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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셰프 Mar 28. 2024

[중국문화] 길거리에 쓰러져있어도 도와주지 않는 중국인

길거리에서 넘어져도 도와주지 않는 사람들




周围人居然都事不关己地望着窗外。

주변 사람들은 슬그머니 모두 나와는 전혀 상관없다는 듯 창 밖을 바라보았다.


- 중국소설《蜗居》中  -  







누군가 내 눈앞에서 쓰러지거나 다치게 되었다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손을 뻗어 일으켜 세워 주거나

전화를 걸어 신고를 하실 건가요?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아마도 대부분 '그렇다'라는 대답을 할 겁니다.



하지만 지금의 중국에서는 그런 도움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내 눈앞에서 어떤 일이 생겨도 강 건너 불구경하듯 구경만 할 뿐 말리거나 신고를 하는 등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중국인은 보기 어렵습니다. 코 앞에서 사건 사고를 목격하게 되더라도 내 일이 아니라면 관심을 갖지 않습니다.



중국에서 거주를 하셨던 분이라면 공감하시겠지만, 사실 이런 모습 때문에 중국에 살면서 종종 중국인은 ‘무심하다’ 혹은 ‘차갑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지난 포스팅에서 언급한 노약자석과 관련된 사건에서도, 한 여성 승객이 노인의 뺨을 10여 차례 때리는 일이 발생했지만, 주변에 있던 승객도 운전기사도 모르쇠로 일관하며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다고 해요.



이렇게 중국인 가운데 남의 일에 무관심한 사람들이 많은데, 왜 그런 걸까요? 언제부터 이러한 태도가 일상화된 걸까요?



먹고사는 문제가 팍팍하다 보니 주변을 둘러보거나 관심을 가질 여유가 없기 때문일까요? 물론 이런 이유도 없지는 않겠지만, 단순히 이런 이유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펑위(彭宇) 사건의 진실


넘어지려는 사람을 도와준 사람에게

피해보상금 800만 원을 지불하라고?



때는 2006년 11월 20일로 올라가야 합니다. ‘펑위 사건’ 은 중국 난징에서 발생한 민사사건으로 당시 중국 사회를 뜨겁게 달구었던 화제의 일이었습니다.



출처: 바이두




당시 출근길 버스에서 26세의 펑위라는 한 남성은 버스에서 내리는 길에 한 노인(퇴직근로자, 64세)이 넘어지려 하자 부축을 하며 일으켜 줬고, 후에 병원까지 함께 가고 병원비까지 지불해 주는 친절을 베풀었습니다. 골절로 병원 치료비가 상당히 많이 나오자 노인은 펑위가 자신과 부딪혀 넘어지면서 다치게 된 것이라며 말을 바꿨고,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1심에서 법원은 펑위에게 해당 사건의 피해자 노인 쉬타오란의 손해액 40%, 즉 45876위안을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넘어지려는 승객을 도와주려 했던 것일 뿐이었고, 병원비 200위안까지 지불했던 펑위는 억울하다며 판결에 불복했습니다. 또한 그는 인터넷에 자신의 무고를 주장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이는 곧 네티즌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게 되었고, 재판부를 비난하는 여론이 거세게 형성되었습니다.



후에 펑위는 노인 여성과 원만하게 합의에 이르렀습니다.  1만 위안을 1회에 피해자에게 지급하며 해당 사건과 관련하여 어떤 사실도 인터넷에 유포하지 않는다는 조건 하에 말이죠. 그리고 이 결과에 펑위는 만족해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사건이 모두 마무리된 뒤에 펑위는 자신과 노인이 부딪혀서 넘어진 것이 맞다는 진술을 털어놓았습니다.



이러한 진실이 밝혀졌지만, 펑위 사건을 접한 중국인들은 ‘길 가는 사람을 괜히 도와줘서는 안 된다’는 부정적인 인식이 박혀버렸습니다. 이 사건 외에도 물에 빠진 2명이나 도와주고 목숨을 잃은 청년을 소송 과정에서 가해자로 만들었던 ‘제2의 펑위사건’과 같은 일이 보도되거나, 대신 신고를 해준 사람을 가해자로 몰아가는 등 누군가를 도와주려다가 억울함을 당한 사건이 보도되었습니다.


출처: 즈후

전동차를 타고 가는 중에 한 노인을 도와줬다가 민사 소송을 당해 손해 배상금을 물게 된 여성의 피켓 시위.




도와주기 전, 스마트폰 촬영이 먼저



이런 뉴스들은  많은 중국인의 도덕성을 저하시키는 부정적 영향을 몰고 왔습니다. 실제로 누군가가 다치거나 쓰러져도 손을 내밀기는커녕 신고조차 하지 않아도 아무런 죄책감도 느끼지 않을 정도의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된 것이죠. 누군가 도와주려는 사람이 나타나도 오히려 그를 말리는 분위기가 되었습니다.



2022년, 중국에서 毕坤이라는 한 남성은 출근길에 바닥에 쓰러져 있는 노인을 발견했습니다. 주변 버스정류장에 서있는 사람들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있어 이 노인을 부축해 줬지만, 동시에 스마트폰을 꺼내 이 모습을 촬영하였습니다. 그는 “증거로 삼으려고요. 모함을 당할 위험이 있으니까요“(当作证据,担心有被讹的风险)。 라도 말했습니다.



이 같은 모습을 안타까워하는 네티즌들이 의외로 많았습니다. 길거리에서 위험에 처한 사람을 도와주는데, 선뜻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조심스럽게 다가가야 하고, 도와주기 전에 영상으로 기록하며 증거를 먼저 남기려는 모습이 안타깝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중국 사회에 펑위 사건의 후유증이 아직까지 가시지 않은 걸까요. 선심을 베푸는 사람의 호의를 악용하려는 이들이 사라지고, 따뜻한 미담이 가득 흘러나왔으면 합니다. 약자를 배려하고 도와주는 따뜻한 사회적 분위기가 중국에서도 하루빨리 다시 자리 잡을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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