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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무량화
Dec 13. 2024
비현실적인 그러나 생생한
단순히
구경
만 하는 여행이 아니라
가족끼리 떠나는
자유
여행은
경험하는
여행이
다
.
트레킹을 하면서
문자
의 희롱에 불과한
말이
부질없게
느껴졌
다.
지평선에서
시선을 옮기면
저 아래
굽이치는 콜로라도 강줄기가 아주
선연히
잡혔
다.
캐니언 주위에는 모두 세 곳의 레저베이션이 있
는데 그중 하나인 데저트 뷰 포인트 서쪽의 나바호 인디언 보호구역이 얼추
저
쯤일게다.
생각사록 안타까운 일이다.
그들이 신성시 여기며 하나로 동화되어 살았던 자연을 그들로부터 빼앗은 것은
영혼 나아가 삶 자체를 고사시키는 잔인한 짓.
나바호 인디언들이 호쾌하게 말 달리던 협곡과 이어진 평원 저 어디쯤 비포장길 덜컹덜컹 먼지 날리며 달리다 보면 그들의 비탄 어린 한과 조우하게 될 것 같아 잠시 먹먹해진다.
보호구에 갇혀버린 인디언들에게 유독 짠한 마음이 들던 이곳.
광활한 사막과 협곡 웅장한 캐년을 자재로이 넘나들던 기상은 꺾이고 초라히 움츠러든 그들에게 대지는 다시 한번 웅비의 기회를 선사할까.
지질학자 클래런스 더튼은 “하루나 일주일, 혹은 한 달 안에 이곳을 제대로 파악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으며 공부하고 또 공부해야만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
그랜드캐니언.
1908년 천연기념물 보호 지역으로 설정됐다가 1919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이곳.
지금은 세계인이 선호하는 관광지 1호이지만 먼 훗날 인디언 해방구가 되지 말란 법도 없겠다.
무궁한 일월의 어느 한 지점, 사라지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다면 그날을 맞을지도 모를 일
.
그랜드 캐니언 지층의 까마득한 역사를 읽으면서 그런 상념에 젖게 된다.
우주적 안목으로 관망하면 종잡을 수없이 엎치락뒤치락하기는 종족이며 국가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 개개인 삶도
마찬가지이고
.
모르기로야 그랜드캐니언뿐 아니라 우리네 생도
그와 흡사
하니까.
티끌보다 미미한 존재인 우리는 서로
도토리 키재기하며 온갖 욕망이 들끓는 용광로 안에서 오늘도 이전투구 불사한다.
요즘들어
권력 다툼으로
날이면
날마다
어지러이 요동질 치고
있는
한국 정국
.
12월 3일, 미국시각은 아침 일곱시 넘어서였다.
출근하던 딸내미가 한국에서 비상계엄 속보가 떴다며 뉴스를 보라고 전화를 했다.
느닷없이
이게 대체
무슨 소리야?
얼른 티비를 켰다.
밤 11시 대통령이 굳은 얼굴로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잇따라
반국가,
체제전복, 체포, 처단 같은
딱딱한 문장들이 동원된
무시
무시한 포고령이 떴다.
육이오가 끝나고도 오래도록 정국은 혼미했다.
사일구 오일육을 지켜봤으니 노대통령이 하야 후 하와이로 떠나는 초췌한 모습을 접하게 됐다.
열여덟 해가 훌쩍 지나
박대통령이 시해되며 전국에 비상계엄 조치가 내려졌다.
이듬해 신군부가 계엄군을 풀어 광주를 점령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때
78
년 생인
딸내미는 아기라 새근거리며 자고 있었고 초등학교에 다니던 큰아이는 친구랑 마당에서 뛰놀았다.
내 생전에 다시 마주치리라 여기지 않은
아주 낯선 단어 비상계엄령.
비현실적인 그러나 생생한 현실이었다.
어리둥절하면서도 불안스러운 날들이라 매시간 한국 뉴스만 봤다.
잠에서 깨어나면 뉴스부터 챙겼다.
귀국 날짜가 다가올수록 갈팡질팡. 식구들은 비행기표를 물리라고 했다.
그러나 아들 가족이 그 땅에서 살고있는데 무슨 소리, 무조건 나는 돌아왔다.
아직도 어수선하게 소용돌이 치고 있는 나라로.
한치 앞도 헤아리기 어려운
탄핵
정국 속으로.
불가능하기로는 미래를 예측하는 일, 내일은 신 외의 아무도 예단할 수 없지 않은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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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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