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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쌤 Aug 08. 2024

듀오 피아니스트 유센 형제의 공연을 보고

그 뜨거운 형제애와 음악성에 놀라다

2024 예술의전당 국제음악제가 시작되었다. 

나는 주저 없이 유센 형제의 공연 두 개를 선택했다. 


첫날  프로그램은 Francis Poulains의 Concerto For Two Pianos였는데 1악장 시작부터 오케스트라와 피아노의 합이 너무나 좋았고 두 형제의 합은 정말 놀라웠다. 

풀랑크는 사실 클래식 음악 작곡가로 분류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음악을 보여준다. 뽕삘이 넘치기도 하는 작곡가의 곡을 형제가 아주 소화해 내어서 리사이틀에 대한 기대가 더 커져갔다.


https://youtu.be/Q9iaollYj2U?si=-1R91Wsc39pRHzbu


리사이틀은 총 다섯 곡으로 구성되었다. 


보통 두 명의 피아니스트가 연주하는 곡들 중에 '네 손을 위한 연주곡'은 한 대의 피아노에 두 명의 피아니스트가 앉는 것이고,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곡은 피아노를 엇갈려 놓고 각자의 피아노에서 연주하는 형태를 말한다. 


첫 곡은 모차르트의 네 손을 위한 피아노였는데, 우아한 곡에 걸맞은 연주 매너가 정말 감동이었다. 성인 남성 둘이 피아노 앞에 앉으려면 서로의 공간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하는데, 무대 쪽에 앉은 동생(아르투르 유센)이 주로 연주할 때는 형(루카스 유센)이 봅 슬레이 선수처럼 거의 뒤로 누워 있고 형의 연주 분량이 많아지면 동생은 왼손을 가슴에 얹고 무대 쪽으로 몸을 비틀어 형의 공간을 내주었다. 이러한 연주 매너는 전혀 이질적이지 않았고 연주의 한 형태로 보였고 아주 우아하고 아름다웠다. 



https://youtu.be/UV5PtlqumeA?si=vcuD2Y7F3cdhQSyG


세 번째 연주된 비트만의 작품은 2022년에 발표된 따끈한 현대곡으로 사실 별 기대 없이 듣다가 큰 충격을 박았다. 피아노 두대로 낼 수 있는 효과는 거의 다 들을 수 있었고 아름다운 멜로디는 기본에 긴장감 넘치는 리듬까지 너무나 반해버린 연주였다. 이 형제는 리듬감도 너무나 훌륭했다. 


뒤이은 2부에서의 드뷔시와 라흐마니노프도 더 이상 좋을 수 없었다. 


보통 두 명 이상이 합을 맞추면 당연히 눈빛 교환을 물론이고 싸인이 크게 드러나도록 연주를 하는데, 이 형제는 시작할 때 시선을 맞추는 것 이외에는 싸인이 드러나지 않는다. 그냥 한 사람이 연주하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이러한 합을 연인, 부부 관계에서는 지속하기 힘들다. 아들 형제를 키우는 나로서는 이 형제의 합도 너무나 경이로웠다. 3살 차이 형제라면 같이 붙어 앉는 것도 싫어하는데 이 형제는 정말 음악으로 합치를 이룬 것일까..


포핸즈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곡이 적지는 않지만 이렇게 잘 연주하는 '지속적인' 팀은 정말 귀하다. 두 명의 피아니스트를 위해 작곡한 모든 작곡자는 이 형제에게 감사를 해야 한다. 

이렇게 합이 잘 맞는 피아노 듀오는 처음이다. 관객들도 이 형제의 숨소리에 맞춰 같이 숨을 죽이고 호흡했다. 공연이 끝나고 관객들은 뜨거운 박수를 보냈고 유센 형제는 그에 보답하듯 세 곡의 앙코르를 연주했다. 


그중에 마지막 곡이 나를 울리고 말았다. 


이제까지 공연장에서 나를 울린 곡은 많지 않은데 작곡가 손성제의 노래 '갈까부다'와 문지영 피아니스트의 '엘리제를 위하여'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두 곡 모두 멜로디가 단순하지만 표현이 어렵고 마음을 움직이는 연주였기에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린 것 같다. 


오늘 이 형제가 연주한 마지막 앙코르곡은 첫 타건부터 나를 움직였다. 단순한 멜로디, 깔끔한 진행. 바흐였다. 

바흐의 '하나님의 시간이 최상의 시간이로다'를  '죄르지 쿠르탁'이 포핸즈로 편곡한 곡인데 소리가 정수리로 들어와 심장을 지나 온몸을 퍼져나가면서 눈물이 흘렀다. 놀라웠다. 세대도 다르고 인종도 다른 형제의 연주에서 이런 감동을 받다니. 하반기에 쓸 에너지를 한 번에 받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차 안에서 반복해서 이 곡을 들었다. 현장에서 들은 감동을 계속 유지할 수 있었다. 


이 곡은 오랜만에 드리는 예배이자 나를 위한 기도였다. 


https://youtu.be/U-9jcEwcYZg?si=UqkfkkwEJZGLQeus

 

마지막 연주는 끝이 나고 거대한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은 무거운 침묵만이 흘렀다. 내가 느끼는 감정을 같은 공연을 보는 모든 관객들이 느꼈다. 잔향이 다 사라지고도 한참이 흘러서야 다 같이 호흡을 했다. 

더 이상의 앙코르는 필요하지 않았다. 완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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