙은 말이 떠오른다. 


 ‘평소에 날 어떻게 생각하는 거지?’

 ‘나에 대해 기대가 없나?’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면 이제 머릿속에서 칭찬의 말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상대에게 그걸 기대하고 말한 거라면 성공이다. 

 이런 찝찝한 칭찬은 다분히 자기중심적인 태도에서 나온다. 표준국어대사전은 ‘칭찬’을 ‘좋은 점이나 착하고 훌륭한 일을 높이 평가함’이라고 정의한다. 결국 칭찬은 상대를 ‘높여주는 것’이다. 그런데 거꾸로 자신을 위에 놓고 상대를 아래로 보며 말을 하니 저렇게 무례한 방식으로 말이 나오는 것이다.


 또 다른 기분 나쁜 칭찬으로 ‘조건부 칭찬’이 있다.


 “그건 좋아.”

 “그건 잘했네.”


 칭찬을 하긴 하는데, 뭔가 뒤에 할 말이 남은 것처럼 조건부로 칭찬하는 방식이다. 그렇다고 딱히 뒤에 뭘 덧붙여서 말하는 것도 아니다. 그냥 저렇게 칭찬인 듯 칭찬 아니게 말을 하고 끝내 버린다. 그러면 듣는 사람은 당연히 궁금증이 떠오른다. 


‘그럼 뭐가 안 좋다는 거지?’

‘뭐 잘 안 된 게 있는 건가?’


 정말 뭔가가 맘에 안 들어서, 더 할 말이 있어서 그런 거라면 정확하게 집어서 얘기하는 것이 옳다. 그래야 상대도 고칠 부분이 있으면 고치고,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채운다. 그런데 가타부타 말도 없이 저런 식으로 말을 던져 놓으면 상대는 답답하고 괴로워진다. 이걸 어떻게 칭찬이라고 할 수 있을까. 상대를 괴롭게 하는 칭찬이라면 그건 차라리 안 하는 게 낫다. 


 우리는 어쩌면 칭찬을 듣기 위해 사는 건지도 모르겠다. 일하느라, 공부하느라, 주변 사람을 돌보느라 힘들고 지쳐서 한계에 이르렀다고 느낄 때, 따뜻한 칭찬 한 마디가 모든 고단함을 눈 녹듯 사라지게 해 준다. 기왕 해줄 칭찬이라면 굳이 사족을 붙이지 말고 화끈하게, 시원하게 해주는 게 어떨까. 그게 우리가 사람들에게 나눠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 아닐까.



[작가와 더 나누고 싶은 이야기, ‘kkh_mbc@인스타그램’에서 편하게 소통하실 수 있습니다.]

www.instagram.com/kkh_mbc


매거진의 이전글 아버지는 왜 뜬금없이 축하한다고 하셨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