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행하는나무 Apr 30. 2023

시간을 낭비하는 가장 쓸데없는 일은 뭐라고 생각하니?

『마음아, 작아지지 마』


# 그림책 에세이(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

# 『마음아, 작아지지 마』 신혜은 글/ 김혜진 그림 / 시공주니어


시간을 낭비하는 가장 쓸데없는 일은 자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여 자신을 못살게 구는 것이다. 자신을 괴롭히는 존재도 나고, 피해를 입는 존재도 나다. 나는 나의 최대의 가해자이자 최대의 피해자이다. 그래서 마음이 편안하지 않고 괴롭다.

비교의식이나 열등감은 본래 우리 모두가 같은 존재라는 평등프레임 대신 우열 프레임이라는 잘못된 안경을 쓰고 세상과 자신을 분리해서 보기 때문에 나온다. 그런 의미에서 C. S. Lewis의 말은 더 강렬하게 다가온다. 

“비교의식에서 열등의식이 나온다. 악마가 우리 인간을 파괴하기 위하여 사용하는 가장 큰 무기는 바로 비교의식이다.” 


본래 비교라는 말은 중립적인 단어였을 것이다. 개별적인 몸을 가지고 세상을 경험하는 우리는 ‘나’라는 개체의 고유성을 인식하기 위해 나와는 다른 존재를 설정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나와 다른 존재에 대한 비교는 필수적인 것이 된다. 비교는 비교할 대상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빛과 어둠, 남자와 여자, 선과 악, 큰 것과 작은 것, 많은 것과 적은 것 같이 세상의 모든 존재는 반대적인 속성을 가진 존재가 있어야 자신을 더 또렷이 보게 된다. 빛은 어둠이라는 상대적인 존재 상태가 있어야 밝음이 인식되는 것이다. 어둠도 빛이라는 밝음이 있어야 어두움이 어두움으로 빛나는 것이다. 이는 물리적인 것뿐만 아니라 마음의 상태도 마찬가지다. 우월감과 열등감, 사랑과 두려움, 기쁨과 슬픔, 뺏는 마음과 뺏기는 마음은 동전의 양면처럼 원래 하나인데, 다르게 나타나는 것뿐이다. 

내가 생각하는 진짜 문제는 비교 자체가 아니라 비교 이후에 일어나는 판단으로 자신을 못살게 구는 것이다. ‘나‘라는 것을 강하게 붙들고 있는 우리 에고는 상대와의 비교를 통해 어떤 부분에서 조금 나은 것 같으면 교만함에 안도하거나 우쭐해진다. 조금만 부족하다고 느껴지면 마음이 작아지고 비굴함이 올라온다. 그래서 비교라는 말은 우열프레임이 되어 비굴함과 교만함으로 대치된다. 


비교를 통해 적어도 상대와 비슷하거나 상대보다 낫게 느껴지면 안도하고 내가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낮은 영역에 속한다고 생각하면 그 덩어리는 점점 커진다. 열등감이라는 이름으로 온갖 낮은 에너지를 내보낸다. 스스로를 자책하거나 미워하거나 좌절하고 무기력에 빠지기도 한다. 자신을 합리화하기 위해 환경이나 상황이나 다른 사람을 원망하고 미워하기도 한다. 비교를 통해 우열프레임을 들이대고 그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자신의 모든 것이 못나고 열등하다고 생각하며 자신을 끊임없이 괴롭히고, 못살게 군다. 높은 영역의 에너지를 내보내며 자기 발전을 위해 노력할 수 있는 시간을 낭비하는 가장 쓸데없는 일이 되는 것이다. 


다른 존재와의 비교를 통해 열등감을 느끼고 행복하지 않다고 말하는 주인공들이 나오는 그림책들이 많다. 그만큼 우리에게 중요한 문제고 누구나 가지고 있는 공통적인 상태라는 반증이 아닐까? 비교로 인한 열등감은 <미움받을 용기>로 심리학의 새 지평을 연 알프레드 아들러의 가장 큰 관심사였다. 아들러는 열등감이라는 틀을 사용해 세상과 사람들의 마음을 해석하는 준거로 삼았다. 내 삶의 여정을 돌아볼 때도 젊은 시절까지 뿌리깊은 비교의식과 열등감을 가졌기 때문에 표정이 밝지 않았고 마음은 늘 무겁고 어두웠다. 그래서 이 주제가 나오면 더 예민하고 마음이 오래 머물게 된다.

치킨 마스크 그림책 표지

『치킨마스크』의 주인공 ’나‘는 빛나는 재능을 가진 친구들이 부럽고 그에 미치지 못하는 내가 마음에 들지 않고 버리고 싶을 만큼 싫어한다. 『눈물 문어』의 주인공 ’소진‘도 자신이 못나고 부족하다고 생각하여 문을 꽝 닫고 들어가 펑펑 운다. 『마음아, 작아지지 마』 의 주인공 부바는 또래에 비하여 유난히 키가 작다. 누군가 키가 작다고 말하거나 다른 친구와 비교할 때 주눅 들고 마음이 작아진다. 키만 작은 게 아니다. 글씨도 못 쓰고 달리기도 못한다. 그래서 부바는 자신이 못났다고 생각하고 부족하다고 여긴다. 사실 부바가 글씨를 못 쓰고, 달리기를 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친구들과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내 글씨가 멋지지 않고, 빠르게 달리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 지점은 매우 중요하다. 즉, 실제가 아니라 자신이 그 생각에 깊이 몰두하여 자신을 못났다고 스스로를 괴롭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그림책 속 우리의 주인공들은 나보다도 회복력이 좋은 것 같다. 자신의 모습 그대로를 받아들이며, 이대로 도 괜찮다고 말한다. 사랑하는 이들의 인정과 지지를 받으며 새로운 힘을 얻는다. 비교를 통한 열등감을 인정하고 충분히 느껴준 다음에 자신의 존재 가치를 새롭게 자리매김 하는 과정을 길지 않은 글과 그림만으로 충분히 보여준다. 이것이 그림책의 힘이다. 그림책이 주는 위로와 치유의 마법을 믿기에 그림책에 더 매료되는 것 같다. 

눈물 문어 그림책 표지

오랫동안 자신을 미워하고 괴롭힌 나를 치유하고 온전히 회복하기까지 많은 아픔의 시간이 필요했다. 아직도 끝나지 않았기에 그 시간을 덮을 만큼의 충분한 사랑과 지지를 나에게 보내려고 한다.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찾아가고 열등감을 도약의 발판으로 삼아 날개를 펼치기까지는 스스로의 노력만으로는 되지 않는다. 주변에 사랑하는 존재들의 든든한 지원과 격려와 사랑이 함께 해야 한다. 그래서 나를 믿어주고 사랑해주는 모든 인연들과 힘든 과제를 주면서 나에게 배움을 주는 스승들에게 감사하면서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가 되려고 한다.

마음아, 작아지지 마 그림책 표지



작가의 이전글 성공이 뭐라고 생각하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