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내 목표를 다시 정비하기로 했다.
이직이든 취업이든, 어느샌가 지원하는 행위에 익숙해지는 때가 온다. 지원할 만한 공고를 뒤적거리고, 마음엔 딱히 들지는 않지만.. 그래도 경험이라는 생각으로 (이런 마음가짐이라면 오히려 성공이다. '그래도 오늘 뭔가 했다'는 기분을 위해 실천할 때도 있으니) 써 둔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요리조리 가공해 [지원하기] 버튼을 누른다. 일단 뭐라도 지원해 보자는 호기로운 마음, 거짓말을 잘 못해서 주저하는 손 사이에서 매일 아수라백작이 되는 기분이다.
오늘도 한 회사의 지원 서류를 작성하다가 멈칫했다. 나 지금 이 서류를 왜 쓰고 있는 거지? 내가 이루고 싶은 것을 위해, 오늘을 필요한 곳에 쓰고 있는 게 맞나? 가만. 내가 이루고 싶은 게 뭐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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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다 잊어버린 걸, 아니 다 잃어버렸나
답을 쫓아왔는데 질문을 두고 온 거야 잔나비 <슬픔이여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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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열심히 답을 쫓았다. 유려한 문장으로 자기소개서를 쓰고 경력기술서의 성과를 강조할 수 있는 방법을, 포트폴리오의 페이지를 임팩트 있게 작성하는 방법을. 마치 정답이 있는 것처럼 쫓았다. 비로소 그 정답을 다 알게 되는 날엔 좋은 회사에 입사하게 될 것이라고 믿었다.
질문을 두고 온 걸 몰랐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를 나부터 명확히 알고, 그 이야기를 바탕으로 내가 함께 하고 싶은 회사를 설득했어야 했다. 나는 서술형에서 모범답안을 맞히려고 한 사람이었다.
│ 지나온 삶의 궤적을 하나의 문장으로 엮을 것
배달의민족에서 브랜드마케터로 일하고 있는 분의 인터뷰를 읽게 되었다. 그의 합격 비결은 '일관성'이라고 했다. 자신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과거의 궤적과 미래의 목표를 엮어, 한 문장으로 정리한 과정이 인상 깊었다. 역시 나를 정의하는 질문이 가장 우선이어야 했다.
나 역시 나를 효과적으로 정의하기 위한 노력을 하긴 했다. 그래서 지금까지 '성장점'이라는 단어로 나를 표현해 왔다. 아직은 주니어 of 주니어기 때문에, 전문성보다는 마케터로서 두루두루 활용 가능한 기초적인 역량을 갖췄음을 어필하려는 생각이었다. 이 전략으로 꽤 괜찮은 기업에도 합격했던 경험이 있어서 큰 고민 없이 사용해 왔다. (중간에 all-in-one 따위의.. 무슨 인간 로션 같은 문장도 썼었는데, 특색도 없고 겸손하지도 못한 전략인 것 같아서 급히 폐기했던 적도 있다.)
하지만 '성장'이라는 것이 진짜 나를 표현할 수 있을까? 성장이야 누구든 해야 하는 것이고, 앞으로 무엇으로 성장하고 싶은지까지 얘기해야지 그냥 냅다 커지겠다고만 하다니.. 이게 질문을 두고 온 사람의 한계다.
이렇게 첫 과제는 나를 새롭게 정의하는 것이 되었다. 열심히 고민해서 다음 편에 짜잔- 저는 이런 사람이에요라고 쓸 것이고, 그 정의를 중심으로 다시 걸어갈 채비를 할 것이다. 갈길이 머니 오래 걸리지는 말아야겠다.
-인터뷰 전문 / 주간 배짱이 <세계관을 넓히는 브랜드 마케터>
https://baezzange-weekly.oopy.io/e84de6c9-31ae-4cc7-bccb-b623632905a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