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도랑치고 가재 잡고

2009

by 무량화

봄기운이 감도는 오후 내내 뒤란 텃밭에서 흙을 고르고 씨앗 뿌릴 준비를 하였어요. 싱그런 채전을 꿈꾸면서요. 뜰에는 자잘한 풀꽃이 피어있었고요.



제일 먼저 피는 들꽃인 별꽃이며 앙증맞은 꽃마리며 주름잎꽃이며 봄까치꽃(애초 이름은 입에 올리기 민망 하드만 이리 이쁘게 개명)도 푸른빛 꽃잎을 살몃 열었네요.


하루 종일 볕 드는 일등석 양지쪽에 자리 잡은 냉이는 소복하니 줄기마다 옹골차게 하얀 꽃을 매달았더라구요. 미동부 뉴저지는 기후대가 한국과 비슷해 소나무 개나리 흔하고 들꽃도 낯설지 않더군요.



팔에 힘을 모아 푹푹 삽으로 흙을 뒤엎어 준 다음 골고루 밭을 고르고 씨앗 뿌릴 준비로 두둑한 이랑 아래 얕으막히 고랑도 팠어요.


흙을 파헤칠 적마다 덩달아 나와 꼬물대는 이넘들이 발가벗겨진 채로 누드쇼를 보여주더라구요.

쥔장을 도와 흙일을 거든 농기구들도 몫몫이 수고했으니 응당 선을 보여야겠지요. 호미는 잘못 간수해 녹이 벌겋네...



발그레한 부추 싹이 함빡 솟아있더라구요, 겨울을 난 야리야리한 첫 순은 얼마나 좋은 보약재인지 피 한 종지랑 맞먹는다지요.


겨우내 노지에서 눈에 덮여있던 갓, 그 기상도 씩씩하지요. 요건 봄이면 장다리 올라 노랑꽃 환하게 피니 두었다가 씨를 받을 거구요.


눈 정화시킬 겸 칸막이로 거실에 들인 싱그런 재스민 덩굴 지금 막 몽글몽글 피어나 재스민 꽃향기 띄워 보내는군요.



이쯤에서 저녁 지어야 하니 된장 두어 수저 푸욱 떠서 대충 콩을 으깬 다음(얌전스레 하려면 체에 밭치지만 촌사람은 가끔 씹히는 맛도 괜찮음)
버섯 다시마 파뿌리 무 멸치를 넣고 푹 끓인 다시 물을 빼놓고 쓰는 참한 살림꾼도 있으나 내식대로 터프한 된장찌개.


뚝배기에 멸치 네댓 마리에다 마늘 양파 땡초 애호박을 때려 넣고 되도록 쌀뜨물로 끓이는데요.


오늘은 밭을 일구다 달래를 한 무더기 발견, 옳커니~ 저녁찬 간단히 해결! 봄소식 표 식탁, 이게 바로 일석이조요 제목에서 보다시피 도랑치고 가재 잡고.

된장찌개가 한소끔 끓으면 청국장 좀 올리고 고춧가루 적당히 넣어서 한 번 더 끓여주면 향긋 구수한 초간단 달래된장찌개 완성~~


으음! 이 그립고 그리운 내음, 달래된장찌개 향이라니............. 요건 상상일 뿐 미국달래는 뻣뻣한 데다 한국 토종달래처럼 신선하게 톡 쏘는 향이 없어요. 쑥도 쑥은 쑥이건만 쑥향 제로.


바글바글 끓는 걸 동영상으로 찍어야 맛있게 보이는데 폭발하는 침샘 주체 못 해 그쯤에서 수저부터 챙겼구요, 된장찌개 팔팔 끓는 사진임에도 어쩐지 영 미적지근한 게 맛없어 보이나 내 입맛에는 딱입니다. 2009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