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전부터 고액모금 업무를 담당해오면서 고액모금이 우리 기관 내에서 어떤 성장을 했고, 어떤 우여곡절이 있었는 지, 어떤 성과가 있었고 여전히 어떤 어려움이 있는 지를 볼 수 있었다. 최근에는 많은 기관들이 몇몇 초고액후원자들의 등장으로 인해 초고액후원자 유치를 위한 움직임에도 많은 관심이 있는 것 같다. 기관 차원에서도, 직원 개인에게도 그러한 흐름은 도전의식과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가끔 소위 말하는 '큰 후원'만 바라보다 고액모금의 기본기를 망각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든다. 얼마 전에 읽게 된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손웅정 지음)>는 축구에서의 '기본기'를 강조하는 데 나는 고액모금에서도 '기본기'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끊임없는 변수에 대응하려면 기초가 탄탄해야 한다.차곡차곡 밑바닥부터 쌓지 않으면 기량은 어느 순간 싹 사라진다.더 높이 올라갈 수 있으려면 바닥부터 사다리를 들고 가야 한다.우리는 사다리 꼭대기에 올라간 사람에게만 눈길을 주지 바닥부터 한 단계씩 차분히 발을 딛고 오르는 사람은 눈여겨보지 않는다. 사다리를 타고 높이 오르고 싶다면 한 칸 한 칸 차례로 조심스레 밝고 가야 안전하게 오를 수 있다. 건너뛰면 위험하다. 기본기 습득 과정에는 중간에 빠진 사다리 가로대, 즉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응하는 방법까지 들어가야 한다.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 中>
1.대면 마케팅인 고액모금은 역시나 '사람'이 핵심이고, 고액후원자 관리가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후원금의 크고 작음을 떠나 이 후원금에 깃들여 있는 후원자님의 마음이 잘 전달되도록 돕는 것, 그리고 이 후원금으로 변화된 것들을 제대로, 잘 보고하는 것이 기본이다. 이러한 경험이 생각보다 많이 쌓여야 진정한 고액모금가가 될 수 있다고 나는 믿으며 나 역시 그 여정을 계속 밟아가는 과정에 있다.
2.고액후원자를 깊이 관리하다보면 후원자를 통해 삶의 '희로애락'을 경험하게 되며 본의 아니게 담당자로서 후원자의 인생 여정에 깊게 들어와 있을 때가 있다. 때때로 후원자의 기뻐하는 모습, 화내는 모습, 슬퍼하고 즐거워하는 모습 등을 통해 내 감정도 여러번 요동치게 된다. 감정이입을 잘하는 나로서는 후원자님들의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져 힘들 때가 많았다. 다양한 후원자님들의 다양한 인생 속에서 나오는 나눔을 마주하면서 고액모금 담당자로서 삶을 이해하는 폭도 넓어지는 기분이다. 이러한 다양한 삶을 마주해보는 경험, 이 경험이 쌓이고 쌓여서 앞으로 새롭게 만나게 될 후원자님을 더 잘 이해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3.후원자를 오랫동안 관리하다보면 지금은 초청을 해야하는 단계인지, 아직은 계속 관계를 만들어가야 하는 지에 대한 감이 오게 마련이다. 물론 그 감이 늘 옳은 것은 아니지만 이는 배우들이 연기를 오래 하면 연기가 늘 듯이 고액후원자를 많이 만나는 담당자에게도 늘게 되는 감각이라고 생각한다. 가끔 리더분 또는 직원들과 후원자 관리에 대한 전략을 논의함에 있어서 의견이 다를 때가 있는 데 나는 후원자를 관리하고 직접 컨텍하는 사람의 직감이 대부분 맞다고 본다. 왜냐면 후원자에 대해 가장 많이 고민하고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는 사람은 후원자를 담당하고 있는 담당자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경험치는 쌓이고 쌓여 관계관리의 감각을 만든다고 생각한다.그러므로 기본기가 있는 고액모금 당당자의 감각은 믿어보는 게 낫다.
4.그 외에도 사람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하는 책읽기라던지, 고액후원자들이 관심 있는 주제에 대한 리서치, 시대의 흐름,트랜드에 대한 끊임없는 공부가 필요하다. 사람에 대해서 궁금해하는 마음은 곧 관심으로 이어지며 그 관심은 사람을 이해하는 능력으로 이어진다. 물론 후원자에게도 NGO의 직원 한명이 아닌 더 알아가고 싶은 호기심이 생길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나만의 색깔, 나만의 무기를 갈고 닦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는 고액모금의 실무를 제대로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고액모금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고액모금을 진행하면서 한 사람을 생각하며 치열하게 고민하고 준비하는 그 마음은 직접 해보지 않고서는 모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게 함으로서 고액모금의 기본기는 다져진다고 본다.
내가 생각하는 고액모금은 사람을 대하는 기술과 진정성의 결합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지향하는 바도 테크닉적으로도 어느 정도 완성이 됬지만 모금을 대하는 철학이 좋은 사람, 옆에서 지켜보는 후배들이 나의 마음가짐과 태도를 보고 배우고자 하는 마음이 생겼으면 좋겠다. 그러면서도 전체를 다 보고 있는 여유가 있는 사람...그것이 지금 수준에서, 내가 생각하는 고액모금가의 지향점이다. 그 지향점을 향해 오늘도 나만의 기본기를 닦아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오늘 하루를 생산적인 날로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뭔가를 처리하고 달성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 와 동시에 씨를 뿌려 둡시다. 매일 열매를 수확하려면 매일 씨 뿌리기가 필요합니다. 지금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 것, 도움이 될지 그렇지 않을 지 여부가 불확실한 것에도 넉넉히 마음을 써야 합니다.먼 훗날의 중요한 결실을 위해 '매일 씨 뿌리기'라는 투자를 해 둡시다. <일의 기본, 생활의 기본 100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