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메일을 본다
가라앉듯 내리고 내리다가
가려진 내가 그리고 우리가 있는
냉장고에 오래 두었다가
기억으로 꺼내 먹은 초콜릿을 씹고는
기억을 돌아본다
발끝을 여러 번 쭈뼛거린다
배어 있는 냄새를 맡고는
그렇게 고슬고슬 거리며
잘 뭉쳐지길 바라는 아니 결코 바라지 않는
나를 그리고 너를
꼼꼼하게 주어 머금고 삼키기 위해 기다리는 순간을 견디다가
묻는 것은 잊고 싶은 기억도 담고 있음을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먼 나라 유럽의 야경을 떠올리며 그곳의 불빛을 집어 들어
잘 자 잘 자 정말 잘 자 그리고 잘 가 잘 가도록 해
안녕을 처음 말한 사람처럼 모았던 두 손을 펼치며 내일이 오기를 기다리며
거울을 보았기 때문에 짧은 머리를 넘겨 보았기 때문에 쓸 수 있는
꼭 쥔 주먹에서 피어오르는 시절이 새어나가지 않는 오는 내일을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