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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쌤 Jul 14. 2022

한 가지만 하소서

남들에게 멋져 보이고 싶은 욕망은 결국 나의 바닥을 드러낸다

sns를 하면서 글쓰기를 꾸준히 하게 되었다. 원래부터 글 쓰는 것을 좋아하지도 잘하지도 않았으나 댓글을 주고받으면서 글쓰기가 재밌어졌다. 주로 소소한 일상의 즐거움을 이야기하는데 그래도 가끔은 큰 이슈가 생기면 뭔가 논리적으로 멋진 글을 쓰고 싶어졌다. 흔히 좋아요를 많이 받는 인플루언서들의 글을 많이 읽어보았는데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의 글은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었다.


1. 평상시의 본인 모습과 글이 일치한다.

2. 단일한 주제로 글을 끌고 나가며 어려운 단어를 남발하지 않으면서 문장이 간단명료하다.

3. 글이 길어도 가독성이 좋으며 약간의 유머감각이 글을 매끄럽게 한다.


나는 이런 글에 끌리고 설득당했다. 반면 나는 저렇게 글을 쓰지 말아야 하는 글들의 특징을 요약해보면,


1. 평상시의 본인 모습을 글로 '만들려고'한다.

2. 글쓴이가 논리적이고 냉철한 사고를 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임과 동시에 본인이 얼마나 따스한 감성의 소유자인지를 글 하나에 풀어낸다.

3. 정치적 올바름을 외치나 본인은 유머 감각도 있고 유연한 사고를 하고 있음을 글로 나타낸다.

4. 이 엄격하고도 냉철한 글을 쓰고 있지만 글쓴이 자신은 굉장히 힙하며 트렌디하다는 것을 글로 나타낸다.


이런 글들을 보면서 내가 하는 생각은 '한 가지만 해라, 한 가지만!'이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보며 내 아이들의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한 번도 실물로 보지 못 한 고래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고래 책과 고래 모형을 들고 다니던 둘째의 모습이 떠올랐다. 이 드라마의 3화는 참척의 아픔을 겪은 부모의 마음을 다뤘기에 큰 공감이 가서 글감으로 고래와 드라마, 참척의 아픔을 가져왔다.


시작은 아이들의 고래 사랑에 관한 것이었는데 아이들이 닳도록  다큐 영화 '오션스'  OST 이야기를 쓰고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엮다가 참척의 아픔을 이야기하면서 박완서 작가의 ' 말씀만 하소서' 인용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자식을  마음이 절절히 그려진 '케테 콜비츠' 작품 인용에 이르러서 나는 길을 잃고 말았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인지. 다시 한번 내가 좋아하는 글의 특징과 내 글을 비교해보았다.

주제는 단일하지 않으며 사람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내가 아는 범위의 멋져 보이는 모든 매체와 책, 음악, 회화까지 끌어들였다는 뼈 아픈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글은 아직 서랍에 고이 모셔두었다.

내 글이 잘 풀리지 않을 때 귀감으로 삼아 두고두고 보려고 한다.


글은 명료하게 단일한 주제를 반복해야 메시지가 정확해진다.

내 글을 읽고 오해하는 사람이 많다면 그것은 독자의 잘못이 아니라 글을 그 따위로 쓴 내 잘못이다.

오해가 반복되면 그 사람은 변명을 할 것이 아니라 자기반성을 해야 할 것이다


"한 가지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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