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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량화 Nov 19. 2024

이태 만에 내 집으로

그새 두 해가 지났다.

나의 집을 떠나 한국에서 지낸 햇수야 그럭저럭 오 년.

인천공항에서 아시아나에 올라 기내식 두 차례나 고 숙면 취하고 나니 LAX에 닿았다.

어쩐 일인지 내국인 줄이 여행객 줄보다 구불구불 꼬리가 길어 입국심사 대기시간이 지체된 데다 짐을 찾는 데도  시간이 무척 걸렸다.

안과 치료 중인 아빠를 대신해 마중 나온 딸내미가 시간 반 넘어 기다린 까닭에 주차요금이 28불이나 나왔다.

그러게 택시를 타는 게 훨씬  맘 편하다니까.

낯익은 거리를 달려 집에 도착했다.

십수 년 키우던 강아지가 무지개다리를  건너서인지 암튼 실내는 눈에 띄게 깔끔해졌다.

전과 달리 요셉은 감사하게도 정리정돈과 청소의 달인이 돼 있었다.

역시 LA 날씨야말로 만 불짜리.

지난 일 년간 하도 우중충한 서귀포 날씨였던 지라, LA의 푸르고 맑은 대기 심호흡하며 새삼 천사의 도시임을 실감했다.

태생적으로 주어진 조건에서 만족부터 찾는 매사 긍정적인 성격이라서 인지 몰라도, 나는 여전히 미국이나 한국 양쪽 어디든 다 살만하다 여기며 좋아한다.

미국에서 거주할 때도 그랬듯이 특별히 어느 나라를 편애하거나 싫어하지 않는다.

한국은 한국대로 살기 편해서 좋고 미국은 미국대로 불편함 없이 잘 적응하며 지낸 곳.

말하자면 사막에 데려다 놓아도 그 여건을 십분 활용해 즐겁게 지낼 만큼 적응력이 남달리 뛰어난 편이다.

물론 그런 극한체험은 실제 해본 바 없지만 주변에서들 그렇게 평가한다.

코로나로 막혀 오가지 못한 채라 지난번 방문은 삼 년 만이었으나 이번은 두 해가 지나서 찾게 된 LA.

가로엔 부겐벨리아꽃 휘늘어졌으며 화들짝 핀 극락조꽃, 연분홍 망고꽃은 봄기분을 들게 했다.

뜨락에 선 레몬트리 마다 열매 노랗게 익어가고 있었다.

심지어 오월에 피는 향기로운 자카란타꽃 아직도 연보랏빛 꽃송이 매달고 있으니 시절 없이 꽃 피고 지는 LA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가.

반면 어느 골목 양켠의 플라타너스 눗누러이 단풍 든 지금은 11월도 중순.

그럼에도 기온은 13도에서 17도를 오가는 온화한 날씨다.

도심을 약간만 벗어나도 사막 같은 황무지에 조슈아트리 기도하며 서있는 캘리포냐.

미국에 와 다행히 시차 치레로 고생은 하지 않았다.

다만 입동을 지나 겨울로 향하는 한국과 차이나는 따스한 기온에 적응하느라 몇 며칠 몸살감기로 시난고난하다가 이제 겨우 정상으로 돌아와 몇 자 흔적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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