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포맷에 적합한 원작일까
소설을 읽고 조 라이트 감독의 영화 <오만과 편견>을 보면 얼마나 캐스팅에 공을 들였는지, 원작을 얼마나 잘 표현했는지 감탄이 절로 나온다. 무도회 장면은 화려하기보다 춤의 즐거움을 강조하면서 캐릭터들의 특징을 잘 담았다. 특히 엘리자베스 역을 맡은 키이라 나이틀리 배우의 생동감이 돋보이고, 원작의 유머도 살아있다. 다만, 영화의 스토리 전개는 다소 갑작스럽다.
그럴 수밖에 없기도 하다. 소설은 상당한 분량을 인물의 심리 묘사에 할애하는데, 이로 인해 각 캐릭터가 내리는 선택에 설득력을 더하고 독자는 이들을 인간으로 이해하게 된다. 이런 소설의 특징은 시각적 매체로 표현하기 어렵기 때문에, 영화로 만들어내는 것은 상당한 각색이 필요할 수 있다. 이럴 땐, 원작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과감하게 영화만의 중심을 잡아야 한다.
조 라이트 감독은 로맨스에 집중하고 후반부를 엘리자베스와 다아시에 초점을 맞추며 두 사람의 감정이 발전하는 과정을 살려냈다. 비약이 생길 수밖에 없었지만, 시골 가정의 소박함, 햇살과 비, 푸른 들판을 비롯한 자연 등 영국의 정경을 통해 캐릭터의 심리를 효과적으로 표현한다. 소설이 가진 영국 시골에 대한 애정을 시각적으로 훌륭히 담아냈다.
반면 시간 제약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TV 시리즈는 <오만과 편견> 캐릭터의 디테일을 살릴 수 있다. BBC에서 다섯 차례에 걸쳐 제작했을 정도다. 그중 콜린 퍼스 배우가 다아시 역을 맡았던 버전은 큰 인기를 얻었다. 원작에는 없는 젖은 셔츠 입은 장면을 넣으며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고, 새로운 세대가 <오만과 편견>에 열광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그는 영화 <브리짓 존스의 일기>에서 현대의 다아시 역할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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