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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우 Mar 22. 2020

미국 로스쿨 현장 속으로 2

맨 처음 미국 로스쿨 입학통지서를 받았을 때 감회가 새로웠다.

평범한 "내가" 드디어 미국 로스쿨에 입학하게 되다니 처음에는 믿어지지 않았다.

내가 처음 진학했던 로스쿨에서 I-20 입학허가서와 함께 별도 우편으로 작은 카드를 추가적으로 내게 보내주었던 기억이 있다. "Welcome to Class of 2021~"이라고 적힌 친절한 글귀와 함께 학교 로고가 그려진 카드가 나를 반겨주었다.



꿈에 그리던 미국 로스쿨 입학에 앞서 한껏 기대가 되면서 동시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 두려움이 있었다.

올해도 미국 로스쿨 합격통지서를 받은 후 기쁨과 설렘을 안고 오리엔테이션 날짜를 확인하면서 로스쿨 입학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있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미국 로스쿨에 먼저 진학한 혹은 이미 졸업한 지인들과 친구들에게 입학 전 여러 조언들을 구해보았다. 물론 각기 다른 로스쿨 생활을 겪은 터라 자세하고 속 시원한 답변을 얻기는 어려웠다. 미국 로스쿨 JD 1년 과정이 정말 어렵고 중요하다는 소리를 열 번 넘게 들은 것 같아 특별하게 뭔가 준비를 하고 가야 할지 고민이 많이 되었다. 내가 만약 미국 로스쿨 입학 전으로 돌아간다면 무엇을 했을지 생각을 적어본다.


미국 로스쿨 JD 과정 입학 전 예습 필요성?


결론부터 말하면 미국 로스쿨 입학 예습은 굳이 필요하지 않지만 몇 가지는 미리 알아두고 가면 도움이 될 것 같다. 로스쿨 입학 전으로 돌아간다면 어떤 것을 미리 준비하면 도움이 될지 아래 글들에서 후술 하겠다. 내가 말하는 준비는 과도한 예습을 말하는 것이 아닌 부담 없는 준비를 말하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한국 로스쿨 입시를 준비하고 합격하신 분들의 경우 합격 기쁨은 잠시이고 며칠 안되서 치열하게 선행학습에 열을 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로스쿨 초기와 다르게 요즘 한국 로스쿨 분위기는 법학 선행은 거의 필수로 여겨질 정도로 가열되어 있다. 학원에 등록하여 아침부터 밤까지 법학 선행을 부지런히 하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다.



미국 로스쿨 JD 과정은 한국의 법체계와는 전혀 다른 판례법 위주의 Common Law 체계라 예습이 필요하다 아니다의 의견이 분분하다. 실제로 미국이나 한국에 1L (로스쿨 1학년) 과목들을 선행 학습시켜주는 학원들이 존재한다. 이런 학원에 등록하여 로스쿨 1학년 과목들을 미리 접하고 미국 로스쿨에 입학하여 도움이 되었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학원비는 결코 저렴하지 않다. 그래도 미국 로스쿨 1학년 과정이 워낙 힘들고 부담스러운 시기라 학원 비용을 감수하면서 예습을 하기도 한다.



내 경우 미국 로스쿨 선행 학원에 다닌 적도 없었고, 예습도 특별히 하지 않고 로스쿨에 입학하였다. 입학 전 남은 기간 충분히 휴식을 취하려고 했었고, 가족과 친구들과 최대한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하였다. 어차피 로스쿨 들어가면 영어의 압박이 시작될 것 같아 미리부터 머리를 쓰기 싫었다. 오히려 영화나 드라마, 유튜브 같은 영상을 시청하면서 생각을 편안히 했었다. 입학 전까지 영어공부를 뭔가 특별히 더 하거나 그러지 않았다. 한국에 있으면서 미국에 가면 못 먹을 음식들도 많이 먹고, 헬스를 하면서 몸 관리를 하였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봐도 큰 틀에서 후회가 되거나 그런 것은 없다.



다만 미국 로스쿨 1학년 과정을 겪고 난 후에 느낌은 미리 약간의 개념들이나 용어들을 학습을 했더라면 적응하는데 도움이 더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렇다고 해서 학원이나 과외를 통한 과도한 예습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요즘은 인터넷이 잘 발달되어 있어 로스쿨에 관한 크고 작은 정보들을 마음껏 얻을 수 있다.




미국 로스쿨 JD 과정 입학 후 간단한 오리엔테이션 기간을 마치고 난 후 첫 수업들이 시작되면 그 순간부터 사실 정신이 하나도 없다. 빡빡한 JD 1년 차 강의들을 들으며 정신없이 필기하고 예습, 복습을 하면서 학교에 적응하려고 시작하면 여유가 별로 없다. 점심시간이나 혹은 늦은 오후 시간 때 열리는 각종 학교 행사나 포럼도 참석하다 보면 하루가 금세 지나간다. 특히나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유학생들의 경우 아니 정확히는 법을 처음 접하게 되는 미국인들도 포함해서 처음 몇 주간 적응하는 데 있어 우왕좌왕할 수 있다.



예습을 안 한 채로 미국 로스쿨에 입학한 후 느꼈던 아쉬움은 각 과목의 어려운 법률용어 습득과 개념 이해였다. 굉장히 강의력이 좋은 교수들을 만나면 사실 행운이다. 깔끔한 PPT를 활용하여 전달력 있는 목소리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일 경우 정말 그 과목은 로스쿨 입학 전 예습이 굳이 필요 없을 정도로 강의만 잘 따라간다면 문제없을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PPT 활용도 없고 깐깐한 콜드 콜에 체계적이지 않은 교수를 만난다면 지옥이 시작될 수 있다. 문제는 특히 로스쿨 1학년 학생들은 이미 반이 짜인 상태가 대부분이라 잘 가르치는 교수들만 골라서 과목 선택을 할 수가 없다. 로스쿨마다 혹은 배정된 반마다 결국 학습의 경험이 여러모로 달라진다.



나의 경우 Civil Procedure (민사소송법) 과목에서 1학년 과목들 통틀어서 가장 잘 가르치는 교수를 만났다. 콜드 콜을 매시간 했었지만 과목을 마치 즐기면서 따라갈 만큼 교수님이 유머 있고 PPT를 통해 어려운 개념들을 시각적으로 전달하면서 학생들 배려를 많이 해주셨던 분이었다. 같은 학교여도 다른 반에 배정된 학생들이 우리 반 학생들을 부러워할 정도였다. 물론 잘 가르쳤던 만큼 학생들이 잘 따라오는 경향이 높아서 상향 평준화되어 기말고사 성적은 아쉬운 성적을 받았다. 미국 로스쿨은 기본적으로 과목들이 엄정한 상대평가(Curve)가 이루어 지기 때문에 남보다 잘해야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다.



반대로 Property (물권법) 과목 교수님은 PPT 활용은 하셨지만 전달력이 너무 부족하고 진도를 빠르게만 넘어가셔서 미국인 학생들조차 수업시간에 딴짓을 하거나 중간에 수업을 듣다가 나가서 혼자 학습을 할 정도로 강의력이 민사소송법만큼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나에게 정말 물권법은 따라가기 버거웠고 곤혹스러웠다. 미국 로스쿨 기말고사가 대부분 사례형 에세이 시험이라는 것을 고려해볼 때 도대체 어떻게 준비를 해야 할지 큰 고민이 들었다. 로스쿨 1학년들에게 무료로 미국 로스쿨 사설 학원 업체들이 제공하는 인터넷 강의도 활용했지만 아주 큰 도움이 되지는 못했다.



물권법을 공부하면서 유용하게 참고하였던 학습자료를 보면서 로스쿨 입학 전에 조금이라도 읽어보고 왔다면 적응하기 수월했을 것 같다. 내가 만약 다시 미국 로스쿨 입학 전으로 되돌아 간다면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동시에 각 과목별 간단한 목차 내지 개괄적인 설명이 들어있는 아웃라인 (요약본)을 한번 읽어봤을 것 같다. 추천하는 자료는 OneLBriefs 웹사이트에 있는 Outline이다. 물론 로스쿨 1학년 모든 과목들이 들어있지는 않다. Torts (불법행위법), Constitutional Law (헌법), Criminal Procedure (형사소송법)은 빠져있다. 하지만 나머지 과목들이라도 개괄적인 내용들을 훑어보면서 "아 이런 개념 들을 배우겠구나" 감을 잡는 일만이라도 큰 도움이 되었을 것 같다. 나머지 빠져있는 과목들도 인터넷 검색 등으로 다른 아웃라인을 무료로 접할 수 있다. 나는 로스쿨 입학 후 특히 어려웠던 물권법 개념들을 이런 아웃라인들을 통해서 도움을 받았다.



보통 미국 로스쿨 1학년 과목 예습을 미국인들이 많이 활용하는 보충학습책들 (Supplements) 중에서 Examples & Explanations을 추천한다. 이외에도 Emanuel CrunchTime, Siegel's, Acing Series 등등의 책들이 있지만 로스쿨 입학 전에는 이런 책들에 과도한 시간을 투자할 필요가 전혀 없다. 가장 큰 이유는 로스쿨마다 교수마다 나가는 진도, 강조 포인트, 기말고사 기출 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이다.



정말 미국 로스쿨 입학 전 시간이 많이 남아서 뭔가 체계적인 학습을 하고 싶은 경우 앞선에 추천했던 인터넷 아웃라인들을 먼저 학습한 후 Siegel's 같은 보충학습 책을 통해 미리 사례형 형태의 에세이 시험문제를 몇 개 풀어보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Siegel's 책은 크기가 작아서 휴대하기도 좋고 에세이 시험 연습에 적합하다. 객관식 연습문제도 있어 더욱 권할만하다. 미국인들이 제일 많이 활용하는 Examples & Explanations는 책도 두껍고 설명이 길어서 차라리 로스쿨 입학 후 접해도 늦지 않다. 난 개인적으로 로스쿨 입학 후에는 강의 따라가고 예습하느라 Examples & Explanations를 거의 읽어보지도 못했다.



인터넷에서 개괄적인 아웃라인을 간단히 읽어봄과 동시에 필요하다면 영어 작문 연습을 해보는 것도 훌륭한 입학 준비가 될 것이다. 영자 신문이나 원서를 읽으면서 좋은 영어 표현을 메모해 놓거나 영타 연습을 가볍게 해 보는 것도 좋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부담 없는 선에서의 준비만으로도 충분하다. 미국 로스쿨 과정은 정말 고되다. 특히 1학년은 정신적으로 쉽게 지칠 수 있는 시기라 입학 전부터 미리 힘을 뺄 필요는 없다.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입학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계속해서 직접 몸소 겪었던 미국 로스쿨 생활 면면을 전달하고자 한다. 미국 로스쿨 입학을 앞두고 있거나 준비를 하고 있는 분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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