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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경계인 Feb 10. 2023

불쌍한 내 새끼

아이들은 아무 잘 못 없다.

<글에 삽입된 사진들은 직접 촬영하였지만, 등장인물의 실제 모습은 아닙니다.>


극단적일 수 있지만, 경험에 의하면 한 지붕 아래 경계인과 살아가는 것은 불가능한 것 같다. 이혼만이 답이다. 아이들도 겉으로 표현하지 못할 뿐, 정신적으로 힘든 상황에 지쳐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부모와 살아갈 아이들을 생각에 이혼은 정말 쉽지 않은 결정이다.

이유 불문하고 아이들 앞에서 다투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경계인의 언어폭력에 자신을 지키기 위한 방어기제가 발동되면 논쟁과 싸움을 마주하게 되는 것은 숙명과도 같다. 그동안 표현하지 못할 공포를 경험했을 딸아이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이 너무 아프다.


아빠가 정말 미안해..

콩알만 한 흑백사진으로 마주할 때, 갓 태어나 보이지 않을 눈으로 마치 나를 바라보는 듯한 따스한 눈빛을 마주할 때, 걸음마를 시작할 때, 나를 아빠라고 부를 때, 현관문 소리에 달려 나올 때 모든 순간들이 나의 선택이기 때문에 부모로서 아이들을 평생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

나는 신이 시련이라는 포장지에 큰 선물을 담아 내게 주었다고 생각한다. 시련의 포장지를 뜯는 순간 선물의 크기만큼 행복을 맞이할 것이라 굳게 믿고 있다. 시련이라는 포장지를 내 손으로 직접 벗기고, 불쌍한 내 새끼들에게 행복만 선물하고 싶다.


경계인으로 인해 겪는 고통은 직접 겪어보지 않고서야 그 누구도 상처를 대신 헤아려 줄 수 없다. 몇 개의 글을 쓰고 한동안 브런치에 접속도 하지 않은 채로 방치해 두었는데, 나와 닮은 상황에 처해있다는 댓글이 달리기도 하고 이메일을 통해 연락을 해오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내 마음속 아픔들이 글을 통해 독자들에게 조금이나마 닿았나 보다. 감사할 따름이다. 경계인과 함께 살아온 비경계인의 상처 치유는 '기록이다.'라는 주제로 글을 쓴 적 있다. 좀 더 나아가 그 기록들을 같은 아픔을 겪고 있거나 겪었던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것이 가장 빠르고 확실한 치유방법인 것 같다. 


"불쌍한 내 새끼들"에는 댓글이 달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당신의 위로와 공감에 눈물이 흐를 것만 같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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