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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헌이 May 03. 2024

북튜버 김겨울의 진솔한 이야기

겨울의 언어 - 김겨울, 웅진지식하우스, 2023

북튜버 김겨울의 일곱 번째 저서 <겨울의 언어>는 이전 책들과 달리 뚜렷한 중심 소재 없이 오로지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책의 제목과 달리 태국의 덥고 습한 공기와 뜨거운 햇빛 아래에서 읽었는데, 그 대비가 오히려 재미를 더했다.


나는 에세이를 작가의 배경에 따라 소설가, 시인, 에세이스트가 쓴 에세이로 분류한다. 이는 우열을 가리기 위함이 아니라 각각의 글에서 나타나는 분위기 때문이다. 저자가 시를 쓰기도 해서인지, <겨울의 언어>는 시인이 쓴 에세이의 느낌이 강하게 든다.


책은 총 3부로 이루어졌다. 프롤로그에서 언급했듯이 1부에서 3부로 갈수록 글의 분위기가 점차 풀어진다. 1부는 진지하고 어두운 색채로 쓰여 저자의 유튜브 채널 '겨울서점'에서 보여주는 즐겁고 활발한 모습과는 대비를 이룬다. 이로 인해 1부는 다소 이질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솔직히 말해, 각 부는 물론 연속된 글의 분위기가 다소 일정하지 않은 편이다. 글 솜씨와는 별개로 구성과 편집 면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그러나 1부의 '완벽한 삶-책'은 자기계발서를 다룬 에세이 중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꼽을 만하다. 비-자기계발서를 선호하는 독서가라면 반드시 읽어보기를 권한다. 다른 글은 제쳐두더라도 이 글 한 편을 읽기 위해서라도 <겨울의 언어>를 펼쳐볼 가치가 있다. 다음은 '완벽한 삶-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문장이다.


자기계발서는 어디로도 가지 않는다. 땅에 단단히 뿌리를 박고, 지금 이 순간 바로 여기에서 성취할 것을 주문한다. 이곳은 변하지 않는 너의 세계라고 확신시킨다. 바로 이곳에서 살아남아 적응할 것. 남들보다 더 열심히 일해서 더 많은 돈을 벌고 더 높은 자리에 오를 것. 땅을 바꿀 생각을 하기 전에 나무를 크게 키워낼 것. 그러나 그러한 요구는 때로 다음과 같은 말들로 들리기도 한다. 노래하지 말 것. 부정하지 말 것. 속삭이지 말 것. 땅에 붙은 것들을 무시하고, 뛸 수 있을 때 걷지 말 것.
(중략)
그러므로 지금 이곳에서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우라고 말하는 책보다 나를 멀리 데려가는 책을 원한다. 내가 아닌 사람, 여기가 아닌 곳, 지금이 아닌 때로 나를 데려가주기를. 그래서 나의 오래된 시야도 생각도 감각도 재편해주기를. 만나본 적 없는 사람과 겪어본 적 없는 일을 하게 허락해주기를. 이곳이 전부가 아니라고 말해주기를. (74~76쪽)


유튜버로서의 모습 너머 인간 김겨울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싶다면 이 책을 강력히 추천한다. <겨울의 언어>는 저자의 진솔한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에게 새로운 시선과 깨달음을 선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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