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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하는나무 May 13. 2023

너 자신이 정말 강하다고 느낀 적은 언제야?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


# 그림책 에세이(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

#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 조던 스콧 글, 시드니 스미스 그림, 김지은 옮김, 책읽는 곰, 2020


나는 외유내강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겉은 부드러우나 내면은 단단하고 강하다는 뜻이다. 내가 추구하고 있는 삶의 방향이기도 하고, 내 삶에 드러난 모습의 일부이기도 하다.

생각해보면 외유내강은 자연의 속성이요, 본질인 것 같다. 부드러운 대지(흙)가 큰 나무를 품고 있는 것이나 작은 싹이 단단하게 여물어 가는 것이 그것을 잘 보여준다. 작은 씨앗이 흙을 뚫고 나와 새싹으로 자라는 모습을 보면 그 생명력의 강인함에 감탄하게 된다. 물은 또 어떤가?


“천하에 물보다 부드럽고 약한 것이 없으니, 단단하고 강한 것을 쳐서 능히 이기는 데는 물 만한 것이 없다. 이는 물을 거스를 것이 없기 때문이다. 약한 것이 강한 것을 이기고, 부드러운 것이 굳센 것을 이김을 천하에 모르는 사람이 없지만 기꺼이 행하는 사람도 없다.”


노자의 말처럼 힘이 없고 약한 듯한데, 어우러지지 않는 곳이 없고 거스름이 없다. 자연의 존재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약한 것이 강한 것을 이기고, 부드러운 것이 굳센 것을 이긴다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다.


학급을 맡으면 특수학급에 입급될 정도의 지적 장애나 어려움을 가진 아이들의 부모님을 만나면 꼭 드리는 말이 있다. “어머니는 참으로 강인한 영혼을 가진 분입니다.” 교사로서 최선을 다해 도움을 주려 하지만 해줄 수 있는 게 별로 없는 현실이 안타까울 때가 많다. 그 분들이 짊어질 어려움과 삶의 무게에 마음이 숙연해진다.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 그림책 표지

글작가 조던 스콧의 자전적 이야기를 그림책으로 만든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 에도 내면이 강인한 아버지가 나온다.

말을 더듬는 아이는 학교에서는 말을 할 일이 생기지 않기를 바라면서 늘 맨 뒷자리에 앉아 있다. 잔뜩 겁을 먹고 있는 자신을 바라보는 수많은 시선을 견디는 건 너무나 힘들다. 유난히 힘든 하루를 보낸 날, 아빠는 아이를 데리고 강가로 간다. 슬픔에 사로잡힌 아이를 달래면서 아빠가 말한다.


“강물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보이지?

너도 저 강물처럼 말한단다.”


나는 강물을 보았어요.


약함을 약함으로 보지 않고, 아이의 고유한 존재성으로 인정해주는 이 아버지는 엄청난 사랑으로 아이를 지지하고 격려해준다. 그림책을 읽는 나도 힘을 얻는 기분이 든다. 말을 더듬는 걸 아이의 언어장애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고유함으로 바라보는 아버지의 시선은 그만큼 강인한 내면을 보여주는 것 같다. 그 큰 사랑과 격려 덕분에 어린 조던 스콧은 자라서 시인이 되어 말로는 미처 표현하지 못한 말들을 아름다운 시어로 말하고 있나보다.


“너 자신이 정말 강하다고 느낀 적은 언제야?”

“내 약점을 대담하게 보여 줄 수 있었을 때.”

『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의 말』에서 소년과 말이 주고받은 대화처럼 내 약점을 대담하게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은 내면이 단단하고 강한 사람만이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 강하지 않으면 두려운 마음에 감추거나 숨기려고 하기 때문이다.


나도 엄마가 되었을 때 강인함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엄마가 뭔지도 모르면서 내 안에 생명을 잉태하면서 엄마가 될 마음의 준비를 한 것 같다. 어렵고 힘든 순간이나 기쁘고 즐거운 순간들을 지나면서 엄마기 되어갔고, 엄마이기에 어린 생명에 대한 사랑과 책임감으로 내 역할을 묵묵히 감당해왔고, 지금도 진행중이다. 부모가 되고 보니 나의 부모님들이 새롭게 보였다. 농사지으며 가난한 가운데서도 자식들에게 최선을 다하신 모습이 그 자체만으로도 대단하고 강한 분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약함 가운데 강함이 있고 강함 뒤에 약함이 있음을 알기에 나의 약함도 사랑하고 받아들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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