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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lla Apr 29. 2022

누군가와 싸우고

이런 날, 이런 시


의자

이정록




병원에 갈 채비를 하며

어머니께서

한 소식 던지신다



허리가 아프니까

세상이 다 의자로 보여야

꽃도 열매도, 그게 다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이여



주말엔

아버지 산소 좀 다녀와라

그래도 큰애 네가

아버지한테는 좋은 의자 아녔냐



이따가 침 맞고 와서는

참외밭에 지푸라기도 깔고

호박에 똬리도 받쳐야겠다

그것들도 식군데 의자를 내줘야지



싸우지 말고 살아라

결혼하고 애 낳고 사는 게 별거냐

그늘 좋고 풍경 좋은 데다가

의자 몇 개 내놓는 거여






투닥거리는 아이들을 보며

이 시를 떠올렸다.

싸우지 말고 살아야지.

세상이든 사람이든.


둥글게 살고싶은데

어디 세상이 그런가.


내가 내어 놓을 의자는 몇개인가.

내어 놓아도 비어만 있다면

어찌해야 할지.


사이좋게 살아야지.

상처는 온전히 내 것이 될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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