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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만춘 Jan 29. 2024

내 아이를 감귤나무 키우듯

사람들은 흔히 '자식 농사를 짓는다'라고 말하면서도 정작 농사의 원리는 생각하지 않는다. 농사를 지을 때는 생육 기간을 고려해야 한다. 당장의 수확량을 늘리기 위해 아직 덜 자란 상태에서 열매를 맺게 하거나, 화학 비료를 많이 쓴다면 결국 농사를 망치기 쉽다.


감귤 농사를 짓는 부모님께서는 어린 감귤 나무를 심으면 최소 3년 동안 꼼꼼하게 꽃을 따신다. 아직 덜 자란 나무가 너무 일찍 열매를 맺으면 양분이 나무의 성장을 위해 쓰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무가 자라는 동안 열매를 맺지 않아 수익이 생기지 않지만, 결코 나무를 탓하지 않고 거름을 듬뿍 주고 잡초를 뽑아 주신다.

"나무는 농부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란다."

라는 말을 신조로 삼으시고 매일 같이 나무를 살피고 관심을 기울이신다. 그렇게 다 자란 나무가 가지마다 주렁주렁 달콤한 열매를 맺는데, 이때도 '해거리'라고 해서 한 해에 열매가 많이 열리면 나무가 약해져서 그다음 해에는 열매가 많이 열리지 않는다. 나무에 거름을 주고 더 보살펴야 하는 시기는 바로 나무가 휴식기를 가지며 열매를 거의 맺지 않는 해이다.


자식 농사도 마찬가지다. 아름다운 열매를 위해서는 우선 토양을 비옥하게 하며 기다리는 시간이 필요하다. 너무 일찍부터 열매 맺기를 강요해서는 안 된다. 아이들도 나무처럼 자라고 준비할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어릴 때부터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아온 아이가 사춘기가 되어 기대에 차지 않는다고 실망하는 것은 어린 나무를 일찍부터 열매 맺게 해 놓고는 왜 수확량이 꾸준히 증가하지 않느냐고 책망하는 것과 비슷하다.


"네 맘대로 해!"

라고 하면서 부모가 아이를 포기하는 태도를 보이면 아이는

"알았어! 내 마음대로 할 거야!"

라고 큰소리는 치지만 속으론 불안하고 외롭다. 나무를 자연 상태로 내버려 두었다고 마냥 잘 자라는 것이 아닌 것처럼···. 혼자 잘 자랄 것 같아 보이는 나무도 여전히 병충해로부터 보호도 해 주고, 잡초도 뽑아주고, 거름도 주고, 삭은 가지도 꺾어 줘야 하기 때문이다.


자라고 열매 맺는 것은 결국 나무가 할 일이지만, 그것을 곁에서 농부가 도와주어야 한다. 공부도 성장도 결국 아이가 해야 할 일이지만, 그것을 곁에서 부모가 도와주어야 한다. 나무의 가지를 잡아당겨 크게 하거나, 억지로 열매 맺게 할 수 없는 것처럼, 아이를 키울 때도 인내와 여유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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