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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ice Dec 28. 2022

참 어려운, 부모님과의 여행

그래도 언젠가는, 반드시

한마디로 말하자면 부모님과의 여행은 뭔지 모를 숙제 같다.

사실 어렸을 때 나는 많은 여행을 다니진 않았다. 먹고살기 바쁜 부모님에게 여행은 사치였다. 외국여행은 상상도 못 했을 뿐만 아니라, 국내여행 한번 가기도 그리 쉽지 않았다. 특히 엄마와 아빠는 취향 차이가 서로 극명하게 달랐고, 사람 많은 곳을 특히 너 힘들어하시는 엄마는 남들처럼 우르르 여행 가는 것을 그리 달갑게 생각하시진 않았다.

그래서일까. 사실 어릴 때 여행의 추억은 5살 때 갔던 대관령, 시골집 전주에 대한 기억밖에 없다. 남들 다 간다는 부산도, 제주도도 나는 20대가 되어서야 가보았을 정도니까.


어쩌다 보니 두 번째 해외여행을 미국과 캐나다로 가게 되었는데 미국에 있는 여러 지인집을 방문하며 돌아다니다 보니 함께할 주변 친구들을 찾기는 힘든 상황이었기에 그때부터 혼자 여행을 시작하게 되었다. 몇 번 부딪치다 보니 나중에는 슬슬 요령이 생겨서인지 여기저기 겁도 없이 혼자 돌아다니기 시작했는데 가끔 너무 좋은 곳을 마주치게 되면 유독 가족 생각이 많이 났다.

한국에 돌아오고 가족들에게 여러 번 가까운 해외로 가족여행 가보는 것을 제안을 했지만, 아빠와 남동생은 그저 내 나라에서 맛있는 것 먹고 편하게 여행하는 걸로 족하다 하셨다. 엄마는 그나마 일본과 중국을 같이 갔는데, 엄마는 신경성으로 위장장애가 심하시고 십 년 전쯤인가 담낭을 제거하신 뒤로는 먹는 음식에 대해서는 매우 예민하셔서 이만저만으로 신경을 쓰지 않을 수가 없었다.

 

상하이 여행 계획 중 마침 엄마에게 물어보니 같이 한번 가고 싶다 하셔서 그렇게 처음으로 엄마와 함께 여행을 하게 되었다. 중국은 장거리 이동이기도 했고 마침 땡처리로 패키지 상품이 나와 마음 편하게 패키지여행을 신청했다. 물론 가격면에서는 부담은 없었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 저렴한 건 다 이유가 있듯, 역시 그만큼 옵션이 많았다. 특히 어르신들이 혹할만한 라텍스 매트리스 판매장과 건강 보조제 설명회 등 세 가지 정도로 됐던 것 같은데, 잠시 내가 자리를 비운 사이 귀가 얇지 않은 편인 엄마도 결국 분위기에 휩쓸려 약품 하나를 구매하고 말았다. 물론 나중에 말씀하시길, 그래도 가이드에게 떨어지는 비용은 있어야 할 것 아니냐 하시며 겸사겸사라 하셨지만 그냥 왠지 배보다 배꼽이 더 큰 허튼 돈 쓰신 것 같아 찜찜했다.

 

그러고 나서 몇 년 뒤에도 또 한 번 엄마가 그토록 가고 싶어 하는 도쿄로 떠났다. 대중교통이 잘 되어 있고 이미 두 번째 여행인 곳이라 이전 중국 패키지차럼 다니고 싶지 않아 이번엔 자유여행으로 떠났다. 엄마와 언제 또 여행을 갈 수 있을까 싶어 갔던 여행인데, 물론 나 역시 바쁜 와중에 휴가차 갔기 때문에 무리해서 다니지는 않았고 체력을 고려해서 쉬엄쉬엄 다니긴 했지만 중국 여행 같이 가본 지 몇 년 후 밖에 안되었는데도 그새 엄마는 많이 노쇠해지셨는지 오래 걸으면 허리가 아파 힘들다고 하셨다.


그때 온전히 깨달은 하나는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부지런히 다녀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한 살이라도 젊은 나이일 때 부모님과 함께 여행을 다녀야 한다는 것도.


솔직히 지금은 두 분 다 편찮으셔서 해외여행은 엄두를 못 내고 있다. 아빠는 올해 위암수술을 하셨고 엄마도 상태가 예전 같지 않으신 것 보면 그래도 그나마 그때 급하게 실행에 옮기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당시에는 나름대로 부담도 짐도 많았지만, 아직까지도 두고두고 여행 이야기를 곱씹을 때면 무언가 부모님의 마음에 작은 행복 도장을 남긴 것 같으니 말이다.


미래를 위해 여행보다는 현재의 시간과 능력에 투자하라고 많은 사람들은 말하지만, 세상의 추억과 경험을 만드는 일은 모두 때가 있는 듯하다. 특히 부모님과의 여행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 그 기회가 많지 않을지 모른다. 슬프지만, 언제 어떻게 이별해야 할지 모르는 부모님이기에 그전에 끊임없이 곱씹을 후회 없는 추억 한 페이지를 만드는 것은 세상 어떤 것보다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고 함께 하는 시간을 많이 만들어갔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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