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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쌤 Nov 07. 2024

영화음악, 영화, 존 윌리엄스

영화에서 음악이 차지하는 비중은?

좋아했던 영화를 돌이켜보면 제목을 생각만 해도 음악이 떠오른다. 극장의 큰 화면을 채우며 공기를 가르고 내게 닿았던 음악과 그 순간이 생생하게 살아난다. ET가 자전거를 타고 보름달 위를 가로질러 올라갈 때 들리던 음악, 인디애나 존스에서 주인공이 모험을 할 때 나오는 음악을 잊을 수 있을까. 영화는 스토리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디즈니 플러스에서 며칠 전 공개한 '거장 존 윌리엄스'는 너무나 반가운 다큐영화다. 새 영화 개봉이 큰 관심사였던 시절에 성장한 나는, 같은 영화를 거의 동시간에 많은 사람들이 보고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워하는 그 시간이 너무나 소중했다. 영화를 좋아해서 존 윌리엄스가 참여한 영화를 많이 보았다고 생각했는데, 이 다큐를 보다 보니 그가 내게 끼친 영향은 생각보다 더 컸다. 


이 다큐에서는 여러 음악가들이 나와 그의 음악을 추억한다. 밴드 '콜드플레이'의 크리스 마틴은 공연에 밴드가 입장할 때 ET의 음악이 흐르게 한다고 한다. 이 음악이 공연장에 흐르면 '이제 시작이다'는 맘이 든다는데 존 윌리엄스가 끼친 영향은 다른 음악가들에게도 흐른다. 


https://youtu.be/AvbUkBG0yrc?si=7YEIVP865ilK1SUW


클래식 오케스트라 지휘자인 구스타보 두다멜은 어린 시절 쥐라기 공원을 열 번 넘게 극장에 가서 봤다고 한다. 그는 영화를 '보러' 가기도 했지만 '들으러' 갔다고 하는데, 존 윌리엄스가 자신을 음악가로 이끌었다고 한다. 시작하는 호른의 네 음만으로 이미 충분히 영화의 스케일을 짐작할 수 있다. 


https://youtu.be/-NqaupGcCpw?si=FeSItQBgwRjXfdTD

존 윌리엄스의 음악을 단순한 상업음악으로만 여길 수는 없다. 그는 누구보다 오케스트라를 잘 이해하고 사람이 협업하고 살아 움직이는 오케스트라라는 '생물'을 잘 이끌어 최상의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1980년에 보스턴 심포니 음악감독인 '세이지 오자와'가 그를 팝스 오케스트라 지휘자로 임명한다. 영화 음악은 관객의 반응을 알 수 없었지만 지휘를 하면서 관객들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느낄 수 있어 '지휘자'는 그에게 큰 에너지와 영감의 원천이라고 한다. 그는 여전히 현역 지휘자로도 활동하며 그의 음악을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과 직접 소통한다.


그는 대규모 오케스트라 음악만 만드는 것이 아니다.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 '나 홀로 집에'가 그의 음악인 것을 몰랐다. 영화를 보는 내내 그가 만든 주제가 반복, 변화되면서 관객의 머리에 각인된다. 잘 만든 뮤지컬 같은 효과를 준다. 


'쉰들러 리스트'의 음악을 회상하는 다큐 영화 장면에서는 나도 모르게 눈물이 고였다. 그것은 스토리의 힘이 아닌 단순한 멜로디에 있다. 


https://youtu.be/cLgJQ8Zj3AA?si=E9-xPkH3UqfeDCVq


영화 '죠스'를 생각만 해도 '슈퍼맨'의 포스터만 봐도 심장을 울리던 음악이 머릿속에 자동재생된다. 그의 음악은 영화에서도 좋지만 스코어(오케스트라 총보)로 만나면 그 위대함을 더 느낄 수 있다. 악기의 특성을 잘 살리고 말할 때와 침묵할 때를 아는 음악을 오선 위에 펼쳐낸다. 


그의 영화를 전혀 보지 않은 요즘 세대 학생들과 스타워즈의 '임페리얼 마치'와 인디애나 존스의 '레이더스 마치'를 연주했다. 오케스트레이션이 안정되어 있고 구성도 탄탄해서 지휘하는 내 입장에서도 좋았지만 그의 영화를 한 번도 보지 않은 어린 학생들이 그 멜로디에 빠져서 쉬는 시간에도 즐거워하며 흥얼거리는 모습이 너무 좋았다. 좋은 음악은 그저 음악으로 세대와 성별, 인종을 넘어 감동을 준다.


https://youtu.be/ntXJJwEk1NA?si=_eXiErF-_ojFdJXe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는 '존 윌리엄스는 음악이 있어야 하는 시간만큼이나 없어야 하는 시간을 중요시했다'라고 한다.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는 노르망디 상륙작전이 나오는 초반 15분 간 음악이 거의 없다고 한다. 말은 침묵 뒤에 더욱 빛난다. 음악도 그러하다.


이 다큐 영화가 주는 감동이 내게는 컸다. 동시대를 살아온 친구들이라면 당연히 지나온 추억이 소환될 것이다. 영화를 보면서 나의 아이들에게도 일부를 보여주었는데 정말 재밌어했다. 영화에서 그의 음악이 빠진다면 그토록 많은 영화들이 추억으로 남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영화에서 음악이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지 궁금하다면 '거장 존 윌리엄스'를 추천한다.  


존 윌리엄스가 건강하게 오래 활동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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