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행하는나무 May 20. 2023

살면서 얻은 가장 멋진 깨달음은 뭐니?

『때문에(Because)』, 『나의 아기 오리에게』


# 그림책 에세이(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

# 『때문에(Because)』 모 윌렘스 글 · 앰버 렌 그림 /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나의 아기 오리에게』 코비 야마다 글 · 찰스 산토소 그림 / 김여진 옮김 / 상상의힘

때문에 그림책 표지

“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


작년부터 집 근처에 있는 공동체 텃밭에서 생태 체험을 하고 있다. 뜻이 맞는 몇몇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시작한 공동체 텃밭에 뒤늦게 합류한 것이다. 1.5평 정도의 작은 텃밭이다. 땅을 고르고 정리하여 몇 가지 씨앗을 뿌리고, 나눔 받은 모종을 심었다. 바쁘다는 핑계를 대며 일주일에 한 번 정도 가서 물을 주고, 풀을 뽑아주는 게 전부일 뿐인데, 텃밭에 갈 때마다 깜짝깜짝 놀란다. 정말 하루가 다르게 자란다는 게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상추나 아욱 등 잎채소들이 일주일이 지나면 풍성하게 올라와 수확할 게 늘 있다.


들깨 모종을 심지도 않았는데, 들깨 순이 여기 저기 올라오기 시작하여 세고랑 중 한 고랑 가득 빽빽하게 올라와 있다. 작년에 심어서 들깻잎을 따 먹고 내버려두었는데, 여기저기 씨앗이 자리잡고 있었나보다. 내 노력은 하나도 들이지 않았는데, 들깨 씨앗이 땅 속에 숨어 있다가 자연 발아한 것이다. 이걸 가리켜 게으름뱅이 농법이라고 한다고 누군가 친절하게 알려주어 함께 웃었다.


“들깨 모종 가져다 심으세요~”


넘치는 들깨 모종 덕분에 주변에 인심도 쓰고, 들깻잎을 따서 쌈을 싸 먹거나 부침개를 해서 함께 나누어 먹었다. 텃밭을 일구면서 자연의 놀라운 생명의 순환 덕분에 파릇하고 신선한 채소를 한아름 담아온다. 고맙고 감사한 존재가 어찌 자연뿐이겠는가?


공동체 텃밭 천막 쉼터가 5월초 강한 비바람으로 완전히 부서졌다. 최근에 공동체 회원들이 힘을 모아 원래 있던 것보다 더 튼튼하게 수리하고 보수하는 모습을 보았다. 60대가 넘는 분들이 대부분인데, 힘들다고 투덜거리거나 얌체처럼 몸을 사리지도 않고 제 역할을 척척 해내는 과정은 참 아름다웠다. 회원들은 텃밭에서 나는 쌈채소들을 지역의 공유 냉장고에 나눔하기도 한다. 우리가 서로 연결된 존재라는 걸 일깨우는 그분들 덕분에 시원한 그늘도 누리고 나눔의 가치를 배운다.


인생을 산다는 것은 크고 작은 배움과 깨달음의 연속이다. 그 배움과 깨달음은 그 깨달음으로 이끌어준 존재들이 있기에 가능하다. 내가 살면서 얻은 가장 멋진 깨달음은 나는 결코 혼자가 아니라 모두와 연결된 하나라는 것이다. 개별적인 몸을 가지고 각자의 고유성을 드러내며 살아가고 있지만, 우리 모두는 본래 사랑과 빛의 에너지이며 근원의 존재와 연결되어 있다. 이 깨달음 이후 혼자 있어도 더 이상 외롭다는 생각은 하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모든 것이 누군가의 수고와 도움으로 가능했다는 것을 숨쉬는 순간마다 인식한다. 넉넉히 주기만 하는 우주와 자연에서부터 묵묵히 제자리에서 할 일을 하시는 분들의 수고와 온갖 편리한 물건들 덕분에 오늘 내가 건강하고 편안한 일상을 누리고 있음을 잘 안다. 사랑하는 가족들과 수많은 인연을 가진 분들 덕분에 내 삶은 더 따뜻하고 풍성하다. 그래서 나의 기도는 단순하지만 더 깊어졌다.

“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


그림책 『때문에(Because)』 는 재미있는 책이다. 마치 말 꼬리 잡기 놀이처럼 하나의 사건이 다른 결과를 불러오고, 그 결과가 다른 사건을 시작하는 식이다. 베토벤이 아름다운 음악을 작곡했기 때문에로 시작하여 수많은 사람들과 이야기가 이어지고 오늘밤 누군가가 변화된 이야기로 끝난다.


“그렇게 일은 일어나는 거란다.”


일반적으로 ‘때문에’는 어떤 일이 발생한 원인을 나타내는 말로 뒷부분에 부정적인 상황 혹은 변명같은 것이 이어져 불평이나 불만의 의미로 사용된다. 하지만 이 그림책에서는 상황과 결과가 좋다, 나쁘다 라는 판단을 하지 않고 일어난 일을 그래로 보여주면서 ‘~했기 때문에 ~했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그래서 ‘때문에’라는 말을 우리가 감사나 지지의 뜻이 담긴 ‘덕분에’라는 말과 바꾸어 써도 크게 이상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이 그림책에 담긴 의미를 들여다보면 ‘나비 효과’처럼 모든 일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것을 찾을 수 있다. 우리는 혼자가 아니고 서로 연결되어 도움을 주고받는 존재라는 것이다.

나의 아기 오리에게 그림책 표지


그림책 『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처럼 인생을 더욱 반짝이게 하는 깨달음을 주는 그림책이 있다. 코비 야마다의 깊이있는 글과 찰스 산토소의 귀여운 그림이 돋보이는 『나의 아기 오리에게』 이다. 이 아름다운 그림책 덕분에 멋지게 글의 마무리를 할 수 있어 감사하다. 


“너그러워지길

네가 나누었던 것들이 최고의 선물로 되돌아오게 될 거야


다른 누군가를 위해 곁에 머무를 줄 알아야 해

따스한 행동은 따스한 감정으로 연결되지


살아 숨 쉬는 모든 것들에 친절하기를


감사는 행복으로 가는 비밀의 문이야

감사할 줄 알면 감사할 일을 더 많이 찾을 수 있을 거야.“




작가의 이전글 너 자신이 정말 강하다고 느낀 적은 언제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