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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경계인 Nov 10. 2022

나의 유일한 치유, 기록

기록이 확신을 만들다.

같은 물이라도 뱀 이마시면 독이 되고, 소가 마시면 우유가 된다.

글쓰기에 관심과 재능이 없더라도 경계인(경계선 인격장애 환자)과 함께 살아가는 당신은 글을 통해 기록해야 한다. 미사여구를 써가며 거창하게 기록할 필요도 없다. 상황과 당신이 느낀 감정 그리고 왜 그런 감정을 느끼게 되었는지 기록하면 된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러한 기록은 BPD를 알아차리거나 치료하는 데 있어 언젠가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7년 동안 BPD를 가진 아내와 함께 살아오면서 적지 않은 기록을 했다. 그리고 7년동안 노트에 모인 그때 그 상황과 내 감정들이 그녀가 경계성 성격장애가 아닐까?라는 단서가 되었다.





"여보, 당신이 나에게 이렇게 말한 것이 나는 너무 힘들었어..."가 아니다.

나의 기록은 힘들었던 마음과 현실들을 경계인과 타인에게 알리기 위해서가 아니다. 나를 치유하기 위해서다. 경계인의 독설에 깊은 상처가 생겼을 때 글을 쓰면 치유가 되는듯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무슨 도움이 되냐고? 핵심은 '경계인이 그토록 화내고 욕을 퍼붓는 이유는 나에게 딱히 그럴만한 이유와 문제가 없다.'라는 것을 스스로 인지할 수 있다.



당신의 상처와 마음으로 쓴 글을 읽다 보면, 경계인의 패턴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장담한다. 브런치를 통해 앞으로 차차 설명하겠지만, 경계인과 더불어 살아간다는 것은 마치 대본대로 움직이는 연극과도 같다. 예를 들자면 장면, 맥락, 대사를 보고 들으면 배우의 그다음 행동과 대사가 이미 머릿속에 짐작된다는 것이다. 한 지붕 아래 오랫동안 함께 같이 살다 보면 정상인들 역시 자연스레 생기는 능력이겠지만, 경계인들은 이해와 예외란 없다. 소름 돋게 똑같은 시나리오가 눈 앞에 펼쳐진다.


기록은 여러 의미로 참 좋은 습관인 것 같다.

나는 아내가 예민하고 기분이 눈 깜짝할 사이에 하늘과 땅을 수시로 왕복하는 것이 경계성 성격장애라는 것을 이혼 도장을 찍고 난 후 알게 되었다. 모두 기록 덕분이다. 진작에 알았더라면 아마도 내 상처는 덜 했을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고 7년이라는 세월을 함께 살았다. 슬픔, 좌절, 우울, 행복 등 그동안 많은 감정을 마주하며 살아왔다. 생각해보면 누구나 겪는 당연한 감정과 상황이지 않는가? 경계인도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 늘 말하지만 경계인 곁을 살아가는 당신은 부디 행복이라는 단어가 입가에 스며드는 삶을 살아가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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