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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청중독 Jul 31. 2022

[책 리뷰] 나를 살리고 사랑하고

제9회 브런치 출판 프로젝트 대상작 / 현요아. 허밍버드. 2022

나를 살리고 사랑하고

글쓴이 현요아

출판사 허밍버드


예스 24 평점 : 9.8 / 10

알라딘 평점 : 9.7 / 10

교보문고 평점 : 9.7 / 10

개인 평점 : ⬛️⬛️⬛️⬛️⬛️ (5 / 5)


제9회 브런치 출판 프로젝트 대상작


나를 살리고 사랑하고 리뷰 3줄 요약

1. 힘든 시간을 보냈거나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책

2. 작가가 가장 힘들었던 지난 1년의 시간을 사랑으로 적어냈다.

3. 제목처럼 책을 다 읽고 나면 작가가 건네는 삶에 대한 응원과 사랑을 받을 수 있다.


<나를 살리고 사랑하고> 책 표지 [출처: 현요아 작가님 인스타그램]

브런치 대상작, 그리고 독자

이 책을 리뷰하는 이유는 브런치 출판 프로젝트 대상 작품이기도 하지만, 평소 챙겨보는 브런치 작가님인 현요아 작가님의 신간이기 때문이다. 작가님의 이전 책 <제주 토박이는 제주가 싫습니다> 역시 인상적으로 읽었기 때문에 <나를 살리고 사랑하고>도 나오자마자 구매해서 읽어보았다. 책은 7월 초에 나왔지만 이제야 리뷰를 쓰게 된 건 바빴던 것도 있지만 전보다 더 깊이감 있는 내용들이 많아서 그에 맞는 생각의 깊이를 맞추는데 시간이 걸렸다.


현요아 작가님의 브런치는 이전부터 꾸준히 읽어오던 구독자였기 때문에 출간 이전에 ‘불행 울타리 두르지 않는 법’이라는 묶음으로 브런치에 쓰이기 시작할 때부터 책에 들어간 글들을 읽었는데. 그랬던 글들이 새로운 내용들과 함께 엮여서 한 권의 책이 되어서 나온 모습을 보니 책이 탄생하는 과정을 함께한 느낌이 들었다.


해당 책에는 작가님의 지난했던 1년이 담겨 있다. 하지만 그에 대한 힘듦을 토로하기보단 다른 사람들에게 위로의 메시지를 전한다. 만약 힘든 시간을 보냈거나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도움이 될 내용이 많이 있으니 추천하는 책이다.


아픔을 해석하고 해독하는 능력

현요아 작가님의 글을 읽다 보면 느껴지는 점은 글의 시작과 끝의 완성도가 높다는 것이다. 무언가 일을 할 때 시작이 반이라면 나머지 반은 마무리이다. 그 두 가지를 탄탄하게 잡아두고서 솔직하게 수려한 문장으로 채워낸 글은 그야말로 좋을 수밖에 없다.


책 나를 살리고 사랑하고에서도 작가님의 장점은 여지없이 드러난다. 책을 읽으면서 많은 부분에서 감탄을 했지만 역시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의 완성도를 논하지 않을 수 없었다.

프롤로그의 제목은 아픔을 해석하고 해독하는 능력이다. 여기서 말하는 아픔을 해석하고 해독하는 능력이란 독자가 이 책을 읽으면서 얻어갔으면 하는 작가의 바람이다.


작가는 말한다. 스스로 나이도 아직 어리고 어떤 면에서는 지식도 상식도 부족하지만 삶과 죽음을 논하고 싶다고, 오랜 우리의 편이고 싶다고 말이다.

그리고 왜 살아야 하냐는 질문에 대해서 스스로 내려본 최선을 답을 책에 담았다고 말한다.


프롤로그의 마지막이자 책으로 들어가면서 작가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전한다.


당신이 이 책을 읽은 후 모든 내용을 잊어도 괜찮다.
책을 읽은 모든 기억을 흐릿하게 둬도 좋다.

다만 나와 이 책에서 만난 일은 변치 않을 진실이므로 당신이 조금 더 든든하기를,
책을 덮고 나서는 스스로의 아픔을 면밀히 해석하고 해독하기를,

그래서 기어코 불행 울타리를 깨고 나와 닿음이 소중해진 사회에서 온기를 나누기를 바란다.
우리는 충분히 그럴 능력이 있다.

- 현요아 <나를 살리고 사랑하고> 중에서


5페이지 정도의 분량의 프롤로그만 읽어도 현요아 작가가 책에서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그 마음이 느껴진다.

가끔 목차 앞에 배치된 글은 읽지 않는 사람들도 있는데 <나를 살리고 사랑하고>는 표지부터 마지막 장까지 너무 잘 어우러지는 한 권의 책이기 때문에 하나의 단어도 놓치는 일 없이 읽어야 한다.


<나를 살리고 사랑하고> 책 뒷면 [출처 : 현요아 작가님 인스타그램]

사랑으로 쓰인 아픔과 슬픔

<나를 살리고 사랑하고>는 3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는데 읽고 나서 목차를 다시 보면 1부, 2부, 3부가 아주 적절하게 배치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각 목차의 제목에서 챕터별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데, 순서대로 ‘일상 사별자의 품’, ‘불행 울타리 두르지 않는 법’, ‘우리는 지금을 살고 있군요’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일상 사별자의 품’은 작가의 힘들었던 지난 1년을 말해준다. 깊은 어둠 속으로 빠져있던 순간을 아주 솔직하고 담백하게 표현하여 눈물을 머금고 책을 읽었다.


평소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상 밖의 순간들이 일상에 들어와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현실 감각이 아득해진다. 그런 순간에도 살아가야만 하는 우리의 모습이 덤덤하게 적힌 글은 힘든 현실은 부정하려 할수록 더 큰 아픔으로 돌아올 뿐 결국에는 그 또한 일상 속에서 품고 지내야 했던 작가의 순간들을 그린다.


2부 ‘불행 울타리 두르지 않는 법’은 작가가 처음 이 책을 쓸 때 잡았던 제목이다. 때문에 책 속에서 ‘불행 울타리’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하는데, 곱씹어 볼수록 감탄하게 되는 단어다. 한번 생각해보라 불행과 울타리 이 둘의 이미지는 상반된다고 볼 수 있다.


울타리는 보통 외부로부터 위험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이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바깥과 안쪽을 격리시키는 장치이기도 하다. 그런 울타리의 특징으로 불행 울타리는 우리가 불행 속에 잠겨 있을 때를 상기시킨다.

생각해보면 우리를 종종 불행을 두르고 있는 상태가 된다. 그때는 세상과 나를 격리시키고 조용히 불행 속에 잠겨서 부정적인 감정 속으로 밀어 넣는다. 작가는 그러한 불행 울타리 속에서 벗어나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경험을 이야기한다.


‘불행 울타리 두르지 않는 법’은 불행이 우리에게 다가올지라도 우리 모두에겐 울타리를 넘어서 그 밖으로 나올 능력이 있음을 말하고 응원한다. 특히 ‘불행 배틀을 나온 뒤’라는 파트에서는 불행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해서 작가가 경험한 이야기를 전한다. 불행을 더 깊이 들여다보고 누구의 불행이 더 어두운지 비교하는 글을 읽고 작가가 남긴 댓글은 다음과 같다.


저도 처음에는 저처럼 아픈 사람이 있다면 제 아픔이 가시리라 생각했어요.

…하지만 점점 그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다른 사람이 아무리 불행하다 하더라도 결국 제 몸이 있는 이상 제 아픔이 가장 무겁잖아요.

… 맞닥뜨린 불행에서 도망칠 수 없다면 바꿀 수 있는 유일한 척도는 마음이 아닐까요.
너무 케케묵은 말이죠. 함께 견더 앞으로 좋은 날들 누렸으면 좋겠습니다.
살아 주셔서 많이 고맙습니다.

- 현요아 <나를 살리고 사랑하고> 중에서


불행 배틀은 서로의 불행을 꺼내놓으면서 누가 더 불행한지 나는 저 사람보다는 덜 불행하구나 느끼는 부정적 위로와 공감이 이루어지며 더 어두운 곳이 있다는 사실만 알게 될 뿐, 본질적으로 비교라는 행동은 무엇도 해결해주지 않는다.


마치 우리가 인스타그램을 보면서 느끼는 하이라이트의 비교처럼 인생의 가장 어두운 부분 역시 비교의 끝에는 공허함만 남아 있다고 작가는 말해준다. 이렇게 불행 울타리를 벗어나기 위한 작가의 시행착오와 생각들을 지나서 끝내 우리가 도달하는 이야기의 끝이 3부에서 이어진다.


3부 ‘우리는 지금을 살고 있군요’는 작가가 건네는 응원이자 불행 울타리에서 벗어난 작가가 불행 속에서도 조금씩 모아서 품어온 세상에 대한 사랑이다. 그리고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모은 작은 사랑으로 작가는 자신의 아픔과 슬픔을 적어서 우리에게 건네주었다. 그렇게 탄생한 책이 바로 <나를 살리고 사랑하고>이다.


‘우리는 지금을 살고 있군요’에서는 그럼에도 살아가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3부에 접어들었다고 이제까지의 불안과 불행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여전히 불안감은 찾아오고 세상에는 ‘귀엽지 않은 빌런들이’ 돌아다닌다. 하지만 그럼에도 살아갈 이유는 충분하다. 살아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너무 잘 해내고 있다는 응원을 건넨다.


3부는 어떻게 보면 2부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차이점이 있다면 살아가는 것에 조금 더 집중했다는 것이다. 똑같이 힘든 하루를 보냈을 때 2부에서는 불행 울타리 바깥을 바라보는 관점과 그 불행에 잠식당하지 않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3부에서는 힘든 하루에 무너지지 않고 지나 보냈다는 사실에 집중한다.


3부에서 자주 등장하는 단어는 충분함이다. 코로나로 일상이 무너졌을 때 많은 사람들이 이전과 같은 날이 빨리 돌아오길 바랐다. 하지만 언제나 피해는 순식간이지만 회복은 오래 걸린다. 그 사실을 잊으면 상처를 계속 바라보게 된다.


‘우리는 지금을 살고 있군요’는 그런 의미이다. 지금을 살고 있는 사람들, 상처가 조금 있을지라도 지금을 살아가고 있기에 시간이 지난다면 상처는 조금씩 아물어 갈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낫기 위해서 노력하지 않아도 괜찮다. 그저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당신은 훌륭하게 회복하고 있다. 이것이야 말로 나를 살리고 사랑하는 방법이 아닐까?


<나를 살리고 사랑하고> 현요아 작가님 메시지&사인 [출처 : 현요아 브런치]

우리에게는 더 많은 선택지를 만들 능력이 있어요

앞서 이 책에서 프롤로그와 에필로그가 얼마나 잘 쓰였는지 말했듯이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을 뽑으라면 무수히 많지만 그중에 에필로그를 꼭 포함시킬 것이다. <나를 살리고 사랑하고>의 사인본에는 위 이미지의 멘트가 꼭 들어가 있는데, 이는 ‘영영 고르지 않을 선택지’라는 에필로그의 제목과 함께 작가가 독자들에게 건네고자 하는 작가의 마음이자 메시지이다.


우리에게는 다양한 선택지를 만들 능력이 있다는 얘기, 기억하시죠.

그 선택지에 죽음이라는 보기는 영영 들어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한번 선택지에 들어가면 때때로 그 보기가 답인 것처럼 머릿속을 명확하게 채울 때가 있습니다.
그 선택지를 애써 지워내셨으면 좋겠습니다. 삶은 그 자체로 완전하니까요.

저도 고르지 않겠다고 약속할게요. 마음 한편에 고이 놓아뒀던 선택지를 영영 택하지 않겠다고요.

- 현요아 <나를 살리고 사랑하고> 중에서


책을 마무리하면서 작가는 스스로에게 다짐을 함과 동시에 독자들에게 스스로의 다짐을 함께하자는 따뜻한 손길을 내민다. 에필로그를 읽고 책을 덮으면 그때서야 알 수 있다. 이 책의 제목이 왜 <나를 살리고 사랑하고>인지, 작가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고 사랑하고 있는지, 그리고 책이 사랑으로 쓰였다는 것을 말이다.


<나를 살리고 사랑하고> 배경화면 스마트 워치ver [출처 : 허밍버드 블로그]

어둠 속에 핀 무지개

책의 표지를 보면 무지개가 드리워져 있다. 무지개는 빛의 스펙트럼으로 빨간색부터 보라색까지 다양한 색을 피워낸다. 책에는 정말 좋은 이야기와 문장들이 스펙트럼처럼 펼쳐져 있다. 내가 책에서 인용한 문장들은 그 사이사이에 있는 주황색, 초록색, 파란색처럼 일부일뿐 진짜 영롱한 청록색이나 노을과 같은 색으로 빛나는 문장들은 부러 가져오지 않았다.


삶이 너무 무채색처럼 느껴질 때 온통 세상이 흑백으로 가득하다면 <나를 살리고 사랑하고>를 통해서 작가가 건네는 사랑으로 삶에 색을 찾아보길 바란다. 무지개 속 스펙트럼에는 숨어있는 색이 많아서 어쩌면 내가 보지 못한 새로운 색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채워진 색은 당신의 삶에 아주 작은 빛일지 모르지만, 깊은 어둠 속에 있는 사람일수록 작은 빛도 밝게 빛난다. <나를 살리고 사랑하고>는 그런 책이다. 가장 어두운 사람에게 작은 빛은 건네는 책.


작가 역시 아직 완전히 어둠 속에서 나오지 못했다. 작가의 브런치 글을 읽으면 여전히 때때로 불안하고 힘든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그렇지만 주변에서 받은 조그만 애정들을 모아서 <나를 살리고 사랑하고>를 적어 우리에게 보내주었다.


당신도 이 책으로 조그만 응원을 받아서 그런 응원들이 조금씩 모여 어느 날 컨디션이 조금 괜찮은 하루를 맞이한다면, 이 책을 쓴 현요아 작가처럼 주변에 사랑을 전했으면 한다. 그것이 <나를 살리고 사랑하고>에 대한 보답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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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요아 작가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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