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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하는나무 May 13. 2023

네가 했던 말 중 가장 용감했던 말은 뭐니?

『잊었던 용기』, 『내 마음을 말하는 용기』


# 그림책 에세이(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

# 『잊었던 용기』 휘리 글 그림 / 창비

# 『내 마음을 말하는 용기』 다카토리 시즈카 (감수), JAM네트워크 / 아베 신지 그림 / 김정화 옮김 /제제의숲

잊었던 용기 그림책 표지



“우리는 같은 반 친구였고

학교가 끝나면 함께 시간을 보내기도 했어.

겨울 방학이 지나고 친구와 마주쳤는데

어쩐지 어색해서 눈을 피하고 말았어.

정말 그뿐이었어.

한번 놓친 인사는 시간이 갈수록 하기 어려웠어.

그렇게 우리는 인사하지 않는 사이가 되고 말았어.”

<잊었던 용기> 중에서


마음과 달리 친구에게 아는 척 하기도 어렵고 다가가기도 쉽지 않다. 한 친구가 용기를 내어 마음을 담은 편지를 쓴다. 친구의 화답으로 두 친구는 벽을 깨트리고 함께 걸어갈 수 있었다. 휘리 작가의 그림책 『잊었던 용기』는 아름다운 수채화 그림 속에 섬세한 마음의 상태를 잘 보여주고 있다. 관계를 만들어가는 데 있어서 진심을 담아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배운다.


살면서 용기를 내야 할 때가 있다. 두렵고 힘들어도 용감하게 인정하고 말해야 할 때도 있다. 살면서 했던 많은 말들 중 가장 용감했던 말은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용기있게 내 마음을 인정하고 표현했을 때이다. 나에게도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되어준 에피소드들이 있다.


#1 “지금 내 마음은 아니라고 합니다.”

지역의 인근 대학교들과의 연합 동아리에서 한 남자선배를 만났다. 그는 나보다 나이도 많고 덩치도 좀 있어 든든해 보였다.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큰 탓일까? 나는 나이가 많은 듬직한 남자와 결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그런 면에서 내 마음에 드는 부분이 있었다. 그래서 내가 먼저 용기를 내어 좋아하는 마음이 있다고 표현하였다. 두렵고 무서운 마음에 얼굴이 화끈거리고 말은 더듬거렸다. 그는 내가 좋은 사람이지만 자신은 그런 마음이 아니라고 거절하였다. 기분이 많이 상했다. 시간이 한참 지나서 이번에는 그가 나에게 진지하게 만나고 싶다고 하였다. 하지만 그 즈음에는 그에 대한 내 마음의 열정은 잔잔하게 가라앉았다.

“지금 내 마음은 아니라고 합니다.” 그때도 많은 용기가 필요했다.

그와의 관계는 조금 친한 선후배 사이로 이어졌고, 대학 졸업 후에는 만나보지 못했다.


# “내가 졌어. 항복이야.”

캠퍼스 커플인 지금 남편과 결혼하기까지는 오랜 시간 한 마음으로 나만을 바라보고 챙겨주고 기다려준 그의 큰 마음 덕분이다. 대학 2학년 초에 처음 만났을 때 ‘이 사람과는 뭔가 있겠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는 내가 생각하는 이상향과는 거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네가 좋아.”

그는 내가 처음부터 마음에 들었다며 적극적으로 다가왔지만 나는 친구로 지내자며 선을 분명히 했다. 가끔 만나서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함께 하는 모임도 있어서 기차를 타고 함께 가기도 했다. 학교에서 소문나게 다른 남학생이랑 사귀기도 했는데, 그는 나에 대한 마음을 접지 않고 한결같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한 사람을 향한 한결같은 마음은 스며들 듯이 서서히 내 마음을 채워갔다. 4학년이 시작되는 어느 봄날, 그를 향한 내 사랑이 목까지 차올라 두 손을 들 수 밖에 없었다.

“내가 졌어. 항복이야.”

그 이후에 그의 군입대와 발령 문제 등을 포함해 여러 가지 우여곡절과 어려움이 많았지만 우린 결혼하고 지금까지 가장 가까운 친구같은 부부로 잘 살고 있다.


# 내 모든 마음들을 다 인정합니다.

40대 중반에 깊이있는 마음 공부를 하면서 엄청난 변화의 시간이 있었다. 겉으로는 평탄한 모습 같은데, 가면을 쓰고 있는 듯이 내 마음의 진실이 느껴지지 않고, 마음 속에 무거운 돌덩이가 들어있는 듯 답답하고 힘들었는데, 그 원인의 실마리를 찾은 것이다. 미움, 원망, 서러움, 슬픔, 수치심, 열등감, 교만 등 진저리칠 정도로 정면으로 바라보고 받아들이기 싫은 모습의 실체를 만났다. 내면 깊이 눌러놓고 꽁꽁 숨겨놓은 나의 원초적인 모습은 정말 보기에 흉측한 괴물같은 모습 같았다. 그 마음들을 받아들이고 인정하기가 쉽지 않았다. 나의 약한 모습, 못난 모습을 들킬까봐 무서워 숨기고, 나의 부끄러움과 수치스런 모습을 감추며 그렇지 않은 척 포장하느라 힘들었던 것이다. 그 저변에 깔린 깊은 마음들을 보니 내가 왜 그렇게 선택하고 왜 그렇게 행동을 했는지 이해가 되고 해석이 되었다.

‘이게 바로 나였구나, 아니 나라고 생각하고 힘들게 살았구나’

마음공부를 계속 하고 있는 지금은 작은 마음의 움직임에도 예민하게 들여다보고 바라보고 인정해주려고 한다. 마음은 그저 그대로 인정받기를 원할 뿐 이상하고 나쁜 것도 없다. 숨기고 감출 것도 없다는 걸 인정하니 훨씬 가볍고 쉽다.


제제의숲에서 나온 그림책 『내 마음을 말하는 용기』 는 두려움 없이 내 마음을 말하는 법을 실용적이고 친절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좋으면 좋다고 말하고, 싫으면 싫다고 말할 수 있게 연습하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는지 보여준다. “용기를 내라.” 혹은 “용감하게 말해야지.” 잔소리하거나 강요하지 않고 그림과 함께 잘 보여주고 있어서 아이들과 함께 마음을 표현하는 연습을 하기에 좋을 것 같다.


놀고 있는 친구들 사이에

"나도 같이 놀자!"라고 말하면서 낄 수 있나요?

자신의 마음을 말하는 데는 용기가 필요해요!

누구든지 꼭 용기를 내야 할 때가 있어요.

내가 싫어하는 일을 당했을 때는

"싫어!"라고 말해도 괜찮아요.

처음에는 말하기 힘들어도 점점 익숙해질 거예요.

그러니까 큰맘 먹고 용기 내서 말해 봐요!

내 마음을 말하는 용기 그림책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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