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친구 엄마를 만나러 가는 길엔 뭘 사들고 가면 좋을지 생각한다. 혹여 빈손으로 가는 날엔 밥이나 차라도 내가 사려고 한다. 직장 상사보다 잘 보이고 싶은 사람, 아이 친구 엄마다.
엄마의 정보력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일하는 엄마는 정보가 부족하다. 그도 그럴 것이 주로 낮 시간에 진행하는 각종 모임이나 설명회에 참석할 수가 없다. 맘카페에 올라오는 수많은 정보들을 선별해 내기도 어렵다.
아이가 아기였을 때부터 '써보니 좋은' 육아용품이나 '보내보니 좋은' 문화센터 강좌, 체험 프로그램에 관한 정보에 갈증을 느꼈다.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서는 사교육 정보가 뒤질 수밖에 없었다. 어느 학원, 어느 선생님을 골라 등록하거나 아예 아이들끼리 팀을 짜서 선생님을 모시는 일은 우리와는 거리가 멀었다. 1년 가까이 등록 대기를 걸어 놓고 어느 아파트 몇 호에서 소수로 팀 수업을 한다는 얘기는 들어보기만 했다. 수영, 농구 같은 운동도 아이들이 팀을 짜서 등록을 했다. 엄마가 일하는 바람에 아이가 좋은 제품이나 프로그램을 경험하지 못하고, 친구들 사이에서도 외톨이가 되는 게 아닌지, 염려스럽고 미안한 마음이 항상 있었다.
전업 주부 입장에서는 낮에 차라도 한 잔 하면서 이런저런 얘기 나누는 엄마들과 마음이 맞을 수밖에 없다.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을수록 편하게 마음을 나눌 수 있고,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다. 모임이나 설명회에 같이 참석하고, 정보를 모으고 비교하며 선택과 결정을 위해 상의할 수 있는 사람들끼리 더 관계가 끈끈해지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함께 아이를 키우는 사람이라는 동료의식도 생기기 마련이다. 그분들의 시간과 노고를 충분히 인정해 주어야 한다.
워킹맘이 그 모임에 자연스럽게 끼기란 어렵다. 시간과 노력을 함께 들이지 않은 채 결과물인 정보만 쏙 빼먹는 얄미운 존재가 될지 모른다. 실제 그런 사례를 경험하거나 들어본 엄마들은 워킹맘을 배척하기 마련이다. 나도 처음엔 이 점이 무척 서운하고 억울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었다. 워킹맘으로서 엄마들 모임 톡방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필살기가 있거나 가상한 노력이 필요했다. 이도 저도 없었던 나는 결국 포기했다.
아이 친구 엄마들 중에 나를 만나주는 두 사람이 있다. 한 명은 아이가 유치원 때 위아래층 살았고, 다른 한 명은 초등학교 1학년 때 우리 아이를 좋아해 줬던 아이의 엄마다. 자주 만나지 못하지만 언제 만나도 반갑다. 그들이 가볍게 흘리듯 하는 말도 내게는 단물 같고, 그 아이들 커가는 모습 듣는 것도 즐겁다. 내가 만나자는 제안이 정보 달라는 요청으로 들리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하고 있다. 그럼에도 만났을 때 내가 새로 알게 되는 내용이 많은 것은 늘 있는 일이다. 고마워서 나는 그들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된다.
이들과 내가 육아동료이자 인생의 동무로 남았으면 좋겠다. 이제는 아이들 얘기를 넘어서 책, 드라마, 가수 이야기도 나누면서 편안한 만남을 이어가고 있는데 아이들이 다 커서도 오랫동안 지속하고 싶은 소중한 관계이다. 이들이 있어서 그런가, 엄마들 단체톡방에 못 들어가도 괜찮다.
- 내가 낄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 무리에서도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 한두 명은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