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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본주늬 May 20. 2023

반도체, 자동차와 만나다

삼성전자가 다시 도전하는 자동차 사업

Keywords

-테슬라: 이재용 회장의 승부수

-암바렐라&모빌아이: 반격의 서막

-BMW&폭스바겐: 끈끈한 동맹

-하만&NXP: 마지막 퍼즐

-삼성자동차: 이건희 회장의 꿈


지난 4월 말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 방미 일정이 마무리되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글로벌 기업 CEO들과의 추가 일정을 소화했다. 특히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실리콘밸리에 있는 삼성전자 북미 반도체연구소에 방문하며 이재용 회장과 세기의 만남이 성사되었다. 이 자리에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장,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이 배석했기 때문에 이재용 회장이 차량용반도체나 전장부품 쪽에서 승부수를 던지는 게 아니냐는 전망도 흘러나왔다. 스티브 잡스 사후 혁신의 아이콘으로 추앙받고 있는 일론 머스크 CEO와 세상에 없는 기술로 미래를 만들자던 이재용 회장이 머리를 맞대고 찾은 답이 무엇일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반도체와 자동차의 연결고리를 하나씩 짚어보며 삼성전자의 미래를 그려보고자 한다.



1. 암바렐라&모빌아이, 자율주행 여정은 이제 시작이다.


현재 자율주행 반도체 시장은 테슬라 진영과 비테슬라 진영으로 나뉜다고 해도 무방하다. 애플이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까지 통합하고 A시리즈와 M시리즈로 애플 생태계를 완성했던 것처럼 전기차를 생산하는 테슬라는 FSD를 구현하기 위한 자율주행 반도체를 자체 개발하고 있다. 테슬라는 그동안 삼성전자 파운드리에 생산을 위탁했지만 5나노 이하 공정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TSMC로 이동했다. 삼성전자로서는 뼈아픈 이탈이지만 지나간 일은 잊고 3나노 공정에서 테슬라를 다시 잡아올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해야 한다. 한편 비테슬라 진영의 대표주자로는 엔비디아, 퀄컴, 모빌아이, 암바렐라가 있다. 엔비디아와 퀄컴은 본업이 있기 때문에 자본력에서 앞서 있지만 모빌아이와 암바렐라 역시 인공지능과 자율주행 기술력 만큼은 결코 지지 않는다.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차량용반도체에서 연달아 수주를 받아내면서 TSMC와의 진검승부에서 반격의 서막을 올렸다. 삼성전자는 올해 2월에는 5나노 공정에서 암바렐라의 자율주행 반도체 'CV3-AD685'를 생산한다고 발표했고, 4월에는 7나노 이상 공정에서 모빌아이의 자율주행 반도체 'EyeQ' 시리즈를 생산한다고 발표했다. 차량용반도체 자체가 아직 모바일이나 데이터센터에 비하면 물량이 크지 않지만 파운드리 수율을 안정시키고 기술을 선보이는 목적으로는 충분하다. 5나노 공정에서 TSMC에게 완패했던 삼성전자가 암바렐라와 모빌아이 수주를 기점으로 퀄컴의 '스냅드래곤 라이드플렉스'와 엔비디아의 '드라이브 오린' 수주를 선점하면 테슬라의 FSD 칩 수주도 탈환할 수 있다. 자율주행 칩을 향한 본격적인 여정은 이제 겨우 시작이다.



2. BMW&폭스바겐, 럭셔리 사랑은 변하지 않았다.


테슬라가 불을 붙인 전기차 레이스에서도 적응을 마친 기업들과 변화에 서툰 기업들 간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독일과 일본의 격차가 뚜렷한데 벤츠, BMW, 아우디, 폭스바겐이 올해부터 본격적인 전기차 라인업을 출격시키는 반면 도요타, 혼다, 닛산, 미쓰비시는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집착하다가 뒤늦게 전기차로 가닥을 잡았다. 삼성전자는 자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를 통해 독일산 전기차에 전장용 OLED를 납품하기 시작했으며 관계사인 삼성전기는 전장용 MLCC 출하를 확대할 계획이다. 배터리를 내재화하기에도 벅찬 자동차 기업들이 차량용반도체까지 자체 개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독일의 자동차 기업들은 살아남기 위해 반도체 기업들에게 손을 내밀 것이다. 삼성전자에게 자동차 시장의 균열은 곧 기회를 의미한다.


삼성전자는 독일 완성차 업체들에게 배터리, 전장부품, 디스플레이, 차량용반도체까지 납품하며 끈끈한 동맹을 과시했다. 특히 올리버 집세 BMW 회장과 이재용 회장이 직접 만나 전기차 협력을 논의한 뒤로 최근에는 삼성전자가 BMW의 차량용반도체 시제품을 납품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2017년 아우디에 '엑시노스 오토 8890', 2021년 폭스바겐에 '엑시노스 오토 V7'을 공급한 데 이어 BMW와의 협력 강화는 삼성전자가 독일에 차량용반도체 전용 팹을 짓도록 하는 명분으로 이어질 수 있다. 벤츠가 엔비디아와 함께 개발하는 자율주행 반도체 역시 삼성전자 파운드리에서 생산하고 있으므로 독일 진출은 고객사 유지 측면에서도 필요하다. 전기차로 패러다임이 변했지만 독일의 클래식 럭셔리를 사랑하는 인간의 욕망은 아직 변하지 않았다.



3. 하만&NXP, 운명을 바꿀 대수술을 준비하다.


유동성 거품이 꺼지면서 기업의 인수 가격이 떨어지긴 했지만 신냉전 시대가 열리면서 기업을 인수하는 것은 오히려 어려워졌다. 퀄컴이 NXP를 인수하려다가 포기하고, 엔비디아의 ARM 인수가 무산된 것도 이해관계가 있는 국가들의 승인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NXP와 ARM은 삼성전자의 M&A 후보로 자주 거론되었다. 2년 전부터 빅딜이 임박했다는 루머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의 공식 발표가 나오지 않는 배경에는 M&A를 방해하는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아무 매물이나 덜컥 삼키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워런 버핏의 버크셔해서웨이는 아무리 현금이 많이 쌓여도 원하는 가격대로 떨어지지 않으면 절대 인수하지 않는다. M&A 발표를 위한 M&A는 독사과를 삼키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사업지원TF는 미래전략실의 역할을 이어받은 실질적인 컨트롤타워로서 삼성 그룹의 마지막 퍼즐을 찾고 있다. 2016년 인수했던 하만이 드디어 실적에 기여하기 시작하면서 또 한번의 빅딜을 향한 자신감도 붙은 상황이다. 반도체 관련 인수 후보로는 첨단패키징을 위한 앰코테크놀로지와 차량용반도체를 위한 NXP가 가장 유력한데 어느 쪽이든 삼성전자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삼성전자는 그룹 차원에서 전장 사업을 밀고 있기 때문에 NXP를 인수한다면 기술 뿐만 아니라 네트워크에서도 전사적인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반도체혁신센터의 마코 치사리 부사장은 삼성전자의 반도체 M&A를 위해 영입한 인물인데, 과연 그가 삼성전자의 운명을 바꿀 대수술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을지도 주목해볼 만하다.



이건희 회장은 전자제품 마니아이기도 했지만 자동차 수집광으로도 유명하다. 특히 20여 년 전에 자동차와 전자제품의 경계가 모호해질 것이라는 이건희 회장의 선견지명은 다시 봐도 놀라울 따름이다. 1969년 이병철 회장이 LG와 사이가 나빠지는 것을 감수하고 전자 산업에 도전했던 것처럼 1995년 이건희 회장은 삼성자동차를 설립하며 현대에 정면승부를 걸었다. 출범 직후 IMF 사태가 터지면서 이건희 회장의 꿈은 무너졌지만 그 조각들은 사라지지 않고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에서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아마 삼성전자는 직접 자동차를 만들지는 않더라도 자동차에 들어가는 전자부품을 만들어서 이 산업에 발을 걸치려 할 것이다. 삼성전자가 자동차에서 이루지 못한 꿈을 모빌리티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이어갈 수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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