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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량화 Jul 02. 2024

하회마을 신목 둘러싼 염원들

회(河回)라는 이름은 물돌이동, 낙동강 물길이 태극 모양을 그리며 마을을 휘감아서 돌아 나오는 형국이라서다.

하지만 그 장관을 한눈에 조감하려면 강 건너 높직한 부용대에 올라야 하고 하회마을에선 어림없었다.

하회마을은 낙동강이 굽도는 풍치 좋은 곳에 자리 잡은 전통 민속마을이자 양반촌이라는 건 다들 안다.

엘리자베스 영여왕이 환갑 때인가 방문하면서 유명세 더 높아졌음 역시 모르는 이 없으리라.

전에는 하회탈춤으로 이름나 있었는데 하회별신굿의 명성보다 여왕의 자취가 더 크게 각인된 거 같아서 왠지 좀....

요즘 추세는 전동차 타고 한 바퀴 돈 다음 안동소주에 헛제삿밥이나 간고등어 먹는 장터가 돼버렸다는 느낌 지울 길 없었다.

특히 이 전기 카트차는 민원이 하도 쌓여 안동 시청이 골머리 앓는다고.

직접 겪은 현장의 부조리 일 예, 대여 지불하긴 삼만 원이었는마을 한바퀴 돌고 와보니 2만 5천 원, 어이없었다.

실제로 고작 한 시간도 이용하지 않았는데 3만 원은 과한 데다 심지어 고무줄 대여료라니 세계문화유산 이름팔이 장삿속이 민망스러웠다.


문화재로 지정된 건축물들이 무려 열한 점에 국보 두 점까지 보유하고 있는 하회마을이다.

풍산 류 씨 집성촌으로 '징비록'을 쓴 류성룡이 태어났으며 후손들이 여전히 그 마을에서 살아간다.

그 터에서 벌써 6백여 년을 살아온만치 그걸 증명이라도 하듯 고샅길 따라 골목 휘돌면 우람한 노거수들이 기다린다.

마을 중앙에 서있는 수령 육백 년 이상으로 추측되는 느티나무도 그중의 하나.

풍산 류 씨 입향 시조인 전서공이 심었다고 전해지는 토속신앙의 대상인 삼신당 고목인 느티나무.

정월과 대보름에 마을의 안녕을 비는 동제를 지낸다는 이 신목 함부로 대하면 재앙을 입는다고 전해진다.

목 빙 둘러 겹겹이 하얗게 걸린 한지는 저마다의 소망지, 전통 선비 마을의 중심에 버젓이 무속신앙 터라? 


하긴 언제 적부터인지 예배당도 들어선 하회마을이다.

종교의 자유를 허하노라, 무릇 참선비는 고루하지 않아 그들이 아끼는 누정처럼 의식이 사방으로 탁 트여있나 보다.

그 선비를 기른 어머니들은 장독대에 정화수 올리고 비손 했으며 신령스러운 형상의 바위나 큰 나무 앞에서 가내 평안을 빌었다.

첫새벽에 떠온 샘물의 맑은 정기가 담긴 정화수뿐인가, 산천초목 대자연 모두가 경건한 신앙의 대상이었던 선대다.

인간 본성에 내재한 원시적 기원처는 이렇듯 뭇 자연계, 몸이 기억하는 가장 단순 소한 의미의 기도처이고 의지처가 아닐지.

토테미즘 샤머니즘이라 외면하거나 무속이니 미신이라 터부시 할지 모르나 지금도 간절할 때는 하늘 우러러 손 합장하지 않는가.


태초부터 있었던 하늘에 소망을 비는 기도, 어쩌면 그건 그저 '비손' 하기가 아니었을까 싶다.


점잖게 다가오는 반가 고택들보다 오히려 더 인상적이기는 부용정 마주 보이는 낙동강가 휘도는 강변의 멋스러운 노송 숲이다.

류성룡 형님이 손수 심어 가꾼 홍송숲은 천연기념물 제473호로 지정될만치 풍치 아주 훌륭하다.

또한 거의 집집마다 울안에 반듯한 자세 견지하는 짙푸른 은행나무가 서있어서 과연 유림 마을이구나 싶다.

이 또한 고 건축물이 보여주는 '전통가옥의 미' 못지않게 값진 자연유산이리라.

고택만이 아니라 드문드문 낀 초가집까지 하회마을은 전체가 2010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북새통 이룬 구경꾼에 노출된 채이지만 크게 불평하지 않는, 거기 사는 마을 사람들 모두가 세계문화유산인 보물 자체다.

다만 전동차 문제는 주민들과도 마찰이 심하다고 한다.

행정당국에 교통안전지대 하회마을을 무법지대로 만드는 전동차의 마을 진입을 막아달라는 진정 계속하고 있다는 주민들.

아무리 좋게 봐주려 해도 골프장도 아닌 호젓전통민속마을의 카트차는 꼴불견.


외국에서는 걷기 힘든 장애인 배려해 휠체어는 빌려준다만 삼십여 분 걷기도 힘들어한다면?


내 경우, 마을 천천히 걸으며 사진도 찍고 그렇게 여유작작 즐기면 좋겠으나 하필 동행인이 걷는 게 질색.

하여 울며 겨자먹기로 타긴 탔으나 영 뒷맛 쓴 전동차 탑승, 걷기 어려운 노인 외는 삼십 분 정도 걸리는 거리라 걷기를 강추한다.

인허가를 내준 안동시부터가 문제, 고즈넉한 전통마을에 울긋불긋 어울리지 않는 카트 운행 자체부터 행정당국이 심사숙고하여 거듭 재고해봐야 할 다.(지금은 바뀌었을까 심히 궁금)

도심 벗어난 모처럼의 자유여행, 삑삑 거슬리는 소음 들리지 않는 마을길 유유자적  한유 즐기며 느릿느릿 걸어보기. 여행자는 왜 굳이 그걸 반납하려는지?

언젠가 한번 시간 넉넉히 잡아 낙동강 거느린 채 부용대 옥연정사 올랐다가 하회마을에서 병산서원 십 리 산길 걸어보고자 한다.

주소: 경상북도 안동시 풍천면 하회남촌길 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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