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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하는나무 Jun 01. 2024

엄마의 컬러링

엄마 인생 자체가  예술입니다.

“엄마, 인천에 올라가요.

마침, 딸이 일을 쉬고 있으니 얼마나 좋아요?”

“뭐 하러? 내 집이 젤 편하지.”

시골에 홀로 계신 엄마를 만나러 한 달에 한 번 고향으로 여행처럼 나들이를 하곤 한다. 이번에는 월요일에 남편과 함께 내려와서 인천으로 올라가자고 권했다. 엄마는 손사래를 치신다. 건강이 안 좋아지면서 여행이나 바깥나들이가 부담스러워졌는지 번번이 안 간다고 하셨다.  

“처제가 힘든데, 이참에 좀 쉬게 하고, 손주들도 만날 수 있으니 같이 올라가요.”

사위의 적극적인 권유와 결정적인 한 마디에 마음이 움직였다. 가까이 살면서 병원도 모셔가고 반찬도 챙겨주는 막냇동생이 많이 지쳤다. 그걸 알기에 동생 좀 쉬게 하자는 말에 기꺼이 인천행을 받아들였다. 농사일도 내려놓고, 반찬 만드는 것도 자신 없어 에게 의지하는 자신의 무력함에 동생에게 늘 고맙고 미안해하시는 엄마다.  


마지막으로 인천에 오신 지가 언제인지, 10년 가까이 되어가나? 사위는 딸네 집에 와서 마음 편하게 지내시라고 살갑게 말한다. 그래도 엄마는 30년 사위가 아직도 만년 손님처럼 어려운지 다 내려놓지 못한다. 일주일을 약속하고 인천으로 올라온 엄마의 인천살이가 2주간으로 연장되었다. 이번에도 공헌자는 사위다. 하루하루 지나면서 엄마의 표정이 조금 밝아지고 식사도 잘하신다. 시골에서 혼자 지내다가 함께 식사도 하고 이야기도 나눌 수 있어서 불편한 아파트 생활도 참아내신다.    

 

평생 시골에서 농사지으며 새벽부터 밤까지 억척같이 힘든 일을 해내신 울 엄마. 작고 여린 몸집이지만 혼자 힘으로 자식들을 키워 독립시켰다. 자신을 조금도 돌보지 않고 열심히 일만 하고 살아온 일생이 정말 존경스럽다.

“내가 어쩌다가 이 지경에 이르렀을까?”

육신은 여기저기 아픈 구석이 많다. 팔십 중반에 이르러 약해지고 병든 당신의 몸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하루에 먹는 약도 많고 이 병원 저 병원에 다녀봐도 별 도움이 안 된다. 무력해진 자신이 답답하기만 하다. 누군들 그러지 않으랴. 안쓰럽고 안타깝고 죄송할 뿐이다.   

   

오늘 엄마가 만다라 컬러링을 열심히 하신다. 호미를 내려놓고 색연필을 손에 들었다. 어깨가 아프다고 하면서도 이 색 저 색 바꿔가면서 꼼꼼하게 색칠한다. 완성된 작품을 수줍게 보여주신다. 내 눈에는 아름다운 예술 작품으로 보인다.

“우리 엄마, 예술가네. 색깔을 아주 예쁘게 잘 칠하셨어요.”     

딸의 엄지 척 칭찬에 수줍게 웃으신다. 자랑스러움이 가득한 눈빛이다. 정말, 학교 문턱도 밟아보지 못한 우리 엄마의 걸작이다. 엄마의 인생도 힘들고 어려웠지만 컬러링처럼 멋지고 아름다웠다고, 사랑 가득 담아 응원을 보낸다.  

"엄마 인생 자체가 예술 작품입니다. 따봉!"

만다라 컬러링@여행하는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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