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과 결혼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 때
*더러움 주의*
출근길이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남편은 자연스럽게 아이들의 모습을 자주 보게 되는데, 문득 "아이들은 코딱지를 왜 먹을까?" 하고 물었다.
남편은 아이들도 코딱지가 더럽다는 걸 알면서도 먹는다며 그 이유가 너무 궁금하다고 했다. 갑자기 어렸을 때 코딱지를 먹었던 기억이 났다.
나: 난 쫄깃한 식감이 때문이었어.
남편: 짭짤했던 거 기억나.
얘기하다가 우리도 어렸을 때 먹었다는 걸 기억해낸 것이다. 남편은 지하철에서 아저씨가 먹는 모습도 봤다고.
오래전 한국에 와 얼마 전부터는 매년 된장을 담그는 남편은 외국인이다. 얼마 전 결혼기념일을 둘 다 모르고 지나갔는데, 둘 다 '어? 지나갔네?' 그러거나 말거나 한 집에 이사한 첫날과 다름없이 살고 있다.
남편도 어릴 적 코딱지를 먹었다는 말에 '이건 세계 어린이 공통이구나'라고 생각하다가, 이렇게 진지하게 코딱지를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옆에 있다니. 결혼이란 걸 이 사람과 하다니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