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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무량화
Nov 15. 2024
소천지, 용암 솟구치다 굳어버린 거친 용틀임
햇살 눈부신 월요일, 지도
를 펼치고 갈 곳 고르는 중이었다.
전화벨이 울렸다.
헬레나 씨가 같이 쇠소깍 가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말 떨어지기 무섭게
얼씨구나 아암~ Of course!
한라산이 운무 사이로 술래잡기하는 정오 무렵 로터리에서 만났다.
대기 맑고 바람 고요해 먼나무 빨간 열매 한층 선연했다.
서귀포 지역 풍작 이룬 감귤 바투게 총총 달려 멀찍이서 보면 함빡 핀 금송화 꽃밭 같았다.
오늘은 소천지 들렀다가 차는 놔두고 올레길 따라 쇠소깍까지 다녀오는 코스.
헬레나 씨 차를 타고 달리니 멀리 보이던 칼호텔도 후딱 지나쳤고 제주대학교 연수원에 금세 이르렀다.
소천지 들어가는 길목은 숲 여러 군데 나있었다.
해풍 피부에 닿아도 봄날씨처럼 온화했다.
백두산 천지를 닮아 작은 천지라 불리는 소천지.
제주 올레길 6코스이자 불교 성지순례 선정의 길에 에메랄드 원석처럼 박혀있는 숨은 비경이다.
서귀포 보목 해안가 나지막한 숲 언덕 아래 비밀스레 파묻힌
절경지로 아는 이만
안다
.
제주민이 다된 헬레나 씨야말로 내게 있어 정말이지 보물같이 귀한 인연.
귀 담아둘 제주살이 조언은 물론 길안내도 척척 앞장서주는 고마운 도반이다.
더구나 오래전부터 사진을 한 그녀라
포인트나 각도 잡기 슬쩍슬쩍 익힌다.
서귀포 안착에서부터 도움 받았으니
우리 만남은 예비된 필연이었으리.
소천지로 난 자갈밭으로 내려갔다.
화산활동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자리에 맑디맑은 호수가 천지처럼 펼쳐졌다.
규모는 작지만 호수에 되비치는 바위 무더기 반영만으로는 심산유곡 풍광 같다.
소천지 가까이 다가가는 길은 그러나 호락호락하지가 않다.
검은 기암괴석이 울끈불끈 솟구쳐 지형은 매우 거칠고도 험하다.
발 디딜 자리가 마땅치 않아 발길 옮길 때마다 뜸을 들여야 한다.
그러나 미끄럽지 않아 조심성 있게 견줘가며 건너뛰면 다칠 염려는 줄어든다.
화산이 분수처럼 뿜어져 올라오다 그대로 엉겨 붙어 굳어진 지표면이라
구멍 숭숭 나있는 다공질 현무암이기 때문이다.
호수 끝에 이르니 바위 숲 사이로 섶섬 홀연 드러난다.
대충 지형도가 그려지며 현 위치 감도 잡힌다.
울퉁불퉁한 길 되짚어 최대한
살금 걸음으로 겨우 흙길 이르러 올레길에 올랐다.
첫 번이라 겁을 냈지만 두세 번 드나들다 보면 석부작 닮은 운치 있는 바위들 찍어볼 수 있으련.
아쉬웠던 맨 아래 구멍 뚫린 바위 앞까지 바짝 다가가 배경 근사한 뒤편 바위도 담아볼 수 있으련.
날씨 잔잔한 날, 집에서 한 시간 정도 놀멍쉬멍 해변 따라 걸어서 다시 찾을 소천지.
점점 거닐 범위가 넓어지니 정원 평수가 늘어가는 셈이다.
다다익선, 좋은 현상이다.
과욕으로 과부하
걸리지 않게 마음 조절 잘만 한다면.
우리는 이제 보목을 지나 쇠소깍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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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희 지나니 만사 여유작작, 편안해서 좋다. 걷고 또 걸어다니며 바람 스치고 풀꽃 만나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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