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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량화 Nov 20. 2024

그분의 처소

로스앤젤레스 다운타운에 자리한 '천사들의 모후 대성당'은 초현대식 모던한 건축물이며 세계에서 세 번째로 규모 큰 성당 건물이라고 한다.

외형 자체의 첨단을 달리는 파격미 말고도 어마어마한 규모의 위세로  입 벌어지게 만든다.

엄청난 크기의 종교시설물은 후대에 관광자원이 되는 이점 외엔,  사실 그 자산가치로 인해 기묘한 셈법부터 떠올리게 하면서 보통사람들로 하여금 위화감과 거부감까지 부추기는 면도 없잖다.

 천사들의 모후 대성당 Cathedral of Our Lady of the Angeles, 위용은 한마디로  대단하다

나는 높고 거룩한 곳에 거하며 또한 통회하고 마음이 겸손한 자와 함께 거하나니....

이사야서 말씀인즉  하느님께서는 통회하는 자, 마음이 겸손한 자와 함께 거하신다 하였거늘.


글쎄다.


웅장한 대리석 석주에 고딕식의 뾰쪽지붕 등
세월의 이끼에 싸인 고색창연한 성당 이미지는 어디에서도 찾기 어렵다.

.
그 파격에 잠시 어리둥절해진다..


LA 다운타운 안에서도 그중 중심이다.


현대식 빌딩숲의 번다한 지하주차장에서 입구는 시작된다.


여늬 성당과는 입구부터가 판이하다.


층계 올라 저만치 현대식 건물이 웅자를 드러낸다.


전형적인 성당 분위기라면 오직 한 곳,

거대하고 육중한 청동문에서 겨우 느껴진다.


유럽의 유명 성당 청동문도 이렇듯 위압적인 부조나 라틴어 문구가 새겨져 있고 육중했다.


그런 고딕식 대성당의 아찔한 뾰쪽탑을 보면서 왜 번번 나는, 성전 건축시 얼마나 많은 인부들이 스러졌을지 생각부터 들었을까?


하느님 보시기엔, 좋은 교회 건축물이란 이런 게 아닐 것이다란 생각이 거푸 들기도 했으니...
 


스페인 출신의 건축가, 라파엘 모네오(Rafael Moneo)가 설계한 LA 천사들의 모후 대성당.


1994년 로스앤젤레스 지역의 노스리지 (Northridge) 대지진으로 성 비비아나 성당 (St. Vibiana Cathedral)이 재건 불가능할 정도로 파손되고 말았다.


이에 로스앤젤레스 시가 1996년 성 비비아나 성당을 폐쇄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새로운 성당의 건립 필요성에 의해 신축되었다.  


전통적 성당 설계 요소를 현대적으로 재해석, 설계에 반영하여 1997년 공사를 시작한 이래 2002년 9월 2일 완공하였다.


로스앤젤레스에서 가장 혁신적인 건축물의 하나로 꼽히는 천사들의 모후 대성당.


 공연장과 전시장 등 다양한 문화시설을 갖춘 종교 장소이자 로스앤젤레스의 문화광장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대표적인 명소 중 하나이다.  
 


초현대식 건물로 12층 높이에 수용인원 약 3000명을 품을 수 있 대성당이다.

성 비비아나 성당과 같은 불운을 피하기 위해 198장의 고무 패드 위에 지어졌다는데.


 지진 활동 시 건물이 같이 움직일 수 있도록 내진 설계가 되어 지진에도 충분히 견디도록 건축되었다고 한다.

더불어 다양한 인종의 집합체인 로스앤젤레스의 특성에 맞게 여러 민족을 아우를 수 있는 정신적 구심점으로 다운타운 중심가에 위치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대교구 소속의 성당이다.

 성당이라는 감을 겨우 잡을 수 있는 것은 현관 위 높직이 선 천사의 모후이신 마리아 조각상,


로버트 그레이엄 (Robert Graham)이 선보인 단순한 작품이 전부다.

대리석으로 압도하는 성인상도, 찬연히 빛을 발하는 스테인드 글라스도 보이지 않는다.

 낮에는 잘 모르나 성당 정면의 조명이 켜지는 커다란 십자가가, 밤이 되면 설화석고(Alabaster)로 이루어진 창문에 반사되어 멀리서도 성당을 알아볼 수 있는 로고 역할을 한다고.


본당에 들어서면 맨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 대형 벽화,


커다란 성수대 앞에서 세례 받는 예수님은 무릎 꿇은 채다.


그리스도인의 시작을 상징하는 세례벽화는 정면 제대와 마주하도록 배치했다.


그만큼 가톨릭에 있어 상징적으로 중요한 의미이자 구심점이 세례성사이고 제대이다.


더불어 성당에 들어오므로, 미사전례에 참에하므로, 죄로 얼룩진 우리의 누추하고 남루한 영혼을 정화시키라는 뜻으읽힌다.


성당 내부에는 105개의 파이프로 이루어진 60 피트 높이의 파이프오르간이 정좌하였다.


남극 대륙을 제외한 모든 대륙에서 가져온 목재로 제작한 대주교의 교좌며 천사의 모습이 새겨진 12개의 청동 봉헌 촛대 등등.


사이먼 토파로브스키 (Simon Toparovsky)의 청동 조각상인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상도 그 예술적 가치가 탁월하단다.


십자가의 길 대신 성인 모습이 아로새겨진  태피스트리가 양쪽 벽을 빙 돌아가며 장식되어 있다.


한복 차림의 김대건신부, 정하상수사도 등장하는 대형 태피스트리는
‘성인들의 통공 (The Communion of Saints)’이란 제목의 작품이라고.


미국 내 성당 중에서는 가장 큰 태피스트리로 캘리포니아 출신의 유명 예술가 존 네이버 (John Nava) 솜씨이다.


  


전례는 천상의 성인들과, 지상의 우리들이 함께 드리는 부활 축하 잔치다.


평일 오후 시 미사에 참례했다.


참석자는 주로 스페니쉬들과 여행객 차림의 백인 순례자들이다.


성인들과 함께 제대를 향해 고개 낮춘 채 합장 자세로 미사를 드리노라니 절로 경건해진다


불투명유리를 거친 태양빛의 은은한 자연조명 아래 천상의 나팔 소리 같은 파이프오르간의 음악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두 손 모으고 있노라면 성스러운 하늘의 소리가 스며듯.


바로 그 순간 우리 모두는 희고 검음 없이, 높고 낮음 없이 누구나 다 똑같이 주님으로부터 초대받은 어린양이 된다.


성당 내부 벽은 자연목 그대로의 질감인 채 덧칠이나 장식을 최대한 배제시켜 안온한 느낌젖어 한다.


상긋하니 그윽한 목 향 사방에서 스며 나올 듯 한 분위기다,  


성당의 지하에는 로스앤젤레스 대주교들이 안치된 지하묘와 납골당이 마련되어 있다.


그곳으로 향하는 길목마다 울긋불긋 동심 같은 성화들이 전시되어 있어, 지하가 주는 무거운 느낌 대신 마음 따스히 다독거려 주었다.


긴 회랑을 따라 걸어가는 도중, 잠시 의자에 앉아 눈을 감았다.


지하임에도 천상에서 울림직한 빛의 소리가 들려오는 듯 하였다.


 무한 편안하고 아늑한 감이 들었다.


바로 이 순간 느끼는 차분함이 곧 마음의 평화 아니랴.


지하묘를 일별하고 성당 밖으로 나오니 초겨울 햇살이 맑게 여울졌다.  


천사들이 노닐고 있는 대형 유리 방음벽에도 불구하고 그러나 대뜸 거칠게 달려드는 도회의 번잡.


이제 그곳으로 나 다시 돌아가야 할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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