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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량화 May 15. 2024

봉축! 성인 오신 날

오늘은 부처님 오신 날.

이맘때의 누리는 더없이 빛난다.

저마다 연둣빛으로 빛나는 잎새들.

어디나 초파일을 전후하여 신록의 숲은

몽실 거리며 부푸는 눈엽들로 꽃보다 아름다웁다.

성인이 태어나신 달은 자연조차 예우 갖춰 특별한 성찬 의식을 준비하는가,

딱딱한 껍질을 깨고 흑암에서 새 생명체가 부활하는 신춘의 이스터 역시

이 세상 모든 만상을 향해 희망의 봄이 왔음을 알리는 신호탄이기도 하다.  

동서고금의 성인마다 최고의 덕을 인(仁)으로, 사랑으로, 자비(慈悲)로 들었지만 궁극은 한결같이 선(善)이다.

선은 악과 대척점에 선다.

설하는 방법론에서 차이는 있을지언정 지향하는 바는 동일해, 꼭대기에서 만나면 권선징악,

한마디로 '바르게 살자'란 아주 쉬운 문구로 귀결된다.




이즈음, 투명한 햇살 아래 잎잎이 반짝대는 신록의 숲 빛깔은 눈부시기 그지없다.


수목마다 푸른 수액 부지런히 퍼올리고 있는 시방은 찬란한 봄이 무르녹는 오월.                                                                             

계절의 여왕이라 불리는 오월, 한국에선 어버이날이 들어있어 가정의 달로 기리며 초파일인 오늘은 스승의 날이기도 하다.

그래서인가.

오월은 스치는 바람결마저 향기롭다.

산과 들 여기저기 인동초 아카시아 찔레꽃 보얗게 피어나서이다.

미풍 따라 넘나드는 달큰하면서도 청신한 향

그중엔 송화 노란 향도 그리움 되어 떠다닌다.


골 깊숙하게 자리한 산사를 찾아 초파일 날 절 밥 한 그릇 풋나물에 고추장 얹어 쓱쓱 비벼 먹던 그 미각 그리워지는 날.


망개 잎 오그려 석간수 떠마시고 바윗전에 앉아 땀을 식히던 금정산이며 팔공산 산자락 신록 그늘이 그립게 떠오른다.


경주에서 골굴암 가는 양쪽 길가 수채화 같은 수해도 좋았고 남해 보리암 오르는 산길 신록도 멋졌는데......

물렁한 서양배와 포도맛 드롭프스로 기억되는 유년의 크리스마스가 템페라화라면 초파일 추억은 은근스러운 수묵담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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