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작품 - 윤고은, 은행나무, 2023
(스포일러가 조금 있습니다. 주의하세요)
윤고은의 신작 <불타는 작품>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기상천외한 창의력의 극치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 소설은 설정, 결말, 모든 것이 애매모호함으로 가득 차 있어, 책의 마지막 문장을 읽고 나서도 무엇이 진짜인지 알 수 없게 만든다.
이러한 불확실성은 독자로 하여금 수많은 질문을 던지게 한다. 작품 초반에 등장한 로버트는 정말 개인가? 중후반부의 로버트와는 같은 존재인가? 만약 가짜라면, 언제 바꿔치기된 것일까? 안이지가 로버트 재단 건물에서 맨 처음 맞닥뜨린 개가 바로 겁을 먹고 발버둥치던 로버트였을까? 아니면 발트만보다 먼저 죽고 상징으로만 남은 것일까? 애초에 로버트는 실재했던 걸까?
또한, 안이지가 겪은 일은 어디까지가 진실일까? 마지막 작품을 골라 나올 때 지하에서 본 개는 로버트였을까, 아니면 안이지의 환영이었을까? 뒤따라 들어간 여자의 정체는 무엇일까? 책의 결말부에서조차, 정말 샘이 로버트를 납치한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로버트 재단의 몰락을 알아채고 도망치는 건지 확실히 알 수 없다.
<불타는 작품>은 그 어떤 것도 확실하지 않은 채로, 모든 가능성을 내포한다. 이는 독자로 하여금 소설의 모든 구성 요소를 자유롭게 해석하며 자신만의 이야기를 완성하게 한다. 이 과정에서 각 독자는 고유한 독서 경험을 하게 된다.
소설을 읽은 독자는 질문과 해석을 가지고, 작가와 글쓰기-읽기-해석하기라는 창작 과정을 함께 만들어간다. 예술의 창조와 해석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탐구하며, 독자 스스로 예술을 직접 체험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불타는 작품>은 일종의 메타픽션이라 할 수 있다.
윤고은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예술 창작의 본질에 대해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모호함과 불확실성 속에서 우리 각자가 나름의 예술을 발견하고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가 바로 예술의 핵심이 아닐까. <불타는 작품>은 그런 예술 본연의 의미를 독자와 함께 탐구하는 놀라운 문학적 실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