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오늘 장례식장에 다녀왔습니다. 나이가 들 수록 장례식장에 가는 횟수가 늘고 있습니다. 그동안 비즈니스적인 관계로 예의상 장례식장을 가는 경우가 많았는데, 오늘은 너무 무겁고 애통한 마음으로 장례식장을 다녀왔습니다. 저의 어머니 또래의 여(女) 권사님께서 유명을 달리하셨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저는 20대 초반까지 대전에 살았고, 대전의 작은 동네의, 동네치고는 꽤 큰 교회에 다녔습니다.
그 교회는 여전히 저의 또 다른 가족이라는 생각이 들 만큼 언제나 가도 포근하고 제가 언젠가 대전에 다시 돌아가고 싶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20여 년 동안 제가 대전에 살면서 매주 3번 이상 예배를 통해서 교회 어른들을 만났습니다. 어렸을 때는 교회의 어른 분들이 너무 커 보이고 저는 항상 그분들 앞에서 철없는 어린아이로만 남을 줄 알았습니다. 교회의 어른들은 저를 볼 때마다 자기 자녀들처럼 저를 아껴주셨습니다.
그런데 그런 어르신 중 한 분이 돌아가신 겁니다.
아마 가족 같은 교회에 다니신 분들이라면 교회라는 공동체에서 제가 갖고 있었던 연대감에 대해서 공감하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장례식장에서 발인 예배를 드리고 유가족을 만나 인사를 드리는데, 고인의 남편분께서 저를 보시더니,
"어이구, 멀리서도 와줘서 고마워, 너희들도 많이 커버렸구나, 아이들은 잘 크고 있지?"
20년 전 뵀을 때와는 너무나도 다르게 늙어버리신 고인의 남편분께서 저를 보시더니 멀리서 내려와 줘서 고맙다는 말씀을 하시더군요. 저는 눈에서 눈물이 왈칵 나오려고 하였는데, 고인의 남편 분께서는 얼굴에 선한 웃음을 하시더니,
"아내가 오늘 천국에 갔는데, 기쁜 날이잖아, 슬퍼하지 않아도 돼"
저는 그 말을 듣는 순간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습니다. 만약 제 아내가 저보다 일찍 세상을 떠나면 저는 정말 외로워서 살아갈 수 없을 거 같은데, 얼마나 아내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질지 상상조차 하기 싫습니다.
사람은 언젠가 죽습니다. 그래서 저도 죽을 날이 오겠죠, 그래서 이렇게 사람의 죽음을 보면 겸손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그리고 저를 되돌아보게 됩니다.
제가 죽음을 보고 느끼는 것은 4 가지입니다.
1. 내기 죽기 전에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저는 돈을 좋아하고 돈을 많이 벌어서 부자가 되고 싶은데, 이런 저의 꿈을 가끔은 되돌아보게 됩니다.
내가 돈을 아무리 많이 모은들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오히려 돈이 너무 많이 있으면 이런 돈을 다쓰지 못하고, 더 이상 누릴 수 없는 것에 대해 아쉬움이 남지 않을까? 지금 죽는 부자보다, 지금 라면 한 그릇을 먹으려고 하는 거지가 더 행복하지 않을까? 많이 가질수록 미련이 많이 남고 죽을 때 더 아쉬움이 남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런 생각도 잠시, 다시 현실로 돌아와서 눈에 불을 켜고 돈을 모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2. 내가 정말 죽기나 할까? 그래도 아직 많이 남았는데,
저는 정말 아직도 창창한 나이인데, 정말 내가 70살이 되고 80살이 되고 늙기나 할까?
그리고 죽기나 할까? 하는 의심이 들기도 합니다. 지금 저는 살아 있기 때문입니다.
3. 죽음은 아무것도 아니다. 내가 태어나기 전에 내가 수 억년 동안 나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지만 나는 그때 아무렇지도 않았다.
조선시대에도, 1950년대 6.25 전쟁 때도 저는 세상에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당시에 제가 세상에 없다는 것을 느끼지도 못했으며 고통스러운 기억 조차 없습니다. 그래서 제가 죽어도 아무렇지도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4. 죽으면 천국에 가고 싶고, 천국은 정말 행복할 것이다.
저는 기독교를 믿기 때문에 천국을 믿으며, 믿음이 흔들릴 때도 있지만 천국을 믿으려고 노력을 합니다.
그래서 기독교를 믿지 않아서 지옥에 갈 확률보다 천국에 갈 확률이 큰 기독교를 믿는 것을 잘했다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5. 하루하루 감사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이 되자.
이 세상에 선택받은 것은 최고의 감사 거리라고 생각을 합니다. 이 세상에 태어나고 싶었지만 태어나지 못한 삶도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어떤 대상과 경쟁을 해서 이 세상에 태어날 확률이 극히 낮았지만 선택을 받아서 이 세상에 태어났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이 세상에 태어난 것에 대해서 감사하게 살아야 하고, 어쩌면 혼자 외롭게 있어야 했을지 모르는 이 세상에 외롭지 않게 같이 살아주는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러나 나쁜 사람에게 까지는 별로 잘해주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누군가 그러더군요, 지옥에서는 악마에게 잘 대해주면 지옥을 빠져나올 수 없다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