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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jeong Jun 21. 2023

마침내는 만나게 된 긴 여행의 끝

10개월 만에 재취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 마침내는 만나게 된 긴 여행의 끝


몹시도 불안한 마음으로 면접 결과를 기다리던 봄의 어느 날, 잘 알지도 못하는 누군가였지만 유튜브 알고리즘 덕분에 그의 '최종합격 순간'을 볼 수 있었다. 마음과 함께 떨리는 손, 깊은 심호흡, 한 번의 클릭 소리, 그리고 합격이라는 단어와 함께 울컥 지난 시간과 괴로움을 전부 다 쏟아내는 모습. 그날 그 모습을 보며 눈물마저 부럽다고 생각했다. 결과 발표 후의 나도 저런 모습이기를, 합격이라는 단어를 통해 지난 나의 모든 괴로움들이 말끔히 해소될 수 있기를 바랐었다. 다음 날, 나의 결과를 받아 든 나는 조금 다른 의미의 눈물을 흘렸다. 나는 부족하구나, 다시 반복이구나.


그렇게 총 10개월 동안 기다리고 기다리며, 드디어 나도 최종합격의 순간을 맞이하게 됐다. 이번에는 정말 기쁨의 눈물을 흘리게 될 줄 알았는데.. 기뻤지만 눈물은 나지 않았다. 합격을 예상했던 것도, 합격에 만족하지 못했던 것도 아니었다. 전날 밤. 연락이 오지 않는 걸 보니 또 떨어졌구나, 좋은 곳과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또 내 손으로 날린 나는 더 이상 취업준비라는 행위를 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결론을 내리고 잠에 들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차마 기대하지는 못했던 합격 소식에 벅찬 눈물 대신 한숨이 먼저 뱉어졌다. 맘 졸이던 시간들이 잠깐 스쳐지나간 후 '드디어. 끝났구나'하는 한숨 한 번.


기쁨보다 더 큰 안도였다. 잘 도착했다. 많이 헤매고 헤매었지만, 결국 나와 맞는 곳에 안전히 잘 도착했다는 안도의 마음이 더 컸다.



─ 나의 가능성, 나의 전환점


지난 일기들을 찬찬히 훑어봤다. 마음과 목표가 흔들리는 날에는 나의 손과 글씨도 같이 흔들리는 듯했다. 그렇게 흔들리며 빼곡히 채워진 일기들은 비슷한 말을 반복하고 있었다.


"이번에 실패하면 나는 정말 안 되는 사람이라는 걸 확인받게 되는 것 같아서"


퇴사를 하고 재취업을 준비하며 나에게는 꽤나 선명한 목표가 있었다. 회사의 규모나 연봉 대신, 어떤 산업에서 어떤 형태의 직무로 어떤 동료들과 일하고 싶은지가 선명했다. 꽤 오랫동안 스스로를 별 목표나 노력도 없이 흘러가는 사람, 원하는 것을 이룰 능력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왔기에, 하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을 부끄러워할 정도로 성장하는 시간을 거쳐왔기에 이번에는 달라야 했다. 이번에도 스스로 정한 목표를 이뤄내지 못한다면, 해도 안 되는 사람이라는 스스로의 엇나간 판단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았다.


합격 전날 밤에도 거의 포기를 다짐했었으니, 그 목표와 의지가 10개월 동안 얼마나 많이 흔들렸는지는 이야기할 것도 없다. 나의 목표를 자랑스러워했다가, 사실은 불안해했다가, 객기라며 스스로를 손가락질하다가, 그냥 할 수 있는 걸 할까 하다가, 이대로 증발하고 싶다가. 그럼에도 이 목표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가 내겐 있었다. 좋은 곳에 취업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가능성, 나의 전환점. 그게 나의 목표였다.


결국 도착하게 된 이 정류장은 나의 목표와 가까운 곳이다. 치켜세울 만큼 대단한 성과는 아니지만, 내 인생에서 만큼은 큰 꼭짓점으로 찍힐 것이다. 결과가 아니라 과정 때문이다. 충분히 고민하고 도전했던 이 시기 덕분에 나는 내가 꽤나 멋진 사람이라고 느꼈다. 포기하지 않고 목표에 도전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도 알았다. 그래서 그 시간과 경험과 고민들은 내가 나의 가능성을 다시 정의하고, 좀 더 나은 나로서 살아보기로 다짐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긴 여행이 끝난 후 그 점이 가장 좋다.



─ 전환점을 돌면 다시 시작


이제는 안다. 취업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것을. 그렇게 바라고 바랐던 직장인의 삶에서 다시 웃고 울게 될 것이라는 것을. 설렘도 잠시 이제 다시 의무와 책임을 새겨야 한다. 내가 선택한 곳에서 나의 책임을 다하며, 나는 또 어떤 여행을 하게 될까. 타고난 겁쟁이로서 새로운 시작을 만날 때마다 두렵다. 내가 잘할 수 있을까 걱정도 된다. 하지만 그렇게 불안해하고 흔들리면서 결국 또 해내고 말았던 나를 기특해하고 조금 더 믿어주면서 남은 여행을 시작해보려고 한다.


브런치에서도 취준생으로서 헤매인 궤적을 기록해 왔는데, 이제는 다시 직장인으로서, 나라는 사람으로서 헤매는 궤적을 기록해 나가야 할 것 같다. 그럴 수 있음에 감사하다.


또 얼마나 부딪히고 깨지고 헤맬지 기대하며 두 번째 취준생으로서의 기록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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