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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셰프 Mar 26. 2024

[중국문화] 중국인은 지하철 노약자석을 비워둘까?




중국 소설 속 그 장면 



중국소설 《蜗居》에서 주인공 하이핑이 버스 안 노약자석에 이어폰을 꽂고 앉아 있는 한 젊은 승객과 시비를 벌이는 장면이 나옵니다. 



임산부에게 자리를 양보하라는 말에 그 젊은 승객은 들리는 것인지 안 들리는 척하는 것인지 그냥 앉아있습니다. 평소 같았으면 그냥 지나쳤을 일이겠지만, 자전거를 분실하고 기분이 안 좋은 상태에서 버스에 탑승한 것이어서인지, 자리를 양보하지 않는 승객에게 격앙되어 목소리를 높입니다. 






'중국인은 노약자석을 잘 양보해 줄까?'. 



노약자석에 앉았다가 노인들에게 험한 소리를 당했다는 뉴스기사가 종종 보도된 적이 있죠. 그래서일까요. 노약자석에 앉았다가 행여 봉변을 당할까 봐서인지, 우리나라는 지하철 양 옆 가장자리는 비어있다 할지라도, 학생이나 직장인 등 젊은 사람들은 감히 앉을 생각을 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중국은 어떨까요? 노약자에게 자리를 양보하거나, 노약자석을 비워두는 것을 당연하게 여길까요? 아니면 노약자석 여부에 크게 상관없이 빈자리가 있으면 그냥 앉아도 될까요? 



2007년 소설 《蜗居》에서처럼, 자리를 양보하지 않아 시비가 발생하는 상황은 2024년의 중국에도 여전히 나타나고 있고,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사건들도 최근까지 많았습니다. 





법적 규정이 있는 건 아니야 

개인의 도덕적 가치에 따라 판단 




중국 역시 대중교통에서 자리를 양보하는 건 개인의 도덕적 판단에 따릅니다. 다만, 우리나라에 비해 조금 더 유연하게 생각하는 편입니다. 노약자석이 있기는 하지만, 자리가 비어있다면 앉을 수 있다는 생각이 있기도 하고, 노약자나 임산부에게 자리를 무조건 양보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도 꽤 있습니다. 




湖南의 한 기차역 대합실에서는 한 남성이 노약자석으로 마련되어 있는 의자에 앉았다가 직원들이 제지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이 남성은 붐비는 기차역에 그 많은 좌석이 빈 좌석으로 있었고, 노약자나 장애인도 장시간동안 나타나지 않는데 빈 좌석으로 놔두는 것은 낭비라고 생각하고, 충분히 앉아도 된다고 생각한 것이었죠. 



이에 반해 기차역 직원은 노약자가 언제 올지 모르고, 자리가 꽉 차있다면 자리를 양보해 달라고 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좌석을 비워두는 것이 맞다고 나섰습니다.  


출처: https://haokan.baidu.com/v?pd=wisenatural&vid=13352056867864226124



지하철이 잘 발달되어 있는 광저우에서는 2023년 어린아이 두 명을 동반한 아이 엄마에게 아무도 자리를 양보하지 않는 영상이 퍼지면서, 자리 양보에 대한 논란이 가중되었습니다. 


'그렇게 힘들다면 택시를 타야 하지 않았느냐'는 의견과 '그래도 자리를 양보하는 것이 옳다'는 상반된 의견이 분분했습니다. 



이밖에, 한 여성이 버스에서 한 아주머니에게 자리를 양보하지 않는다며 손가락질을 당하자, 실랑이를 벌이다가 그 아주머니의 뺨을 10대가량 때리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출처: https://mbd.baidu.com/newspage/data/landingsuper?rs=2502339959&ruk=cxKUaIni9hm45EehOL5w5w&urlext

당연한 권리는 NO! 부탁은 정중하게 




江西 抚州에서는 한 여성이 버스의 노약자임신부석이라고 표시된 자리에 눈을 감고 앉아 있다가, 한 노인에게 5분가량 심한 욕설을 듣는 일도 있었습니다. 주변의 만류에도 아랑곳하지 않았죠. 



느닷없이 노인에게 욕설을 들은 그 여성은 그 노인이 정중하게 부탁했다면 얼마든지 바로 자리를 양보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자리를 양보해 주는 것은 당연한 권리가 아니며, 원한다면 적어도 정중한 태도로 요청하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꽤 있었습니다. 




한편, 무례하게 자리를 양보하라며 욕을 하거나 언성을 높이는 사람을 무시하는 태도로 대응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지하철에서 짐을 가득 든 채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에게 한 노인이 손가락질을 하며 언성을 높이는데도, 계속해서 핸드폰만 들여다보며 모르는 척을 하는 것이죠. 




  

노약자라는 이유로 일반 승객에게 엄청난 죄를 지은 사람을 대하듯 욕을 하거나 폭행을 하는 등 무례하고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는 이들도, 자리를 양보해 달라고 하는데도 핸드폰만 들여다보거나 눈을 감고 모르는 척을 하는 승객도 눈살을 찌푸리게 만듭니다. 




중국은 우리나라에 비해 대중교통 좌석 양보와 관련된 어떤 합의된 기준이 더 없다 보니 뜨거운 논란이 되는 일이 더욱 빈번하게 발생하는 듯합니다. 나의 권리나 이익을 따지기에 앞서, 서로에 대한 '배려'가 우선된다면 조금 더 나은 사회적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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