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서 가장 먼저 생긴 이마트는 창동역 2번 출구 앞에 있다
나는 목소리 높여 졸고 있는 아이들을 깨웠고 그러니까 평시조와 사설시조의 차이를 설명해야 했고 내가 듣기에 나의 목소리는 시끄러웠다
무언가에 완전히 취해야 하는 날씨라고 생각하며 걸어도 봤지만 식당에서 더는 술을 구매할 수 없었던 취객이 경찰을 향해 조금만 덜 취했더라면 내가 다시 들어갈 수 있었겠냐며 소리를 질러댔다 목청이 아주 좋아서 강사 하셔도 되겠네요 동료의 말과 취객의 외침이 겹쳐 흐른다 황진이 시조에 등장하는 물! 작가가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대상이자 인걸과 동일시하는 대상인 물! 물! 물! 그렇게 주야로 흐르는데 예전의 물이 남아있겠냐고 황진이가 묻는 구절에서 시간이 멈춘다
아주 약간의 이동을 허락하는 방식으로 주변을 다시 멈추게 하는 시간은 둘러싸인 벽을 몇 번이고 뒤집다가 뒤틀어버린다 물질의 이동을 허락하지 않는 이러한 멈춤이 나는 공간을 더욱 비틀어주길 바란다 누구도 설 수 없도록 서지 않아도 되도록
오후 10시가 넘어간 마트에는 저마다 할인된 가격이 여러 겹 눌어붙은 상품이 전시되어 있고 생각하던 제품을 구매하지 못하고 빈손으로 걸어 나오며 소리를 지른다
조용조용조용
말을 뱉지 않고는 견디지 못하는 것처럼 구는 침묵이 있다 누군가에게 멈추어 달라고 말하기 위해선 종아리 근육을 잔뜩 오므렸다가 방방 뛰어오르며 견뎌야 하는 순간도 있다 그만 툭하고 끊어진 전화를 통해 여전히 흘러나오는 이상한 목소리를 작은 냉장고의 소음으로 다시 때려눕히고 그렇게 소리들끼리 넘어졌다가 다시 일어나야 하는 때
말하지 않고는 도저히 견디지 못할 것만 같은 침묵도 있다 창동역이 대한민국에서 처음으로 이마트를 들어놓은 공간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니 물어보는 것이 꼭 나에겐 때로는 견디지 못할 침묵이 되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