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왓챠 WATCHA Aug 31. 2020

모두에게는 따라야만 하는 생존의 방식이 있다

커런트 워(2017)



어릴 적 위인전에 나오는 에디슨, 라이트 형제, 벨에 대한 기억이 어떤가. 계란을 품에 안고 부화를 시도한 이상한 아이? 하늘을 나고 싶었던 이카로스의 열망을 가진 천재? 여기에 조금 더한다면 광고 카피 정도일 듯. 2등은 기억하지 않습니다. 전화를 발명한 것은 벨 한 명이 아니었다. 다른 사람이 있었는데 몇 시간 차이로 특허 등록을 늦게 하는 바람에 벨만 유명해졌다. 


그러니 1등이 되어야만 한다던 우리나라 1등 기업의 광고. 어린 시절 위인전이던 어린 시절의 기억을 이용한 광고 카피이건 발명가에 대한 기억은 철저하게 <발명왕>이라는 범주에 묶여 있다. 아주 오래전 크게 히트를 쳤던 <빽 투 더 퓨처>에 나왔던 괴짜 발명왕 아저씨처럼 말이다.


그런데 이들은 어떻게 생계를 해결했을까. 혹은 왜 이토록 발명에 매달렸을까? 근본적인 질문은 잊은 채 매번 반복되는 것은 이들의 천재성, 창의력, 독특함 정도. 혹은 발명이 지닌 가치, 전기가 발명되면서 변화된 세상, 비행기가 만들어지면서 변화된 세상, 전화기가 생기고 나서 변화된 세상 등등 온통 아름다운 이야기 투성이다. 


라이트 형제가 비행기를 발명하고 처음 찾아간 곳은 육군성이었다

발명이 돈이 된다. 19세기 산업혁명이 만들어낸 가장 중요한 가르침이다. 처음 방적기를 만들었을 때, 처음 증기기관을 만들었을 때, 처음 철도를 만들었을 때 누가 인류의 삶이 이토록 바뀔 줄 알았을까. 하지만 경이로움에 대한 감탄도 잠시. 18세기 말 영국에서 시작한 산업혁명은 고작 수십 년 만에 프랑스, 독일, 러시아, 미국 등 수많은 나라들의 경쟁적인 트렌드가 되었다. 상상하는 것을 발명할 때 엄청난 부가 보장되고, 상상하지 못했던 것을 이루어 낼 때 그 또한 엄청난 부가되는 새로운 세상이 도래한 것이다.


석탄을 넘어 석유가 일반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고 매장지를 채굴하는 과정에서 노벨 형제, 로칠드 가문 같은 신흥 부호가 등장한다. 카를 벤츠, 고트리브 다임러 등은 탁월한 내연기관을 개발하였고 에두아르 미슐랭은 공기가 들어가고 탈부착이 되는 타이어를 개발하였다.


부분은 전체로의 수렴을 요구한다. 더욱 확실한 변화가 있어야만 한다. 전혀 새로운 이동 수단, 전혀 새로운 통신 수단 그간 쌓여온 여러 변화를 수렴하여 창발적인 결과에 도달해야만 한다. 그래야 더욱 많이 생산할 수 있고, 더욱 많이 팔 수 있고 그래서 돈을 더욱 많이 벌 수 있기 때문이다. 생산력이 높아지면 이윤이 떨어지지 않냐고?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여 이익에 문제가 생기지 않냐고? 걱정할 것 없다. 


대항해시대 이후 시장은 무제한적으로 넓어지고 있다. 영국은 인도를 지배한 후 미얀마, 말레이시아를 거쳐 홍콩, 상하이까지 진출하였고 수많은 나라가 뒤를 따르고 있다. 미국 역시 태평양을 통해 하와이, 괌, 사이판 그리고 필리핀을 점령하였다. 시장은 창출하면 되는 것이다. 과학기술과 의료기술이 발전하기 때문에 인구는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고, 서구 열강의 군사력을 따를 나라는 없기 때문에 식민지를 확장하면 될 뿐이다. 내수 시장도 무역 전망도 너무 좋다. 어서, 발명하라. 어서, 발명하라!


커런트 워, 전기 사업권을 둘러싼 적나라한 투쟁의 기록 

신이 뉴턴에게 우주의 비밀을 알려주었다면 에디슨에게는 어둠을 밝히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그는 비로소 태양과 달이 하던 일을 대신하는 전구와 전등을 발명하였고 비로소 인간은 어둠을 극복하기 시작하였다. 이보다 위대한 발명이 어디에 있겠는가.


하지만 신은 모든 인간에게 모방이라는 재능을 부여하였다. 발명은 에디슨에 의해 이루어졌지만 그것을 상품화하고 시장에 내다 팔며 사업화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수많은 야심가들은 그를 따라잡고, 짓밟고 이 분야에서 큰 성공을 거두고자 할 것이다. 그렇다면 에디슨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후발주자들을 짓밟고 어떻게 해서라도 시장의 승리자로 남아야 할 것이다.


영화 <커런트 워>는 전기를 발명한 이후 벌어지는 치열한 사업 경쟁에 대한 이야기이다. 도시의 전력 설계 사업권, 대량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수력발전소 개발 등 에디슨의 발명은 어마어마한 부의 세계를 열었다. 치졸하도록 애처로운 투쟁에서 에디슨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발명의 시대가 우리에게 던져준 참으로 흥미로운 작품. 



커런트 워, 지금 보러 갈까요?


심용환 / 역사학자, 작가


역사N교육연구소 소장이자 성공회대 외래교수입니다. <단박에 한국사>, <헌법의 상상력> 등 깊이와 재미를 고루 갖춘 작품을 쏟아내고 있죠. <KBS 역사저널 그날>, <MBC 타박타박 세계사>, <굿모닝FM 김제동입니다> 등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어요.


매거진의 이전글 낙원의 몰락, 하와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