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면, 파스타, 베트남국수, 모밀 등 각종 면음식을 좋아한다. 하지만 짜장면, 짬뽕, 라면은 냉면, 모밀 등에 비해서는 덜 선호한다. 아마 그이유는 중국집 음식과 라면엔 조미료들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들어가기에 먹을 때는 맛있지만 먹은 후에 몸에서 별로 좋은 느낌이 아니기 때문이다.
집에서 직접 해먹는 면 음식들
카투사로 복무했었다.
카투사들에게는 라면은 거의 중독과 같은 존재였다. 20대 초반 혈기왕성한 젊은 군인들이 미군 저녁 식사시간인 오후 4시에 양식 위주의 저녁을 먹고 나면 밤 8~ 9시정도면 출출함에 거의 매일 라면을 끓여 먹는 것이 일상이 되어 있었다.
제대 수속중인 말년병장때 (모자 쓴것이 말년티가 팍팍남)
통상 3명의 카투사가 한방 생활을 하게 되는데 가장 고참을 방장, 중간을 방중, 막내를 방쫄 이라고 불렀다. 방에서 조그마한 커피 물 끓이는 전기포트를 이용해서 라면을 끓여먹는데 방장은 라면을 사는 돈을 주고, 방중은 물끓이고 방쫄은 뛰어가서 라면을 사오는 것이 암묵적인 룰이었다. (외박 다녀올 때, 라면을 박스채 사다가 방에 쌓아 놓기도 했다)
그런 카투사 생활 중에도 나는 특이하게 라면을 거의 먹지 않았었다. 당시에 나는 일과 근무시간 후에는 부대내 태권도장(미군 장교, 사병 및 미군 가족들을 위한)에 개인 돈을 내고 태권도를 수련했었다. 초등학생때부터 태권도를 했기에 카투사 복무시에도 나는 태권도를 계속 수련했던 것이다.
태권도가 필수가 아닌 카투사 복무를 하면서 개인돈까지 내면서 태권도를 하는 나를 다른 카투사들은 물론 사범님 역시 신기해 하셨다.
공수부대 출신의 나이가 지긋하셨던 한국 사범님은 미8군내 태권도장에서 20년 넘게 사범을 했는데 카투사가 자발적으로 부대내 태권도장에 등록해서 운동 한 것은 내가 유일하다고 했다. 운동을 열심히 하는 것이 기특했는지 제대 후에 미국 유학을 가려던 내게 사범님은 미국에가서 태권도 사범을 하면서 공부를 하라고 제안 해주실정도 였다.
당시엔 이렇게 땀을 흘리고 운동한 후에 라면을 먹는 것은 몸을 망치는 것이라고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이러한 습관은 미국 유학생활 그리고 직장에서 해외파견 및 주재원 근무 할 때도 라면을 즐기지 않고 오히려 밥을 해서 먹는 생활로 이어졌다. 수많은 해외출장 중에도 컵라면을 가지고 간다던지, 비행기에서 비즈니스석에 탈 경우 큰 유혹인 라면을 끓여달라고 하는 것도 하지 않았다.
꼬돌꼬돌 삶는 면삶기가 핵심
하지만 이제.... 뭐... 산전수전 많이 겪다보니 그래도 집에서 간단히 해먹기에는 라면 만한게 없으니 이젠 주말 점심에는 종종 라면을 먹는다.
비빔면은 골뱅이, 야채 등 각종 고명을 넉넉히 넣고~
다만 집에서 준비하는 라면은 되도록이면 다양한 토핑을 넣고 좀 더 음식답게 만들어 보려고 이것 저것 많은 토핑들과 함께 시도하는 재미를 느끼기도 한다.
얼갈이, 다진 마늘 그리고 삶은 돼지전지살을 듬뿍 넣은 라면
다진마늘과 삶은 돼지전지살을 넉넉히 넣은 라면을 오늘 점심으로 준비 하면서 과거와는 달리 이제 내가 라면을 즐기는구나 라는 생각에 쓴 웃음인지 미소인지 모를 입꼬리가 올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