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대학병원 분만실, 저출산 국가인 우리나라에서 아기를 임신하고 출산하는 경험 중 대학병원 분만실에 가게 되는 산모가 과연 몇이나 될까? 적어도 그게 내가 겪을 일, 내 가족이 경험할 일은 아니기를 바랄 것이다.
앞으로 내가 써 내려갈 글은 임신과 출산의 과정에서 절대 만나지 않아야 할 대학병원의 분만실 간호사로 6년간 근무했던 일개 간호사 한 명의 경험담이며, 그 과정에서 느낀 생각들을 써내려간 글이다.
2018년 2월 간호사국가고시 합격 발표 후 잠깐의 여유도 없이 바로 신규간호사 교육에 불려 나갔다. 이제 갓 학생 간호사를 벗어난 귀여운 아기 병아리 간호사들은 반짝거리는 눈을 빛내며 마치 뭐든 해낼 수 있는 사람처럼 신나 있었고 그중에 나도 하나였다.
처음 병원에 지원할 때 가장 고민하는 구간, 원하는 부서와 원하지 않는 부서를 정해서 작성해야 하는데 보통 학생간호사로 병원에서 실습을 돌게 되면 어느 정도는 나에게 잘 맞을 것 같은 부서와 절대 가고 싶지 않은 부서가 추려지게 된다.
나의 경우, 절대 가고 싶지 않은 부서는 첫 실습을 나갔던 중환자실이었다. 사람 살리는 일이 하고 싶어 간호학과를 왔는데 첫 실습부터 환자의 사망을 마주하자 큰일 났다 싶었다. 간호사는 되고 싶은데 사람이 죽는 것은 너무 무서웠다. 아직도 그때의 차가웠던 환자의 피부 감촉은 절대 잊히지 않는다.
두 번째 실습은 작은 산부인과의 분만실이었다. 건강한 만삭의 아기들이 빽빽 울며 태어나는걸 마주한 순간 이거다 싶었다.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는 분만실에서는 죽음을 마주할 일이 없다고 생각했기에(정말 입사 직전까지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나중에 이 순간을 두고두고 후회했지만) 분만실이 나에게는 정답이라고 결론 내렸다.
그렇게 입사 지원서에 원하는 부서로 분만실을 적어내고 운이 좋게도 3월부터 분만실로 배정되어 근무를 시작했다. 내가 일했던 대학병원은 실습으로 나갔던 작은 산부인과와는 다르게 분만실과 고위험산모병동을 오가며 일하는 부서였고, '고위험 산모'라는 것이 정확하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깊이 생각해보지 못한 채로 그저 원했던 부서에 왔다는 기쁨에 취해 기분 좋게 근무를 시작했다.
모든 간호사들이 그렇듯 신규 간호사 생활은 쉽지 않았지만 태움이나 인간관계 그런 것들은 솔직히 내가 근무한 부서에서는 크게 두드러지는 문제는 아니었다. 워낙 소수의 인원으로 근무하기 때문에 한 명, 한 명이 소중했고, 오랜만에 들어온 신규간호사는 어떻게 해서든 적응시켜서 멤버로 남겨야만 한다는 선배들의 일념으로 나는 꽤 잘 적응해 나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입사한 지 4개월이 되었을 때, 부서이동 면담을 하게 되었다.
대학병원 분만실, 고위험 산모 병동에 입원하는 산모들은 만삭의 건강한 산모는 없다. 당연히 그렇겠지 생각은 들지만 '그래서 어떤 산모가 입원하는 건데?' 생각하면 일반인들은 당연히 딱히 떠오르는 게 없을 것이다.
고위험 산모는 태아에게 위험한 상황과 임부에게 위험한 상황 두 가지이다. 분만실 간호사들끼리 우스갯소리로 우리는 환자수 곱하기 2 해야 맞다고 얘기하곤 했다. 매 순간 뱃속 아기와 임부 두 명분의 간호를 하고 있는 것이다. 매 시간, 매 분, 매 초를 다투며 간호를 하고 그 짧은 순간으로 생명이 살고 죽는다. 모든 간호사들이 겪는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일 수 있지만, 아직 세상에 태어나지도 못한 뱃속 아기의 생명이라는 그 중압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건강한 아기와 건강한 산모를 만나며 하하 호호 행복하기만 할 줄 알았던 분만실 간호사에 대한 환상은 첫 FDIU(자궁 내 태아사망, fetal death in uterus)를 만나며 그대로 무너졌다.
사진: Unsplash의engin akyurt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