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도 육아도 열심히 해야 하지만, 일도 육아도 다 하기 싫을 때가 있다.
'다들 나한테 왜 이래',
'나 왜 이렇게 사니?'
라는 생각이 든다. 인생 허무하다. 지쳤거나 보람이 없을 때이다. 거리 두기가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드라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에서 워킹맘 수연은 짐을 싸서 하룻밤을 친정 엄마와 호텔에서 묵기로 한다. 잠시 일과 육아로부터 거리를 두는 현명한 방법이다. 의무로부터 벗어나 오롯이 자신을 위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자식 키워놓고 이젠 손자들까지 돌보는 엄마를 위하며 자신에게도 위로가 될 것이다.
나는 어디로 가야 할까? 어떻게 나를 위할 수 있을까? 어느 날 갑자기 어디론가 휙 가버리는 것도 나쁘지 않다. 답답한 가슴을 뻥 뚫어줄지도 모른다. 그러나 평소에도 틈틈이 자신을 돌보아야 한다. 몸이 약해지면 마음도 우울해지기 쉬우니 운동도 꾸준히 해야 한다. 내 마음의 안녕을 위해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 즐길 줄 알아야 한다. 맛있는 음식도 맛보고, 좋은 음악도 귀에 들려주고, 멋진 풍경도 눈에 담아 주자. 좋은 말과 글귀도 찾아보자.
안타깝게도, 내가 가족을 챙기는 것만큼 그들이 날 챙겨주지 않는다. 그러니 나는 내가 좀 더 챙기도록 하자. 기분이 가라앉을 때는 일, 육아, 그리고 내 삶에 대해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말자. 사소한 일이 생각을 거듭할수록 심각하고 무거운 문제로 커져 버릴 수 있다. 이럴 때는 생각의 고리를 끊는 것이 상책이다. 아무 생각 없이 웃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시청하거나 이야기하면 즐거운 사람과 통화를 하면 좋다. 프로그램 시청과 통화가 끝난 후에도 현실은 하나도 달라진 게 없지만 내 마음이 조금이라도 풀렸으면 그걸로 충분하다. 결국 중요한 것은 내 마음이니까.
다른 사람들도 인생이 허무하다고 느낄까? 당연하다. 그렇지 않다면 각종 종교가 어떻게 이렇게 오래 명맥을 이어올 수 있었겠는가. 머리 깎고 깊은 산속 절로 들어가고 싶다는 사람들 얘기를 한두 번 들어본 게 아니다.
내가 느끼는 허무감이 자연스러운 것임을 인정하자. 겉으로 문제없어 보이는 사람들도 남모르는 상처와 아픔이 있다. 나만 혼자 불행한 것 같지만 나보다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세상에 부지기수다. 힘이 들 땐 억지로 힘내려 하기보다 일단 좀 쉬자. 그리고 나를 돌보자. 세상에 나 자신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