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아바타: 물의 길 (아바타2)
※키노라이츠 인증회원으로 시사회 참석해 관람한 작품입니다.
TIP. 쿠키영상(X) / 1편 관람 필수!! / 영화관 관람 추천
일단 이번 <아바타: 물의 길>을 꼭 봐야하는 이유라면 개인적으로는 영상미를 첫 번째로 뽑을 것 같다.
아바타의 세계관은 기본적으로 지구가 아닌 판도라라는 외계 행성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영화를 보면서 상상 속 외계 행성의 다양한 생태계를 마치 자연 다큐멘터리처럼 마주하게 된다. 어마어마한 제작비와 세계 최고 수준의 제작진들이 만들어낸 영상미는 가상의 행성을 스크린 속에서나마 실제로 존재하게 만들었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님의 인터뷰에 따르면 1편의 열대우림과 2편의 바다 외에도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많은 환경들이 후속편에 등장한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아바타 시리즈가 성공해서 5편까지 모두 잘 나왔으면 하는 이유 중에 이러한 탄탄한 세계관이 완성된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감도 크다. 마치 해리포터를 통해서 만약 마법사 사회가 있다면 저런 모습이겠구나 상상할 수 있게 된 것처럼, 스타워즈가 우리에게 광선검이라는 물체를 알게 해준 것처럼, 아바타 역시 우리를 새로운 세계로 이끌어 주는 대표적인 시리즈가 될 것이다.
<아바타: 물의 길>은 2편이지만 동시에 1편 같은 느낌을 품고 있다.
그 이유는 1편은 시리즈를 고려해서 만들어진 영화가 아니지만 2편의 경우 1편의 스토리를 이어가면서 5편까지 이어지는 시리즈를 연결하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특히 <아바타: 물의 길>은 1편에 비해서 많은 부분을 확장시키기 위해 노력한 점이 보여진다. 대표적으로 1편 이후 15년이 지난 설정으로 설리는 3명의 자녀와 1명의 나비족 양녀, 1명의 인간 아이를 보살피고 있다. 또한 등장하는 환경 역시 숲에서 바다로 이동하면서 바다에 살고 있는 새로운 부족과 생물들이 나오게 되는데, 이러한 점은 세계관의 확장이라는 장점으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너무 소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단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인간과 나비족의 관계 역시 새롭게 확장시키기 위해서 노력하는 모습들이 보이는데, 아무래도 판도라의 새로운 환경과 새로운 생물 등 나비족과 관련된 부분에서 소개할 내용이 많다보니 인간쪽의 15년에 대한 서사가 약간 빈약하게 보여지는 아쉬움이 있었다. 미미하게 드러난 설정으로는 인간들의 판도라 침공이 이제는 단순한 자원채취가 아니라 본격적인 행성 정복으로 변경되었고 이에 따라 더 조심스럽고 확실하게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는 것을 드러낸다.
마지막으로 선과 악의 구도 역시 더 복잡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했는데, 1편의 악역인 쿼리치 대령을 다시 등장시키면서 주인공 제이크 설리와 퀴리치 대령 사이의 서사를 더 밀도 높게 조정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님의 인터뷰에 따르면 히어로 영화처럼 매번 물리치고 새롭게 등장하는 구조가 아니라 시리즈를 이어감에 따라 악역도 함께 서사를 쌓아가는 방식으로 만드셨다고 한다.
이러한 <아바타: 물의 길>의 시리즈적 속성은 1편을 꼭 봐야한 이해 할 수 있는 진입장벽과 3편을 위한 2편이라는 애매한 포지션으로 남고 말았다.
하지만 속편의 제왕으로 불리는 제임스 카메론 감독님이기 때문에 완전히 서사가 무너진 정도까진 아니다. 또한 흥행 여부에 따라서 3편 완결과 5편 완결 두 가지 플랜을 생각중이라고 하시는 걸 보면 2편의 빌드업은 3편에서 아주 훌륭하게 회수되어 터트려질 것 같기에 오히려 다음 스토리가 기대되는 부분도 있었다.
이번 <아바타: 물의 길>은 3가지 포인트로 정리가 되는데, 앞서 말한 ‘세계관 확장’, ‘무분별한 환경 파괴(또는 환경 보호)’, ‘가족’이다.
여기서 전체적인 메인 스토리를 끌고 가는 내용은 ‘가족’에 대한 내용이다.
개인적으로 <아바타: 물의 길>의 평점을 추측해 보자면 3.5 또는 4.5가 되지 않을까 싶은데 그 차이는 메인 스토리인 ‘가족’에 대한 내용에 얼마나 공감 했는지 정도로 나뉠 것 같다.
이 ‘기승전-가족’ 서사는 얼핏 보면 꽤나 감동적이지만 다르게 보면 억지스러운 부분도 만만치 않다. 이렇게 스토리가 잡힌 이유는 역시 앞으로 아바타 시리즈를 이끌어 갈 주인공이 ‘제이크 설리’에서 ‘설리 가족’으로 확장되었고, 이에 따라 각각 구성원을 입체적으로 구축하고 하나로 묶는 과정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때문에 설리와 네이티리는 전혀 매력을 보이지 못한다. 전반적으로 받혀주는 역할로 비추어지고 오히려 자녀들의 성장을 표현하기 위해 장애물이 되는 부모로 그려진다. 1편에서 영웅적 서사를 펼쳤던 제이크 설리의 모습을 생각하면 약간은 답답해지는 부분이 생기는 이유이다.
또한 세계관의 확장은 새로운 설정으로 흥미를 자극하지만 인물 관계의 확장은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일어나는 가족간의 실랑이로 다루어지기 때문에 외계문명과 인간의 충돌을 보러가서 흔한 가족다툼을 보게되는 진부함을 부여한다.
물론 그 와중에도 물의 부족에 완전하게 적응해내는 로아크의 성장 서사나 나비족의 신격 존재인 ‘에이와’와 소통하며 존재감을 키우는 키리의 서사는 새롭게 다가오지만 이것들은 어디까지나 2편에서 회수되지 않고 다음 시리즈로 넘어가는 빌드업이다.
가장 흥미로운 관계도를 지닌 스파이더 역시 2편에서는 자신의 친아버지인 퀴리치 대령과 시간을 보내며 새로운 관계가 피어날 수 있음을 암시할 뿐 직접적인 갈등이나 인간과 나비족 어느 입장에 서게 될 것인지 많은 궁금증을 던지기만 하고 끝이난다.
결과적으로 재밌는 부분은 모두 3,4,5편으로 넘기고 가장 단순한 성장, 대립, 화합 이런 부분만 가족이란 이름으로 묶으면서 끝나는 것이다. 이것이 <아바타: 물의 길>이 몹시 흥미로운 영화이면서 동시에 진부함을 지우기 어려운 느낌은 남긴 가장 큰 이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5라는 평점이 나올 수도 있는 이유는 <아바타: 물의 길>에서 등장하는 ‘가족’이라는 메시지가 완전하게 단편적으로 그려지기만 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아바타: 물의 길>을 보고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대단하다고 느낀 점 중 하나가 바로 입체적인 확장이다. 단점 역시 너무 확장에만 몰두했다는 것이지만 장점 역시 확장을 잘 시키는 감독이라는 것이었다.
기본적으로 아바타는 인간이었던 제이크 설리와 나비족인 네이티리가 만나서 함께하는 이야기이다. 1편은 둘이 만나게 된 로맨스적 서사를 그렸다면 2편부터는 둘이 함께 꾸린 가족들이 펼치는 이야기이다. 이는 단순하게 둘이 만나서 가족을 이루었다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인간과 나비족 두 문명이 섞이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인간 사회는 개인화된 사회이다. 우리가 말하는 가족은 아주 좁은 범위로 그려진다. 반면에 나비족은 부족화된 사회이다. 부족 사회에서 가족은 대체로 더 넓게 그려지며 최소 부족 전체를 가족의 범위로 그린다. 여기서 나비족은 지구의 부족보다 더 넓은 의미의 가족을 그리는데 그 범위는 자연까지 포함하는 모든 생명을 가족으로 여긴다.
그 배경에는 나비족이 믿는 신 ‘에이와’ 때문인데 나비족은 머리 뒤에 신경다발이 있어서 이를 통해 행성의 모든 생물과 소통한다. ‘에이와’라는 신 역시 실제로 살아숨쉬는 행성 그 자체처럼 그려지기 때문에 사실상 행성과도 소통하는 종족이라고 할 수 있다. 나비족의 넓은 가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는 다양하게 타고다니는 생물들로 이들은 마치 반려동물처럼 일생을 함께하는 존재로 표현된다.
이 때문에 제이크 설리의 가치관과 네이티리의 가치관이 충돌하는 장면들이 나온다. 제이크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 부족을 떠나는 선택을 하지만 네이티리는 처음에 이에 대해 반발하는 모습을 보이다 끝내 수긍하고 제이크의 선택을 존중해준다.
이러한 차이는 툴쿤이 등장하는 장면에서도 알 수 있는데, 바다 부족인 멧케이나 부족은 툴쿤을 영혼의 동반자로 여긴다. 따라서 툴쿤을 사냥하는 인간들에 대해서 굉장히 적대적이고 전쟁을 불사하는 태도를 보이지만 제이크는 툴쿤에게 다른 지역으로 떠나라고 이야기해야 한다 말한다.
이는 제이크 입장에서 보면 충돌을 피하는 것이 가족을 지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작은 범주의 가족을 지키는 것을 우선으로 생각한다면 싸움이 없는 지역으로 가면 될 문제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나비족은 다르다. 결과적으로 모두가 연결된 가족이기 때문에 내가 피하거나 우리 부족이 피하더라도 결과적으로 다른 부족이나 동물들이 피해를 입는 것이고, 이들 역시 가족이라는 점은 다르지 않다. 결국 인간과 맞설 수 밖에 없는 것이 나비족의 운명이라는 것이다.
<아바타: 물의 길>은 제이크 설리가 생각하는 좁은 의미의 가족 간에 생겨나는 갈등들, 말썽꾸러기 로아크, 적응하지 못하는 키리 등 제이크 설리의 가족이 성장하면서 하나로 뭉치는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제이크 설리가 물의 부족과 툴쿤 등 더 넓은 의미의 가족들을 만나게 되고 함께하는 방법을 알게 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뿐만아니라 스파이더라는 캐릭터를 통해서 어쩌면 나비족은 넘어 인간까지도 그 가족안에 들어갈 수 있을지 모른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또한 관객들에게는 자연 보호가 중요해지는 시점에 우리 역시 인간과 자연을 나누어 생존을 위해 자연을 파괴하는 것이 아닌 자연을 하나의 가족으로 품어서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범 지구적인 이야기를 함께 전하고 있다.
<아바타: 물의 길>에 대한 총평을 이야기 하자면 몹시 흥미롭고 만족스럽지만 동시에 아쉽고 심심한 영화라는 묘한 감상이다. 전체적으로 시리즈의 확장 때문에 일부분은 힘을 빼고 만들었다는 느낌이 들었고, 후반부 시리즈에서 확실하게 터트리기 위한 빌드업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5편이나 되는 시리즈의 일부라는 점이 스토리의 큰 흐름에서는 물론 마이너스로 작용했을지 모르지만 거대한 서사의 흐름에 한 부분이기 때문에 디테일을 보면 또 무의미한 설정 없이 밀도높게 채워져 있다는 점이 느껴지는 영화였다.
전체적으로 세계관의 확장, 인간대 나비족의 대립, 가족간의 갈등 등을 모두 다루고 싶었던 것 같은데… 각각 살펴보면 세계관의 확장은 잘 표현되었지만, 인간대 나비족의 대립은 표면적인 부분만 보여졌으며, 가족간의 갈등은 조금 미흡하게 다뤄졌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가족간의 갈등부분이 조금 더 인간과 나비족의 차이를 드러내주면서 입체적으로 다뤄졌다면 좋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남았지만, 아무래도 한정된 영화 시간 안에 인물들의 성장과 소개, 갈등, 심지어 설정까지 보여주려고 한다면… 왜 이 영화가 3시간이 넘도록 꽉꽉 채워져서 만들어졌는지 짐작이 된다. 때문에 스토리와 새로운 세계관 중에서 더 비중있게 다뤄야 하는 하나를 고른다면, 나 같아도 13년 동안 세세하게 디자인하고 만들어낸 세계관을 조금이라도 더 담아내고 싶었을 것 같다.
그나마 제임스 카메론 감독님이니까 이정도라도 밸런스를 잡아낼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싶어서… 5편까지 다 보고나면 0.5점 정도 더 올라갈 수 있기를 기대해보는 <아바타: 물의 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