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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꾸미 Jul 02. 2017

4. 텃밭에서도 꽃을 잘 기를 수 있을까? 실험 한달째

꾸미의 야매 텃밭 일기


텃밭에서 자주 보이는 별꽃. 자세히 보면 귀엽다.

작년에는 작물만이 가득한 텃밭이었지만,

올해는 욕심을 덜어내고 적당히 기르자는 생각에

공간이 많이 남았다.


이 공간이 어딘가 쓸쓸하고 허전해 보여,

꽃을 길러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마침 때는 꽃이 한창인 봄인지라,

꽃집을 지나갈 때마다 데려오고 싶은 아이들이 있었는데

이 녀석들을 집에 데려다 놓으면 병들고 금세 죽기 일쑤여서

텃밭에서 길러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하여 시작된 나만의 조용한 실험.

평소 길러보고 싶었던 나무와 꽃들을 텃밭에 옮겨왔다.


처음에는 꽃이 잘 나지 않고, 잎만 푸르른 녀석들도 많았다.

그러나 한 달 정도 지나자

아이들이 뿌리를 잡고 꽃을 활짝 피우기 시작했다.

몇몇 죽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결과는 대성공.

성공률 95%의 확률로 나의 텃밭을 꽃이 가득한 뜰 밭으로 만들 수 있었다.



텃밭에서도 잘 자라는 재스민.

향이 좋아 데려왔지만, 처음 옮겨 심고 나서 죽을까봐 제일 많이 걱정했던 아이이다.

꽃이 다 지고 한 달 동안은 꽃 소식이 없었기 때문이다.

올해는 가뭄이 심해서인지, 물을 주어도 꽃 봉오리가 나타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어느 날!

오랜 기다림 끝에 재스민 꽃봉오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한창 비가 쏟아지고 난 다음 날이었다.





안개꽃 위로 보이는 재스민이 참 예쁘다.

텃밭에 옮겨 심고 난 후, 첫 꽃이 피었을 때의 사진이다.

지금은 뽕뽕 봉우리가 나타나며, 꽃을 잘 피우고 있다.

재스민은 온도만 잘 맞으면, 가을까지도 꽃을 잘 피운다고 한다.

다만, 가뭄에는 약해 보인다.

풀 멀칭을 두둑하게 쌓고, 흙이 마르지 않게 수시로 물을 줘야 할 것 같다.



이 예쁜 꽃은 일일초이다.

매일 피는 꽃이라 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가뭄에도 매일 꽃을 피우고, 노지에도 잘 적응하는 기특한 녀석이다.

일일초 꽃은 식용도 가능하다고 한다.



꼭 먹지는 않더라도, 텃밭에 갈 때마다 꽃을 따서

밥 위에 올려두곤 한다.

여러모로 쓰임새가 많은 아이.




대표적인 식용꽃 한련화이다. 월동이 되고, 기르기 편하다.

씨앗으로도 요리를 할 수가 있어 활용하기 좋은 녀석.

다만 올 가뭄에는 좀 힘들었는지, 잎이 작게 작게 자랐다.

잘 자라면 엄청나게 무성하게 자라기 때문에 간격을 두고 심어야 한다.



또 다른 식용꽃인 팬지.

지금은 모두 시들었다. 봄에는 한참 잘 자라지만, 더위에는 약한 듯하다.

씨앗을 잘 채취해 내년에 심으면, 잘 자랄 듯하다.


모양이 다양해서 기르는 재미가 있다. 내년에는 팬지 마을을 만들어 보고 싶다.



치자 꽃이다.

향기가 정말 좋다. 장미, 재스민 보다 매력적인 향.


치자를 데려갔을 때, 꽃집 아주머니가 투덜거리던 게 생각난다.

꽃이 그렇게 잘 안 핀다는 것이었다.





나도 텃밭에 데려오고 나서 그 말을 실감했다.

치자는 꽃봉오리가 나서 바로 꽃을 피우지 않았다.

꽃봉오리 상태로 한참 있다가 꽃을 한 송이씩 피우곤 했다.

더위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것 같았다.

가끔 꽃봉오리가 그대로 떨어지곤 해서 발을 동동 구를 때도 있었지만...

비가 한참 내리고 나니, 그다음부터 꽃을 잘 피우기 시작한다.



카네이션이다.

볼 때마다 부모님과 시부모님을 떠올리고 싶어 심은 것이다.

내년에는 내 손으로 키운 카네이션을 선물해드리고 싶기도 하고...


카네이션은 가뭄에 아주 약한 녀석이다.

그래서 적응할 때까지 꽃이 난 것들 다 잘라주었다.

이후 잠잠하다가 한 달 뒤부터 잎도 싱싱해지고, 꽃봉오리를 마구 올리더니

꽃이 활짝 피기 시작했다.



노란 장미, 붉은 장미꽃이다.

이 아이들은 미니 종이라서 크게 자라지 않아

작은 텃밭에서 기르기 안성맞춤이다.


다만 이 아이들도 가뭄에 고생을 해서

한참 동안 꽃을 피우지 않았다.

장마가 시작되는 어제 방문해보니, 꽃봉오리가 살짝 벌어지기 시작했다.

곧 예쁜 장미들을 볼 생각에 설렌다.



코스모스는 심한 더위가 아니고서는 잘 자라는 듯하다.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여름에도 코스모스가 펴요? 하면서 물어본다.

나도 놀랐다! 꽃집에서 팔기에 데려온 녀석이다.

심고 보니, 물만 잘 주면 여름에도 잘 자라는 것 같다.


어렸을 적 아빠가 코스모스 밭에서

엄마, 동생, 내 사진을 찍어주었던 추억이 있다.

그래서 코스모스를 보면 지나칠 수가 없다.

이제 내 밭에서도 볼 수 있으니, 참 즐거운 일이다.



작고 파란, 귀여운 꽃이 앙증맞은 아메리카 블루이다.

사람들이 내 텃밭에서 두 번째로 예뻐하는 꽃이다.

다른 꽃들과 색이 잘 어울린다.


노지에서도 아주 잘 적응하고, 가뭄에도 잘 버티는 것 같다.



텃밭에서 꽃을 기르고 싶은 사람들에게 강추하는 안개꽃이다.

낮게 자라는 안개꽃인데 정말 예쁘다!

게다가 그 무더위에도 잘 버텨주었다!


시들어 보이는 잎들 안에는 씨앗이 들어있다.

씨앗의 크기가 매우 작은데

시든 꽃을 다른 땅에 비벼서 뿌리면,

안개꽃이 또 자란다고 한다.


그리고 옆으로 계속 퍼진다.

까다롭지 않고, 기르기 예쁜 녀석.




바스락. 드라이플라워로 제격인 천일홍은

구매한 곳의 꽃이 좋지 않았던지 두 개는 갑자기 죽고 말았다.

땅이 축축한 걸 싫어해서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머지 두 개는 남아있어서 좀 더 상태를 지켜보는 중이다.




국화를 길러보고 싶다는 로망으로 데려온 아이.

정확한 이름은 모르겠다.

심한 더위만 아니면 잘 자란다.

좀 더 날이 선선해지면 아주 잘 자랄 것 같다.




꽃 이름을 모르겠다.

아마도 다알리아 라는 꽃 같은데... 단골 꽃집에서 선물로 받은 녀석이다.

아주머님 말씀처럼 꽃이 잘 나오지 않는다.

더위가 지속되는 날에는 꽃봉오리가 나오다가 시들어버린다.


그래도 물만 잘 주면 이렇게 예쁜 꽃을 보인다.




사람들에게 인기 많은 차이브 꽃이다.

지금은 모두 시들어서 씨앗만 남아있다. 파는 잘 자라고 있다.

차이브는 서양 파인데, 파를 먹기 위해서보다 꽃을 보기 위해 기른다.

꽃에는 라일락향이 나는데, 먹으면 파맛이 난다. 신기한 녀석이다.




만지면 파스락 거리는 차이브 꽃은

꺾어서 말리면 꽃 색깔이 그대로 간다.

드라이플라워로 아주 좋다.






병해충 예방에 좋다는 대표적인 꽃, 메리골드이다.

작물 사이사이에 심어두었는데 어째서인지 비실비실하다.

데려온 것들은 여러 개인데 살아남은 것들을 별로 없다.

이상하게 내 텃밭에서는 잘 크지 못한 꽃.

가뭄에 아주아주 약할 수도 있겠다.




낮달맞이 꽃.

꽃은 정말 예쁜데 내년에는 그다지 기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꽃 안에 작은 벌레들이 너무 우글우글 꼬여서

징그럽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게다가 키가 많이 커서 작물 사이에 심었더니 빛을 가려서

자를 수도 없고, 기를 수도 없어 걱정을 많이 주었던 녀석이다.



이건 맨드라미이다.

텃밭 회원분의 선물로 모종 몇 개를 옮겨다 심었는데 아주 잘 자란다.

쑥쑥 자라며 꽃을 필 준비 중.

맨드라미 꽃도 기대가 된다.





내 텃밭의 풍경이다.

호박, 오이가 자라고 있는 곳 옆에 꽃들이 가득 있다.

다른 곳에도 중간중간 꽃을 심어두었다.



작물과 꽃이 잘 어우러져, 보는 즐거움이 있다.

여러 가지 색깔들이 모여있으니 삭막하지도 않다.


한 달간 꽃을 길러보면서,

노지 텃밭에서 꽃을 잘 기를 수 있는 몇 가지 노하우를 정리해 보았다.


1. 월동이 가능한 꽃을 데려온다.

- 꽃집에서 꼭 물어보는게 '월동이 되느냐'이다. 월동이 안 되는 것들은 서리 내리기 전 집으로 모셔야 하고, 까다로운 것들이 많다. 재스민, 치자의 경우 월동이 불가능하다고 들었다. 정말 구입하고 싶은 게 아닌 이상은 월동이 가능한 것을 주로 기르는 것이 좋다.



초창기 꽃밭 만들때 간뜩 해 놓은 풀멀칭

2. 풀 멀칭을 잔뜩 해놓는다.

- 꽃은 특히 물이 많이 필요하다. 하우스에서 자란 것을 노지에 익숙하게 하기 위해서는 뿌리가 잘 자리잡게 하는 적응기간이 무척 중요한 것 같다. 꽃을 심은 곳에 짚, 또는 벤 풀들을 잔뜩 멀칭 해두어 땅이 건조해지는 것을 막는다. 그럼 물을 주고 나서도 오랫동안 땅이 촉촉하다.



3. 간격을 두고 심는다.

- 작물이던, 꽃이던 너무 빽빽하게 심으면 바람이 잘 통하지 않고 성장을 방해할 수 있다. 꽃이 더 자랄 것을 예상해서 간격을 두고 심는다.



4. 위로 자라는지, 옆으로 퍼지는지를 고려한다.

- 위로 자라는 것과, 옆으로 퍼지는 것을 같이 심는다. 나무는 위로 자라고, 안개꽃이나 아메리칸 블루는 옆으로 자란다. 나무 꽃 아래에는 안개꽃처럼 낮고 옆으로 자라는 것들을 심어둔다. 나무는 작은 아이들에게 강하게 비추는 햇빛을 살짝 가려주고, 옆으로 퍼지는 꽃들은 자연스럽게 멀칭 역할을 해준다.



5. 작물 사이에 심는다.

- 작물의 통풍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작물 사이에 꽃을 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꿀벌을 유도해서 열매를 잘 맺히게 할 수 있다. 마늘은 장미와 궁합이 좋다. 마늘밭 주위에 장미를 심어두는 것도 좋다. 텃밭이 삭막해 보이지 않는 효과도 있다. 특히 메리골드의 경우 해충을 방지해주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내 텃밭에서는 메리골드가 잘 자라지 못해 아쉬웠다.



6. 활용 가능한 꽃을 심는다.

- 그냥 예쁜 것보다 다양하게 쓰일 수 있는 꽃을 심는 것도 좋다. 한련화, 일일초, 식용 팬지는 먹는 것이 가능해서 비빔밥이나 음료에 올려 예쁘게 사용할 수 있다. 드라이플라워가 가능한 꽃을 심어두는 것도 좋다. 천일홍, 장미는 꺾꽂이하려 말리면 예쁜 드라이플라워 소품을 만들 수 있다.



7. 노지에 심어도 되는지 꼭 묻는다.

- 꽃집 사장님이 가끔 노지에서 자라기 어렵다고 말하는 꽃들도 있다. 꼭 노지에서 자랄 수 있는지 물어서 돈을 날리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작물에 피는 꽃도 소개하겠다.

난 같은 이 꽃은 '땅콩 꽃'이다.

땅콩에도 꽃이 나다니! 당연한 듯하면서도, 무척 신기했다.



번식력이 정말 좋은 민들레이다.

요즘엔 한창 베느라고 정신이 없다.

꿀벌은 특히 민들레를 좋아하는 듯하다.

민들레 위에서 정신없이 꽃가루를 모으는 꿀벌의 다리가 통통했다.



꿀벌은 사람을 잘 쏘지 않는다.

무섭지 않은 녀석이다.




보리지이다.

곧 자라면, 보라색 꽃이 엄청 예쁘게 필 것이다.

이번에 직파했는데 아주 잘 자라고 있다.




분홍빛이 꼭 신부를 떠올리게 하는 예쁜 고수 꽃.



소박한 멋이 있는 망초꽃이다.



스카롤라라는 쓴 잎채소의 꽃이다.

꽃대가 무시무시하게 올라오는데, 꽃은 정말 예쁘다.


이렇게까지 심하게 자랄 줄은 몰랐던 루꼴라 꽃.

루꼴라는 키가 작은데, 꽃대는 키가 엄청 크고 완두콩 꼬투리처럼 씨앗이 생긴다.

꽃은 정말 예뻐서 집에 데려다 놓고 싶을 정도이다.



쑥갓 꽃도 정말 예쁘다.




노지에서 무시무시하게 자라는 캐모마일꽃. 한송이만 넣어 차로 마셔도 된다.

꽃이 있어서 달라진 점은

'여유'가 생겼다는 것이다.


작물이 자랄 곳에 꽃을 심어 두니 일이 확 줄었다.

작물은 이것저것 신경 쓰게 하는 것이 많지만,

꽃은 멀칭을 잘 해놓고, 물만 잘 주면 알아서 잘 자란다.

텃밭에 도착하면 꽃이 나를 반기고,

쉴 때는 꽃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길과 가까운 곳에 심어두면, 사람들도 꽃을 보며 즐거워한다.


지금은 예쁘게 피어있지만, 언젠가 이 꽃들도 모두 질 것이다.

그때까지 함께 즐겁게 살아보고 싶다.


텃밭이 있는 여러분!

꽃을 길러보세요. 후회하지 않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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