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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피디 Dec 21. 2022

처음 사귄 외국인 친구와 보드카 원샷

소주 자랑하다가 화장실로 간 이야기

영국에 처음 갔을 때였다. 자원봉사를 하며 알게 된 폴란드 봉사자와 친구가 되었다. 우리는 쉬는 날을 맞추어 처음 보는 나라의 밤문화를 즐기러 모험을 떠났다. 영국에 처음 온 두 이방인 여인네들에게 두려운 건 없었다.

펍이었을까, 바였을까? 영국사람들이 뭐라고 부르건 중요하지 않았다. 불타는 청춘들이었고 물론 술이야기가 빠질 수 없었다. 우린 술을 마시고 싶었고 처음으로 사귄 외국인 친구에게 서로 잘 보이고 싶었을 뿐.

나는 우리나라 소주가 얼마나 센지 아느냐며 자랑을 늘어놓았다. 그 친구는 폴란드에서는 보드카가 센 술이고 꽤 유명하다고 차분하게 말했다.

훗, 우린 바에 있었다. 나는 큰소리로 바텐더를 불렀다. 예의도 잊은 채.


-여기 폴란드 보드카 있어요?

바텐더는 당연한 걸 묻는다는 얼굴로 한잔 따랐는데, 소주의 냄새를 알코올로 생각한 나는 '뭐 이쯤이야, 냄새도 없네.' 나는 호기롭게 말했다.

-이 폴란드 보드카를 소주 스타일로 마셔볼게, 첫 잔은 원샷이거든!

친구는 진심 걱정되는 얼굴로 말렸다.

바텐더는


-이거 불도 붙는 건데.
-브링잇온 Bring it on!

나는 영화에서 배운 영어를 소리쳤다.
그러자 바텐더는

-나 지금 정말 바쁜데 너 마시는 거 보고 갈게.

나는 이 한잔을 원샷했고 바텐더의 웃음을 뒤로하고 화장실로 달려갔으나 뱉어내지는 못했다. 그러기엔 양이 적었고 보드카는 이미 식도를 태우며 위벽을 흘러내리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친구는 화장실에 따라왔다.
나는 힘겹게 말했다.

-유 윈 You win.

우린 술집을 나와 옆집에서 아주 기름진 케밥을 주문해 길거리에서 소란스럽게 먹으며 영국 스타일로 해장을 하고 복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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